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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못넘은 박종욱 KT 각자대표…"사내이사 자진사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3.31 11:38

KT "새 후보 정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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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모 KT 대표가 31일 서울 태봉로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제40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총회 개최를 알리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정희순 기자] 박종욱 KT 각자 대표가 사내이사 재선임 표결을 앞두고 자진 사퇴했다. KT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반대한데다 노조의 반발이 거세진 것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 국민연금 반대에 결국… 박종욱 각자대표, 사내이사 후보직 자진사퇴


31일 KT에 따르면 박종욱 KT 각자대표(경영기획부문장·안전보건총괄)가 이날 오전 정기주주총회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사내이사 재선임 투표를 앞두고 스스로 사퇴했다. KT는 "일신상의 이유"라고 밝혔다.

앞서 KT 이사회는 박 대표를 사내이사로 재선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박 대표는 1991년 KT 입사 이후 30년 넘게 자리를 지키며 현장과 기획부서 핵심 업무를 두루 거친 인물이다. 2020년부터는 경영기획부문장을 맡으며 구현모 대표와 함께 ‘디지코(DIGICO)’ 전략을 짜고 실행까지 주도한 핵심 임원으로 통한다. KT는 지난 1월 그를 안전보건업무를 총괄하는 각자대표로 선임했다.

시민단체 및 노동계에서는 박 대표의 사내이사 ‘적격성’을 문제 삼았다. 앞서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혐의로 약식 기소돼 벌금형을 받은 이력을 거론하며 기업가치 훼손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KT 이사회 측은 "충분한 법적 검토를 거쳤다"면서 박 대표를 사내이사 후보로 밀어붙였다.

그러나 전날 KT 최대주주인 국민연금(12.68%)이 박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안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했고, 이날도 노조 및 시민단체는 주총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며 박 대표의 재선임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냈다. 재선임 안건 통과가 아예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었으나, 박 대표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부담감을 느끼고 자진 사퇴를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KT 관계자는 "안전보건총괄 및 대표이사직은 오늘로 임기가 만료됐고, 경영기획부문장직은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며 "박 대표가 사내이사 후보에서 사퇴함에 따라 KT 이사회는 향후 새로운 후보를 정한 뒤 임시주총을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 구현모 대표 "KT 기업가치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할 것"


이날 KT 주주총회에서는 박 대표의 사내이사 선임안을 제외하고 △제40기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임원퇴직금지급규정 개정 등 총 6개 안건을 원안대로 승인했다.

사내이사로는 윤경림 그룹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 사장이, 사외이사로는 유희열 현 KT 이사회 의장과 라이나생명 이사회 의장인 홍 벤자민(Hong Benjamin) 이사, 김용헌 이사(세종대학교 석좌교수)가 선임됐다. 김 이사는 사외이사이자 감사위원 위원으로 활동하며 KT의 컴플라이언스 강화에 기여할 전망이다.

이날 KT는 정관 일부를 변경해 주주환원 방법도 다양화했다. 기존에는 주주에 대한 배당을 ‘금전’과 ‘주식’으로 한정했지만, ‘기타의 재산’을 추가해 향후 자회사 주식을 현물배당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며 주주의 만족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외에도 마이데이터 사업추진을 위해 ‘본인신용정보관리업 및 부수업무’를 목적사업에 추가했다. KT는 통신과 금융 데이터 등을 융합한 초개인화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승인된 KT의 지난해 연간 재무제표는 연결 기준 매출 24조8980억원, 영업이익 1조6718억원이다. 배당금은 전년대비 41.5% 증가한 주당 1910원으로 확정했으며 4월 27일부터 지급한다.

구현모 KT 대표는 "올해 ‘밀리의 서재’ ‘케이뱅크’ 등 IPO(기업공개)를 계획하고 있다"라며 "사업구조 조정 등을 통해 지주형 회사로 전환, KT의 기업가치를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hsju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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