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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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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계약 안하면 수상 취소?…원스토어·왓차 등 공모전 '갑질'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10.12 16:04

저작권 계약 체결 전제로 수상작 뽑아…동의 않으면 수상취소

[에너지경제신문=정희순 기자] 원천 IP(지식재산권)를 확보하기 위한 콘텐츠 기업 간 경쟁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새로운 스토리를 발굴하려는 업체들이 작품 공모전을 속속 개최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수상작의 저작권은 작가에게 귀속된다고 명시하면서도, 일정 기간 유통에 대한 권리를 독점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이를 두고 플랫폼 업체들의 이 같은 조건이 과도한 ‘갑질’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플랫폼 업체가 사전에 공모전 수상에 대한 조건을 명시했기 때문에 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 콘텐츠 공모전 우후죽순…독점 계약 안하면 수상도 취소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소설, 웹툰, 동영상 플랫폼 기업들이 새로운 스토리 및 신진작가 발굴을 위해 관련 공모전을 경쟁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플랫폼 업체들은 공모전을 통해 소설이나 시나리오 형태의 원천 IP를 확보하고, 이후 이를 웹툰이나 드라마, 영화 등 2차적 저작물로 제작해 유통하려는 것이 목적이다.

현재 토종 앱마켓 원스토어와 KT의 콘텐츠 자회사 스튜디오지니, 토종 OTT(온라인동영상플랫폼) 왓챠, 모바일 게임 기업 컴투스 등이 관련 공모전을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기업은 공모전 수상작에 대해 2차 저작물을 작성하는 경우 수상자와 별도 협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명시하고 있다. 다만 수상작의 경우 작품의 유통권을 주최 측에 독점적으로 제공하는 계약을 체결해야 하며, 이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수상을 포기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 웹소설 공모전’을 진행 중인 원스토어북스의 공모전 요강에 따르면 공모전 수상작의 경우 작품 완결 이후 6개월 간 원스토어 북스 선연재(독점) 기간을 계약하게 되며, 이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공모전 수상을 포기할 수 있다.

스튜디오지니와 스토리위즈가 진행 중인 ‘제1회 영상화를 위한 웹소설&웹툰 공모전’의 경우 모든 수상작은 스토리위즈와의 작품 계약을 전제로 하고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수상작은 협의를 통해 스튜디오지니의 웹소설 플랫폼 ‘블라이스’에 선독점 연재를 진행해야 하고, 이를 거부할 시 수상이 취소될 수 있다.

왓챠가 진행 중인 ‘제 2회 왓챠 시리즈·영화 공모전’의 경우 시리즈 부문 수상자는 수상작에 대한 저작권을 향후 3년 간 왓챠가 독점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동의해야한다.

◇ ‘집안 단속’ 들어간 카카오…"사전 협의된 사항이라면 문제될 것 없어"

최근 국정감사에서는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공모전 수상작을 대상으로 2차 저작권 귀속을 강요했다는 의혹이 도마에 올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7월부터 해당 의혹에 대해 조사 중이다. 공정위는 ‘출품 작품의 저작권은 자사에 귀속한다’는 조건이 ‘거래상지위남용’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마련한 공모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공모전 주최 측은 수상작의 저작재산권을 일방적으로 가져간다고 사전에 결정해 고지할 수 없다. 공모전 수상작의 저작권 문제 등이 거론되자 문화체육관광부 등은 최근 업계 관계자들을 불러 추가적인 피해 사례가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도 김범수 의장의 지시에 따라 정확한 사실 관계 파악을 위해 콘텐츠 자회사에 대한 전수 조사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플랫폼 업체가 공모전 수상작에 대한 조건을 사전에 명시한 만큼 법적으로는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는 분위기다. 공정위 조사를 받고 있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경우에도 자체적으로 점검한 결과 창작자들에게 2차적 저작권 귀속을 강요한 사례는 한 건도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문구 때문에 논란이 된 것이지, 실제 2차적 저작권 귀속을 강요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라며 "2차적 저작물 제작과 관련한 사안은 창작자와 100% 협의를 통해 진행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사정에 밝은 A 법무법인 소속 김모 변호사는 "공모전 수상작에 상금만 지급한 뒤 원작자와 협의 없이 판권을 통째로 가져간다면 이를 문제 삼을 수 있겠지만, 수상자와 판권에 대한 별도의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이를 문제 삼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플랫폼 업체로부터 계약을 강요받았다는 것인지, 계약을 체결하고 대가를 지급받은 후 작품이 잘 되니 나중에 억울해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인지에 따라 상황은 다르다. 후자라면 할 말은 없는 것"이라고 전했다.
hsju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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