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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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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과 무역경쟁 세미나] "글로벌 탄소국경조정제로 혼란 올 것…대책 마련 시급"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2.17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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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에너지경제신문이 주최하고 한국무역협회가 후원한 ‘탄소중립과 기후·통상무역 경쟁력 향상 방안’ 세미나에서 패널토의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송기우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공동취재]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탄소국경조정제(CBAM)를 도입해 우리 경제에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대비가 되지 않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에너지경제신문이 한국무역협회 후원으로 17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연 ‘탄소중립과 기후·통상무역 경쟁력 향상 방안’ 세미나의 종합토론회 참석자들이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이날 세미나의 종합토론은 좌장을 맡은 정서용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의 진행으로 펼쳐졌다. 종합토론은 △탄소중립, 기후·통상무역 경쟁력 제고 방안 (김동구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K-ETS(국내탄소배출권 거래제)가 CBAM에 미치는 영향 (이충국 한국기후변화연구원 탄소배출권 센터장) 등 2개 주제발표에 뒤이어 진행됐다. 토론에는 주제발표자 2명과 함께 김성우 법률사무소 ‘김앤장’ 환경연구소 소장, 장현숙 한국무역협회 경기지역본부 팀장, 조홍종 단국대 교수가 패널로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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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용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 사진=송기우 기자


종합토론 좌장을 맡은 정서용 교수는 CBAM 도입이 나타나는 국제정세의 큰 흐름을 언급하며 논의 물꼬를 텄다. 정 교수는 국제사회가 멀티래터럴리즘(다자주의)에서 후퇴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들어오며 국경 통제가 강화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개별 국가가 국제사회 차원에서 고려해야 할 공통문제를 단독으로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유럽연합(EU)가 CBAM을 제기한 배경도 같은 흐름에 있다. 정 교수는 "EU가 그린딜을 발표하며 강조한 것은 해당 정책이 EU를 위한 것이지 다른 곳을 위한 게 아니라는 것"이라며 "(같은 맥락에서) EU 내 스테이크홀더(이해관계자)를 설득할 정책 수단으로 들어온 게 CBAM"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EU 중심적인 탄소배출량 측정방식이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게 정 교수 관점이다. 탄소 가격 및 탄소량 측정이 기술적으로 정치적 대상이 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우리는 양자, 다자 등 여러 대응방안에 대한 정책적 고민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자동차 업계는 부품업체가 많은데 어떻게 대응할지가 문제될 것"이라며 "중소기업은 정보 접근이 약하고 대응방안도 잘 모르는데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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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우 김앤장 환경연구소 소장. 사진=송기우 기자


김성우 소장은 CBAM에 대한 분석을 좀 더 정확히 해야 대책을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U는 CBAM을 예상대로 실행할 거고 미국 등 다른 나라들도 도입을 할 수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 주장했다. 철강뿐만 아니라 다른 업종에서 CBAM이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내년에 만약 CBAM이 시행된다면 정부와 기업은 당장 어떻게 할지 생각해보면 좋을 거 같다"며 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패널 토론자들에게 앞으로 CBAM 대상 항목으로 확대될 제품은 무엇이 있을지 또 어떤 국가들이 CBAM을 추가로 도입할지 질문했다. 온실가스 배출 효율을 뜻하는 EU의 벤치마크(BM) 데이터와 우리나라의 BM데이터를 비교할 수 있을지 등을 물어보며 환경 이슈에 대해 대책을 강구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최근 코로나19 팬더믹 이후로 환경이 통상의 중심이 되면서 경제통상 질서가 새롭게 판이 짜지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위상을 생각하면 통상전략을 짤 때 선제적으로 탄소중립을 포함해 복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정부에서 통상을 하는 분이나 에너지안보를 담당하시는 분들은 환경이 너무 복잡해서 잘 이해하기 어려워한다"며 적어도 국내 배출권 거래제는 어떻고 1톤 중에 몇 톤은 인정받을 수 있다고 환경 분야 전문가들이 이야기를 해줘야 전략을 제대로 짤 수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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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구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사진=송기우 기자


김동구 연구위원은 CBAM이 철강 외에 다른 제품으로 확대될 만한 업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석유화학 제품, 특히 플라스틱을 꼽았다. 그는 "CBAM 대상 제품으로 선정되는 주요 키워드에는 네 가지가 있다"며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제품 △수입의존도가 높은 제품 △종류가 너무 많지않은 제품 △일반 국민이 직접 구매하지 않는 제품"이라고 말했다.

석유화학 제품과 플라스틱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탄소배출량이 많기 때문이다. 김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석유화학 산업 배출량은 화석연료를 원료로 쓰기 때문에 철강 다음으로 두 번째"라며 "이부분에서 원료 대체가 이뤄지지 않으면 제조업에서 탄소중립은 불가능"이라고 말했다.

다만 석유화학 제품이 지난해 7월 대상 품목에 포함되지 않은 이유는 종류가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김 연구위원은 짚었다. 철강과 알루미늄과 달리 석유화학 제품은 형태를 바꿀 경우 본질이 바뀌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충분한 데이터가 축적되지 전까지 화학이나 석유화학 제품이 CBAM 대상 품목에 포함될 여지가 적다고 분석했다. 석유화학 제품 다음으로는 비철금속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다만 구리 등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다는 점 때문에 초기 품목에 들어가진 않았다.

