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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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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日 에너지정책이 한국에 주는 시사점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10.18 10:30

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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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지난달 실시된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외무상을 역임한 바 있는 기시다 후미오(岸田 文雄)가 승리한 것은 이변이라고 할 수 없다. 경쟁자인 고노 다로(河野太郎), 행정규제개혁상은 대중적 인기가 높았지만, 자민당 의원들의 충분한 지지를 얻지 못함으로써 결선투표에서 큰 표차로 기시다에게 패배하고 말았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의 시스템에서는 다수당의 총재가 되는 것이 곧 내각 총리로 선출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에 기시다의 총재선 승리는 그가 일본의 100대 총리로 취임하게 되는 것을 예고했다. 결국 기시다는 지난 4일에 국회에서 총리로 공식 선출됐다.

기시다의 승리를 전후로 일본 국내에서는 자민당 주류 인사 3인방의 이름이 줄곧 오르내렸다. 일본 역사 상 최장 기간 총리였던 아베 신조(安倍 晋三), 그의 절친이자 재무상을 지낸 아소 다로(麻生 太郞) 그리고 자민당 세제조사회장이었던 아마리 아키라(甘利 明), 이렇게 3인이 소위 ‘킹 메이커’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세 사람의 이름이 모두 ‘아(A)’로 시작하기 때문에 일본 언론들은 세 사람을 묶어서 ‘3A’라고 지칭하고 있다.

아베와 아소는 모두 한국에게도 잘 알려진 인물들이지만, 아마리의 이름은 다소 낯설다. 그는 1차 아베 내각 당시 경제산업상을 역임하였으며, 무엇보다 친원전 정치인으로 유명하다. 그런 아마리가 이번 기시다의 승리 이후 대표적인 한국통 정치인이자 자민당의 원로인 니카이 도시히로(二階 俊博)의 후임으로 간사장 자리를 꿰찼다. 간사장이라는 역할은 당의 살림을 도맡는 것이니 만큼 그 영향력은 총재에 버금가는 것일 수도 있다. 앞으로도 그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사실 이번 총재선거 기간 중 4인의 후보들 사이에서 있었던 정책 논쟁에서 핵심적인 의제 중 하나로 다뤄진 것이 원전에 대한 입장이었다. 역대 어느 자민당 총재선 보다도 원전 문제가 주목을 받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여성 후보 2인 중 보다 보수색이 짙었던 다카이치 사나에(高市 早苗) 전 총무상은 SMR(소형 모듈 원자로)나 핵융합로 같은 원자력 신기술 개발에 적극성을 보였으며, 기시다의 경우에는 일본의 원전 기술을 확실히 유지하면서, 수소나 재생에너지와 함께 원자력 분야의 신기술도 일본의 선택지 중 하나로서 취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고노의 경우에는 다른 후보들과는 확연히 결이 달랐다. 당내 반발 등을 의식해서 과거 본인의 탈원전 노선에서 한 발짝 물러난 듯, 드러내놓고 탈원전을 주창하지는 않았지만, 일본의 기존 원전 정책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예를 들어 일본이 고수해 온 핵연료주기 정책에 대해서도 다시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사용후핵연료의 저장 상황 등을 고려하여 신규 증설을 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원전은 제로가 된다는 생각을 내비쳤던 것이다. 고노는 본인 직할로 지식인들의 TF(공식명 ‘재생에너지 등에 관한 규제 총점검 태스크 포스’)를 꾸리기도 했는데, 이 TF는 일본의 에너지 정책을 총괄하는 주무부처인 경제산업성 하 자원에너지청의 ‘기본정책분과회’와도 격론을 벌이며 충돌했다.

결국 원전 재가동과 기존 핵연료주기 정책을 고수한다는 기시다가 승리했으니, 경제산업성이나 일본의 전력산업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 눈치다. 결국 기시다 역시 후쿠시마 이전 원자력 정책으로 돌아가려 했던 아베의 ‘원자력 회귀’ 노선을 조용히 이어갈 것이라고 예측되고 있다.

엄청난 규모의 사고를 경험한 일본 사회조차도 원자력으로부터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새삼 한국이 처한 현실을 상기하게 한다. 에너지, 특히 전기는 현대 사회의 일상을 가능하게 하는, 신체의 혈액 같은 존재이다.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은 곧 국가의 안보와도 직결되는 것이다.

최근 우리 정부가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40%로 상향 조정하면서 산업계는 결국은 감산하라는 것이냐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구조를 생각할 때, 산업부문보다는 에너지전환부문에서 획기적으로 탈탄소화를 달성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해야만 한다.

한국 역시 대선의 계절을 보내고 있느니 만큼, 이 기회를 통해 원자력을 포함한 현 에너지 정책을 다시금 꼼꼼히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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