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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전기차 게임체인저’ 중장기전략 ‘탄탄대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7.05 15:20

차세대 배터리 개발사 솔리드에너지에 1140억원 투자
배터리 내재화 전략 일환···국내 ‘K-배터리 동맹’도 굳건

2021 03 16 아이오닉 신차 발표 (24)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아이오닉 5 충전구.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현대자동차가 차세대 배터리 개발사 솔리드에너지시스템(Solid Energy Systems)에 과감한 투자를 결정하자 업계에서는 ‘전기차 게임체인저’가 되기 위한 중장기 전략이 체계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LG, SK 등 국내 배터리 기업들과 ‘동맹’을 굳건히 하는 가운데 차세대 기술 개발 역량 확보를 통한 내재화 가능성까지 열어뒀기 때문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리튬메탈 배터리 개발사인 솔리드에너지에 1억달러(약 1136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솔리드에너지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단점을 보완하는 차세대 배터리인 리튬메탈 배터리 시제품 개발에 성공한 회사다.

리튬메탈은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의 일종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리튬이온을 양·음극으로 전하는 역할을 맡는 전해질이 액체가 아닌 고체로 이뤄진 게 특징이다. 덕분에 에너지 밀도가 현재 사용되는 배터리보다 훨씬 높지만 폭발·화재 등으로부터는 안전하다. 리튬메탈은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음극재로 사용되는 흑연보다 에너지 용량이 10배 정도 커 배터리 부피와 무게는 줄이고 주행 거리는 2배 이상 늘릴 수 있다고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현대차가 내부적으로 배터리 내재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차세대 배터리 개발 역량을 모아왔다는 얘기가 들린다. 이미 작년 콘퍼런스 콜을 통해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대차는 이번 지분 투자 결정으로 자체적으로 ‘꿈의 배터리’ 개발을 진행하면서 다른 기업들과 제휴까지 추진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는 분석이다.

LG, SK와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현대차가 ‘배터리 내재화’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기차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화하며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기업간 기싸움 양상이 펼쳐지고 있는데, 현대차가 발 빠른 대처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것이다.

최근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배터리 내재화’를 화두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 제러널모터스(GM)가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포드가 SK이노베이션과 협력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독자노선’을 택하며 내재화 카드를 꺼낸 기업들도 있다. 스웨덴 볼보, 독일 폭스바겐·포르쉐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기술력이 떨어지는 유럽 배터리 기업들과 손잡고 사실상 자체적으로 배터리를 만든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현대차는 ‘K배터리 동맹’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내재화 가능성까지 열어둬 운신의 폭이 훨씬 넓은 셈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두 차례 회동하며 전기차 협력 물꼬를 터 놨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SDI는 국내에서 전고체 배터리를 가장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회사다.

시장의 관심은 현대차와 솔리드에너지의 시너지가 당장 나타날 수 있을지 여부다. 솔리드에너지는 리튬메탈 배터리 시제품 개발에 성공한 상태로 지난 3월 GM과 공동 연구 계약까지 맺었다. 솔리드에너지와 GM은 보스턴 인근에 2023년까지 리튬메탈 배터리 시험 생산 공장을 설립할 예정이며 2025년 최종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에 리튬이온배터리 대신 다른 배터리를 쓸 수 있다면 차량 성능이 엄청나게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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