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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시흥 월곶동 ‘시흥 센트럴 헤센’ 전경. 주변 인프라 없이 단지만 ‘나홀로’ 덩그러니 있는 모습이다. 사진=김준현 기자 |
[에너지경제신문 김준현 기자] #경기 시흥 월곶 일대 전셋집에 거주 중인 신혼부부 30대 후반 K 씨는 몇 년간 아파트 청약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러다 최근 ‘시흥 센트럴 헤센’ 무순위 청약을 넣었는데 미달사태가 발생해 회의감을 느꼈다. 고분양가 논란과 더불어 지속적인 금리 인상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입지마저 투자 가치를 느끼지 못한 K 씨는 7년간 타 분양 단지 당첨제한이 걸려있음에도 이 아파트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주택시장 침체 속 청약시장 ‘줍줍(무순위청약)’ 주의보가 감지되고 있다.
K 씨는 "상가 하나 없이 주유소만 두 개 있는데 분양가는 59㎡가 4억5000만원(최고분양가 84㎡ 6억4000만원)이나 되니 들어갈 마음이 쏙 사라졌다"며 "이제 청약은 물 건너갔고 혹시 추후에라도 가격이 떨어지면 그때 다시 매매를 고려하거나 다른 아파트를 찾을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시흥 센트럴 헤센은 경기 시흥시 월동지구 월곶동에 위치한 단지로 오는 9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시흥월동지구지역주택조합이 시행한 이 단지는 지난달 총 494가구 중 70가구를 일반분양으로 진행했다. 그러나 전용면적 59㎡ 1가구를 제외한 모든 가구가 미분양됐다. 이어 지난 4일 69가구가 무순위청약으로 나왔지만 13건만이 접수됐다. K 씨가 지원한 59㎡는 29가구를 모집했는데 5건밖에 접수가 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5일 기자가 찾은 시흥 센트럴 헤센은 수인분당선 월곶역 광장 맞은편 정류장에서 경기 시흥 63번 버스로 10여 분을 가면 만날 수 있다. 배차 간격은 10분에서 20분 사이다. 참고로 센트럴 헤센에서 월곶역으로 가는 버스 정류장에는 아직 버스정보안내 전광판이 설치되지 않는 등 교통 여건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는 다소 불편함이 있었다.
센트럴 헤센은 장현지구, 배곧 신도시, 산업단지 등 직주근접 입지를 강점으로 내세웠지만 인근 주유소 2개, 교회, 노인보호센터, 철물점 등 외에는 주변 인프라 구축이 안 돼 있어 수요자들이 매력을 느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월곶역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이 단지는 입지도 모호한데 분양가격은 비싼 편이다"며 "집값이 오를 거 같지도 않고 금리도 많이 올라 앞으로도 시세 차익이 확실한 곳이 아닌 지역은 미분양이 속출할 것 같다"고 말했다.
무순위청약은 일반분양 이후 자진계약 포기나 부적격 사유로 당첨이 취소되는 등으로 인해 무작위 추첨으로 당첨자를 뽑는 방식이다. 주택시장이 호황일 때는 무순위청약이 ‘로또청약’으로 불렸지만 현재는 부동산 시장 하락 기조에서 고금리 및 고분양가 등으로 인해 줍줍이 조심스러워지는 분위기다.
센트럴 헤센 외에도 경기 지역에선 특히 ‘이안 모란 센트럴파크’가 대표 ‘통째 미분양’ 사례로 꼽힌다. 이 단지는 지난 5월 총 74가구가 청약을 진행했으나 모든 당첨자가 계약을 포기하는 바람에 전체 물량이 무순위청약으로 풀렸다. 무순위청약을 수차례 진행했지만 여전히 만족스럽지 않은 분양 실적 중이다. 한편 수도권 청약에서 ‘통째 미분양’이 나온 경우는 지난 2020년 7월 서울 강서 ‘발쿠치네 하우스’ 이후 2년 만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고분양가와 적은 가구 수로 인한 ‘나홀로’ 단지라는 이유로 통째 미분양 사태가 벌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지금은 주택경기가 고금리 영향 등 침체 시기인 만큼 서울 지역마저도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어 대체적으로 무순위청약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를 증명하듯 최근 아파트 거래시장이 전국적으로 매수심리가 위축되고 집값 하락지역이 늘어나며 분양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청약불패’가 무색하게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R114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전국 아파트 평균 청약경쟁률이 11.7대1로 지난해 연평균 19.8대1보다 감소했다. 서울은 동기간 164.1 대 1에서 29.8대 1로 대폭 감소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서울에서 1순위 청약에 나선 10개 단지 중 7개 단지에서 미계약이 발생했다.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최근 수차례 무순위청약을 진행했으나 여전히 20여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은 상태다. 미아동 ‘포레나 미아’ 역시 여러 차례 무순위청약을 진행했고, 아직 완판과는 거리가 먼 실정이다.
게다가 전국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수 감소도 심상치 않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 주택청약조합저축 전체 가입자 수는 2701만9253명으로 전달 2703만1911명 대비 1만2658명이 줄었다. 2009년 주택청약종합저축이 실시된 이후 월별 가입자 수가 줄어든 것은 처음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금리인상과 대출 규제로 주택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예상보다 높은 분양가 및 수요자의 선별 청약 등으로 미계약분이 나왔는데 이러한 분위기는 올해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kjh123@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