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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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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탈원전 부작용 언제까지 외면할건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7.20 10:19

문주현 단국대학교 에너지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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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현 단국대학교 에너지공학과 교수

"탈원전은 60년이라는 긴 시간에 걸쳐서 하는 것이다."

탈원전 정책의 부작용에 대한 거센 비판에 직면할 때마다, 관련 부처 장관이나 일부 인사가 반복하는 말이다. 이들 말처럼 60년에 걸친 탈원전이라서 국민 생활이나 기업의 생산활동, 원전 산업에 지금 당장 영향이 없는 것일까.

정부가 정지 상태이던 신월성 1호기·신고리 4호기·월성 3호기가 이달 중 정비를 마치고 재가동을 서두르고 있다. 짧은 장마 뒤에 찾아온 폭염에 따른 냉방수요 급증으로 전력 수급에 비상이 걸린데 대응한 조치다. 이와 함께 피크타임 전력 수요를 줄이기위해 중앙부처와 공기업 등 전국 공공기관에 낮시간대 냉방기 사용을 중단 또는 자제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의 공문도 발송했다.

졸속 탈원전 정책이 몰고온 심각한 부작용을 원전 재가동을 통해 완화시키려는 움직임이니 정부 스스로도 탈원전 정책의 문제를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탈원전 정책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권고에 바탕을 두고 있다. 공론화위원회가 위임받은 사항은 신고리 5·6호기 건설재개 여부에 대한 공론화다. 그런데도 공론화위원회는 위임사항을 벗어나 탈원전을 권고하였고, 정부가 제대로 된 절차를 밟지 않고 덥석 받아들인 것이다.

"60년에 걸친 탈원전"이라는 언급은 심각한 탈원전 정책 부작용의 책임을 면피하려는 발언에 불과하다. 이 발언은 가장 늦게 영구정지될 신고리 6호기 폐쇄 시점이 2080년대라는 사실에 바탕을 둔다. 그러나 탈원전 정책은 2017년 10월 24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순간부터 마각을 드러내며 우리나라 에너지 미래와 원전 산업계를 강타했다.

첫째, 탈원전 정책은 에너지 대계의 기틀을 흔들고 있다. 2017년 10월 24일 이후, 정부는 에너지기본계획이나 전력수급기본계획 등 에너지 계획이나 정책 수립 시 탈원전을 고정상수로 취급했다. 신규원전은 기본으로 배제하고,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화석연료도 줄여야 하니, 재생에너지 비중만 기형적으로 늘렸다. 안정적 에너지 공급을 위해 계획을 세우는 것인데, 정부는 그 취지를 망각한 채 비현실적 계획을 남발하고 있다.

둘째, 탈원전 정책은 국민 부담과 불편을 가중했다. 정부는 원전 설비 증설을 억제했다. 멀쩡한 월성 1호기를 경제성을 조작해 조기 폐쇄했다. 신한울 1호기는 완공 15개월 뒤에야 운영허가를 내줬다. 줄어든 원자력 발전량만큼, 값비싼 LNG 발전을 늘렸다. 비싼 전기를 사야 하는 한전의 적자 폭이 늘고 있다. 이게 다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 전력 예비율이 위태롭게 된 올 여름의 사태는 결코 이상할게 없는 필연적인 결과다.

셋째, 탈원전 정책은 원전 산업 생태계를 망가뜨렸다. 정부가 신한울 3·4 호기 등 신규원전 건설을 불시에 취소하면서, 많은 원전업체가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채 날벼락을 맞았다. 일감이 사라진 원전업체들은 사업조직을 축소하거나 사업장을 닫았다. 올해 4월 발표된 ‘2019년도 원자력산업실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원전 기자재 등을 제작하는 원자력공급산업체의 매출액이 2017년 4조7140억 원, 2018년 4조4941억 원, 2019년 3조9311억 원으로 연속 감소하였다. 

넷째, 탈원전 정책은 원전 기술경쟁력을 떨어뜨렸다. 정부는 원자력 연구개발사업 기획 및 예산 편성 시에도 탈원전 정책을 금과옥조로 삼았다. 해체, 사용후핵연료 등 탈원전 정책 기조 유지에 도움이 되거나, 최소한 위배하지 않는 분야의 연구개발사업은 집중지원 하였다. 신형원전 개발 등 탈원전 정책 기조에 맞지 않는 연구개발사업을 중단하거나 연구비를 대폭 감액하였다. 뿌리는 고사시키고 곁가지와 잎에 자양분을 듬뿍 주듯이 연구개발사업을 기획?지원한 것이다. 중소형원전 등 수출전략 품목 개발 시기가 늦춰지면서 시장 선점 기회를 상실했다.

다섯째, 탈원전 정책은 원자력기술 유지의 핵심기반인 인적기반을 망가뜨렸다. 정부의 탈원전 발표는 원전 산업에 시한부 판정을 내린 거나 마찬가지다. 원전 사업을 축소하거나 접는 업체가 늘면서, 일자리를 잃거나 다른 분야로 전직하는 종사자가 늘고 있다. 정부 공인 시한부 산업인 원전 산업에 종사하려는 신진인력은 줄고 있다. ‘2019년도 원자력산업실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원자력 인력이 2017년 3만7261명에서 2019년 3만5469명으로, 1792명 줄었다. 원자력 전공 대학생은 2017년 2777명에서 2020년 3월 기준 2190명으로 587명 감소했다. 더 안타까운 사실은 원자력 인력 감소 여파가 상당히 오래갈 것이고, 회복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올 여름 폭염과 같은 이상기후에 대처하기위해서도 탈원전 정책은 철회돼야 마땅하다. 기후위기는 발등의 불이다. 기후위기 대응으로 우리 경제와 국민 삶이 흔들려선 안 된다. 이 난제의 해결책 중 하나가 탄소배출 없이 전기생산이 가능한 원자력이다. 정부는 원자력 가치를 인정하고 탈원전 정책을 즉시 철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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