EU에 이어 CBAM을 도입할 국가로는 미국을 꼽았다. 김 연구위원은 "결국 수입규모가 크고 CBAM과 유사한 제도를 강조할 만큼 국력이 있는 나라가 될 것"이라며 "결국 미국밖에 떠오르지 않는다"고 했다.

김 연구위원은 "환경이나 기후변화뿐 아니라 경제적 측면에서 종합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고민하게 된다"며 "온실가스 줄이는 것은 인류에게 당면한 이슈지만 우리가 경제 성장을 포기해가며 달성하는 것이 과면 바람직한지에 대해 근본적 고민을 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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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국 한국기후변화연구원 탄소배출권 센터장. 사진=송기우 기자


기업들이 온실가스 배출량과 관련해 데이터 마련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충국 센터장은 "대기업들은 ETS로 온실가스 배출 수준을 알 수 있지만 ETS에 해당되지 않는 기업은 온실가스 배출과 관련한 데이터가 없다"며 "그런 기업들이 데이터를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업들이 생산하는 제품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원단위로 정확히 계산될 필요성이 있다고 봐서다.

이충국 센터장은 "현재 CBAM에서 배출량을 어떻게 산정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제시되지 못하고 원칙만 나와있다"며 "앞으로 3년 기간 동안 EU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만들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BM 값에서 포함하는 온실가스 종류가 많아 EU보다 더 보수적"이라며 "계산상에서는 손해를 보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우리가 EU에 BM 값이 보수적이라고 설명해 우리의 데이터를 그대로 쓸 수 있게 협상의 여지는 있다"고 봤다.

그는 "우리나라의 배출량 계산 기준과 EU의 배출량 계산 기준이 다른데 이를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곤 한다"며 "각각 다른 기준에 따라 배출량을 계산하고 그 차이를 알아본 예시를 아직 보지 못했다. 기업별로 제품의 배출량 데이터관리가 지금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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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숙 한국무역협회 경기지역본부 팀장. 사진=송기우 기자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정부 차원의 실질적 노력이 시급함이 언급됐다. 이러한 움직임들이 CBAM 문제를 해결할 정책적 대안을 모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장현숙 팀장은 "2050년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면 2040년까지 전체 에너지 생산 중 재생에너지 비중이 88%에 달해야 한다"며 "이것이 실현 가능한지,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가 논의되지 않고있다"고 했다.

CBAM 논의와 관련해서도 선제적 대응을 주문했다. EU가 2000년도 초반에 도입한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에 대한 법률(REACH)을 예로 들었다. 장 팀장은 "REACH를 도입할 당시 화학물질 수와 성분을 어떻게 추적하고 규명할지를 두고 회의적인 시각이 있었지만 지금은 EU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도 시행하고 있다"며 "CBAM 역시 EU가 시작했다면 조만간 REACH처럼 우리나라도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 팀장은 CBAM이 탄소중립을 위한 큰 정책적 줄기인 만큼 탄소중립을 위한 노력을 펼치는 것이 궁극적인 해결책이라고 짚었다. 그는 "CBAM이 도입되더라도 이러한 노력을 증거로 제출해 국가적 노력과 기업의 비용부담을 증명해야 한다"며 "규제 뿐만 아니라 기업이 투자를 통해 온실가스 저감 노력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팀장은 "이제는 종합적 관점에서 통상 측면에서 미리 우리 전략으로 대안을 제시할 수 있고 정부 부처간 협의 이뤄질 수 있는 전담대응조직이 필요한 사항이라는 것을 건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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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종 단국대 교수. 사진=송기우 기자


CBAM이 EU가 탄소세로 국제무역질서를 역전하려고 하는 행위라는 지적도 나왔다. 유럽이 불리한 제품에 탄소세를 부여하면서 환경을 중심으로 무역구조를 재편하려고 한다는 의미다.

조홍종 교수는 "EU가 탄소세를 부과하는 건 우리나라 에너지 다소비 업종인 제조업에 큰 타격을 주는 일"이라며 "앞으로 환경이라는 문제가 추가돼 제품 가격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환경이 전 세계 경제에 중요하지만 각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우리나라 ETS 시장은 기형적으로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격 등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비용은 ETS에서 인정받지 못한다"며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 등 유사 탄소세가 많아 이를 다 합치면 전 세계에서도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처럼 탄소 관련 비용을 많이 지불하는 데 우리나라가 별로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패배감이 있다"며 "이같은 비용을 ETS와 어떻게 연계할지를 고민해 우리나라의 정확한 탄소가격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유럽이 철강과 시멘트 등에 관세를 올리면 곡물 식량가격도 동시에 오를 것"이라며 "유럽에서 물가 인상에 얼마나 타격이 있는지 분석해야 한다" 지적했다.

그는 "환경 중심으로 구조개편 되는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는 사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정당성 논리에 밀려 일자리를 잃게 된다"며 "그런 사람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고 공정 전환에 대해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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