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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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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글로벌 에너지 위기에 철저히 대비해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10.12 10:15

온기운 에교협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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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기운 에교협 공동대표

올들어 선진국 신흥국 막론하고 물가가 일제히 급등하고 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지난 8월에 전년 동월 대비 5.3% 상승했다. 5월 이후 4개월째 5%대 상승률이다. 유로존은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3.4%로 13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은 8월 소비자물가가 0.4% 하락했지만 신선식품을 제외한 물가는 보합세(-0.0%)를 나타내 물가 상승세가 강해지고 있다. 중국은 소비자물가가 5월 이후 1%대 상승률에서 8월에는 0.6%로 다소 낮아졌지만 상승압력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8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2.5% 올라 올 4월 이후 6개월 연속 정부의 관리 목표치 2%를 넘었다. 2012년 6월 이후 9년 3개월만에 6개월 연속 소비자물가가 2%대 상승률을 기록한 것이다.

인플레이션은 크게 공급측 요인과 수요측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 공급측에서 보면 에너지나 자원, 곡물 등 원자재 공급에 애로가 생기거나 물류차질, 노사분규, 생산비 증가, 기후변화 등으로 생산·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물가가 상승한다. 수요측에서는 경기회복에 따른 소득증가나 통화량 증가,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 등으로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물가가 상승한다.

현재의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공급측 요인과 수요측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당장 우리나라 입장에서 걱정되는 것은 공급측 요인에 의한 물가 상승이다.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는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경제적 충격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경기순환적으로 발생하는 것이어서 크게 염려할게 못된다. 그러나 에너지나 자원, 곡물 등 원자재의 국외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은 우리로서는 이들 원자재의 공급이 불안정해지고 가격이 급등하는 것은 큰 문제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 장기적으로 상품 및 서비스 물가 전반에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의 중심에 있는 것은 에너지다. 원유, 가스, 석탄 가격이 모두 크게 오르고 있다. 원유는 수요는 늘어나는데 산유국들이 공급을 늘리는데 소극적이다.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11월물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은 이달 10일 현재 배럴당 78달러 선으로 2014년 11월 이후 7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국제 천연가스 가격(선물)도 현재 3개월 전의 거의 2배로 2008년 10월 이후 13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석탄 가격도 중국과 호주의 대립, 코로나 팬데믹에 의한 물류 차질, 국가간 물량 확보 쟁탈전 등으로 급등하고 있다.

국가별 특수한 요인도 있다. 영국에서는 트럭 운전사가 부족해 휘발유 공급이 감소했다. 미국에서는 허리케인의 내습으로 멕시코 만에서의 원유 생산이 줄어 원유 수급이 핍박해졌다.

원자재 공급 쇼크는 물가 급등을 통해 살아나던 경기를 다시 침체 국면에 빠뜨려 스태그플레이션을 야기할 수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0월 경제동향’ 보고에서 "원자재 수급 불안으로 국내 제조업이 위축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원자재 값 상승은 기업의 생산 비용 증가와 생산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에너지와 자원을 거의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제조업의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는 그 어느 나라보다도 공급쇼크로 인한 인플레이션의 악영향을 크게 받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는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악영향을 최소화 해야 한다.

무엇보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낮추는 일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탈원전 정책부터 조속히 폐기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6%에 이르지만 준국산 연료인 우라늄을 국산 에너지에 포함시키면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85%로 낮아진다. 우라늄은 일반 에너지에 비해 가격이 안정적일 뿐 아니라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탁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발전 부문에서 원자력 이용을 높이기 위해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해야 한다. 원자력 이용률을 높이면 전기요금 인상 부담도 줄여 물가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것도 에너지 수입의존도를 낮추는 방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를 늘리는데는 에너지저장장치(ESS)나 계통비용 등 시스템 비용이 대규모로 소요될 뿐 아니라,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한 백업 전원으로서 가스발전 의존도가 높아져 에너지 수입을 줄이는데 한계가 있다.

에너지 가격 변동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원유와 가스의 수입선을 전통 수입국에서 미국 등으로 다변화하고, 특히 장기계약과 단기·현물계약을 적절히 혼합하는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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