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성철환

cwsung@ekn.kr

성철환기자 기사모음




[이슈&인사이트] 디지털전환 시대 뒤쳐진 주택법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2.08 10:00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

2022020401000113100004781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


주거공간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만들어진 공간에 사람들이 맞춰 살았다면, 이제는 주어진 공간을 개인의 특성과 기호에 따라 바꾸면서 살고 있다. 소소하게는 화분을 놓고, 커텐이나 벽지를 바꾸면서 집안의 분위기를 새롭게 연출한다. 반려동물이 함께 살 수 있는 구조로 집 내부구조를 바꾸기도 한다. 드라마 속에서 옥탑방은 멋진 루프탑을 가진 새로운 주거공간으로 탈바꿈되어 소개되고 있다.

이런 주거트렌드 경향을 ‘페르소나 원픽(Persona One-pick, 자아를 담은 나만의 공간)’으로 규정하기도 한다. 자신만의 개성을 공간에 반영하는 현상이 새로운 주거공간 트렌드로 등장하리라는 것이다. 오래된 낡은 주택은 리모델링, 인테리어 방식으로 변화를 시도한다. 새로 짓는 주택은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최첨단 기술을 접목하면서 스마트홈, 스마트하우징, 스마트 컴플렉스로 거듭나고 있다. 주택에 기술을 접목하는 실험은 코로나 사태로 수요가 더 커지고 있다.

지금은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DX)시대다.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는 디지털 기술을 사람들의 생활에 접목하면서 생활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고 있다. 현존하는 틀이나 가치관을 근본적인 것부터 바꾸어놓는 이노베이션, 파괴적인 변혁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모바일,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기술 확산에 따라 디지털 전환이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핵심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혁신적 변화는 주거분야도 다르지 않다.

스마트폰으로 통하는 세상이 본격화되면서, 주거공간에서도 조명스위치·스마트버튼·스마트홈카메라·AI스피커·전동커튼·전동블라인드·스마트냉장고·스마트TV 등 집안의 기기가 집 밖에서 스마트폰으로 작동된다. 영유아나 펫, 1인가구를 위한 안심보안 홈캠을 통해 실내 상황을 체크하고 보안을 강화할 수 있다. 주거공간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하면서 국민의 편익과 복지증진, 안전한 생황이 가능하도록 하는 인간중심적인 스마트생활 환경이 일상화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진화로 주거공간은 더 편리해지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로 비대면 생활이 일상화되면서 직장의 업무기능과 학교의 교육기능이 집안으로 깊숙이 들어왔다. 재택근무와 재택등하교가 잦아지면서 각종 회의와 수업을 집에서 컴퓨터를 가지고 비대면으로 진행한다. 잠을 자고 주말에 휴식을 취하던 주거공간은 모든 가족이 개인생활을 하는 복합공간으로 급속히 탈바꿈하고 있다. 주거공간 자체가 ‘복합플랫폼’인 것이다.

스마트해진 주거공간을 넘어서 스마트빌리지, 스마트컴플렉스로 진화하고 있다. 단지안에 택배로봇이 등장하고, 헬스케어, 스마트팜, 스마트 정수장, 스마트 에너지, 도시관리 플랫폼 등 다양한 스마트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단지내에 가상현실(VR)교육시설을 도입하고 다양한 비대면 생활문화공간을 도입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그동안 오프라인에서 진행되던 업무와 모임, 전시, 체험 등 다양한 활동이 코로나를 경험하면서 웹사이트나 메타버스, VR과 같은 온라인 플랫폼으로 옮겨가고 있다. 단순한 주거공간에 머물지 않고 먹고, 운동하고 교류하고 자기계발까지 하는 복합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기술혁신은 주거공간을 새로운 복합플랫폼으로 진화시키고 있다. 이를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이 중요하다. 그러나 제도적 환경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주택법’은 에너지절약형 친환경주택, 장수명 주택의 건설에 관한 내용을 정하고 하위법령으로 ‘지능형 홈네트워크 설비 설치 및 기술기준’을 두고 있으나, 여전히 시장상황과 기술발전에 따른 체계적인 검토가 부족한 실정이다. 전기자동차 보편화가 예고되고 있지만, 전기자동차에 대한 제도는 산업통상자원부가 담당하고 있어 주거단지와의 연계성 검토도 취약하다. ‘주택법’을 DX시대에 걸 맞는 ‘주거산업법’으로 바꿔는 작업도 서둘러야 한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