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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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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마켓 재개'에 사활 거는 중소 코인거래소..."관건은 AML"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9.29 08:40

사업자신고 마감...'원화마켓'은 4대 거래소만 유지

중소거래소들 "실명계좌 발급받아 원화마켓 재개할 것"

은행권 실명계좌 발급 가능성 '희박'..."실익 적다"

최소한의 전제는 'AML' 능력 인정받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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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김건우 기자] 실명계좌를 확보하지 못해 원화거래가 중단된 코인 거래소들이 거래량 급감으로 고배를 마시고 있다. 각 중소형 거래소들은 조속한 시일 내에 실명계좌를 발급받아 원화마켓 재개에 나설 방침이지만, 발급 주체인 은행의 실익이 거의 없어 사실상 원화마켓 재개가 실현되기 쉽지 않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실명계좌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전제로 ‘자금세탁방지(AML) 능력’을 손꼽았다.

29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원화마켓 운영이 중단된 중소형 코인거래소들이 다시 한 번 실명계좌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4일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기한이 마감됨에 따라 실명계좌를 확보하지 못해 원화마켓 운영을 중단한 각 거래소들은 자사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원화마켓 재개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가상자산시장은 사실상 대부분의 수익이 ‘거래대금 수수료’에서 나오는 구조다. 또한 국내의 경우 대부분의 가상자산 거래가 ‘원화마켓’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원화마켓의 중단은 전체 수익의 감소로 직결된다. 실제 원화마켓 중단 이후 중소형 거래소의 거래대금은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자산업계 한 관계자는 "중소형 거래소들이 당장 문을 닫지는 않고 있지만, 원화마켓 재개는 거래소 생존의 문제"라며 "향후 원화마켓 재개에 성공하는 거래소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생존이 어려워진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많은 중소형 거래소들이 원화마켓 재개에 필요한 ‘실명계좌’를 확보하기 위해 은행권과 전격적인 협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은행 입장에서는 실명계좌를 발급함으로써 얻는 이득과 리스크를 꼼꼼하게 따질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중소형 거래소가 실명계좌를 발급 받을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명계좌 발급으로 은행이 얻을 수 있는 이득은 현재 기준으로는 ‘정액제 출금수수료’ 정도로 한정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고려해 거래소와 협약 차원에서 투자할 수도 있겠지만, 주요 4대 거래소와의 협약 등 다른 대안이 많은 만큼 이는 현실적인 고려사항이 되기 어렵다.

반면 은행권이 실명계좌 발급으로 감수해야 하는 ‘리스크’ 우려는 상당히 크다. 앞서 빗썸 등과의 협상에 난항을 겪었던 NH농협은행을 비롯해 모든 은행권의 가장 큰 우려는 ‘자금세탁’ 가능성이다. 실제 해외에 지점을 둔 은행을 통해 자금세탁 이슈가 발생했을 경우 은행이 도산할 정도의 벌금을 물게 될 수도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AML 체계가 구축되지 않아 자금세탁 문제가 발생할 경우 현재로서는 면책에 대한 근거가 없어 책임이 온전히 은행에 귀속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4대 거래소의 경우 비교적 거래량이 많아 ‘출금 수수료’로 인한 이득이 꽤 있는 편이고, 일찍부터 AML 분야에서 저명한 인재를 채용하는 등 은행권의 ‘이익’을 높이고 ‘리스크 우려’를 낮추는 데 힘써왔기에 실명계좌를 확보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실명계좌를 확보했던 업비트 측은 "운영사 두나무가 미래에셋증권에서 13년 간 AML 분야에 종사하던 인재를 영입하는 등 준법지원팀을 중심으로 조기에 AML 체계 구축에 힘써왔다"고 밝혔다.

업비트의 경우 시장 전체 거래량의 9할 정도를 점유하기 때문에 은행에서 얻을 수 있는 출금수수료 혜택도 큰 편이다. 실제 업비트에 실명계좌를 내 준 케이뱅크는 2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하기도 했다.

다만 중소형 거래소의 경우 주요 4대 거래소만큼 거래량이 나오지 않아 계좌발급 은행에서 실질적인 수수료 혜택을 보기 어렵다. 또한 AML 능력 역시 주요 거래소 대비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기 쉽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중소거래소가 생존하기 위한 최소한의 전제로 AML 체계 구축을 꼽았다. 실제 수수료 혜택이 크지 않다고 하더라도, 은행권의 가장 큰 우려가 해소된다면 실명계좌를 발급해주지 않을 이유가 적어지기 때문이다.

중소거래소 역시 이같은 업계 분위기에 동조해 일찍부터 AML 체계 구축에 힘쓰고 있다. 대표적으로 가상자산 거래소 ‘플라이빗’은 지난 7월 KB국민은행 출신의 AML 30년 경력의 전문가를 영입하기도 했다.

가상자산업계 한 관계자는 "가상자산시장은 이제 막 첫 걸음을 뗐을 뿐이고 앞으로 어떻게 시장이 변해갈지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며 "시작은 4대 거래소가 중심이 됐지만, 이후 소수의 중소형 거래소들이 원화마켓에 추가 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ohtdue@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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