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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대내외적으로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를 꼽으라면 단연 ‘자부심’ 일 것이다. 지난달 문 대통령은 임기 6개월을 남기고 진행한 ‘국민과의 대화’에서 "이제 한국은 경제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국방, 문화 등 모든 면에서 톱텐(Top10)의 나라가 됐으니 자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이틀 뒤인 지난달 23일, 방탄소년단(BTS)이 2021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 ‘올해의 아티스트 상’을 수상한 것과 관련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남긴 축하메시지에서도 자부심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문 대통령은 세계적 석학 ‘조지프 나이’가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다이내믹한 소프트 파워를 보여주고 있다고 호평한 점을 언급하며 "이제는 자신감과 자부심을 가질 만하지 않나"고 했다.
이달 초 열린 제58회 무역의날 기념식 축사에서는 우리나라가 이룬 소중한 성과를 부정하고, 비하하는 사람들을 향해 "국민들의 자부심과 희망을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일갈했다. 우리 경제에 불평등, 양극화 등 많은 과제들이 남아있지만, 잘한 성과에는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달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발언처럼 다양한 부분에서의 우리나라의 성과를 부정적으로만 보는 이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대체로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에 대해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2019년 일본의 반도체 원자재 수출 규제에 맞서 SNS를 중심으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벌인 일이 대표적이다. 우리 국민들의 애국심은 올림픽, 월드컵 등 스포츠 이벤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자신들의 잘못을 잘못이라고 인정하지 않는 이웃국가들에는, 한국인의 매운맛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게 우리나라 국민들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매운맛을 보여주는 것은 우리나라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때로는 우직함으로, 때로는 끈기로 글로벌 기업들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낭보를 울리고 있다. 최근 삼성을 비롯해 현대차그룹, 롯데그룹, 미래에셋그룹 등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연말 조직개편 및 임원인사에서 ‘안정’ 대신 ‘변화’를 택한 것도 전쟁터에 나가기에 앞서 주요 무기들을 꼼꼼하게 정비하는 장군의 행보로 읽힌다. 올해 연간 수출액이 역대 1위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고, 국내 기업들의 실적도 나쁘지 않은 점에 비춰보면 최근 기업들의 일사불란한 조직 개편은 더욱 눈에 띈다. 기업들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조직부터 인사체계까지 모두 바꾼 것은 ‘냉혹한 현실’이 다가오고 있다는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미국 출장 귀국길에서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보고 와 마음이 무겁다"고 한 발언은 최근 기업들이 글로벌 현장에서 체감하는 경영 상황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시다.
매년 새해 첫날에 발표되는 기업 CEO들의 신년사를 보면 가장 많이 언급되는 단어가 있다. 바로 불확실성이다. 불확실성은 예상했던 이벤트, 예상치 못했던 이벤트를 모두 아우르는 단어다. 2022년 검은 호랑이의 해인 임인년(壬寅年)에도 글로벌 인플레이션, 긴축 통화정책, 코로나 재확산 문제 등이 경제에 복병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더해 예상치 못했던 경영환경이 펼쳐지는 블랙스완(black swan) 역시 국내 기업들의 긴장감을 높이는 변수다. 대한민국 굴지의 기업들은 매년, 매 순간 이러한 이벤트들을 자양분 삼아 끊임없이 성장했다.
전쟁터에서 전쟁을 진두지휘하는 장군에게 애국심이 없다면 그 전쟁은 이길 수 없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다르지 않다. 기업들이 촌각을 다투는 글로벌 시장에서 승전보를 울리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나라 기업이라서 자랑스럽다는 자부심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자부심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정부의 의지와 비례한다.
내년 새로 출범하는 정부는 ‘반기업 정서·과잉 규제’ 등으로 위축된 경영환경을 해소해 달라는 기업들의 목소리에 기민하게 움직이고 경영하기 좋은 국가를 만드는데 온 힘을 다해야 한다. 그것이 곧 기존 정부와 차별점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며 우리 기업들의 자부심을, 그리고 국격을 높이는 일이다.
mediaso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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