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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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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코로나 블루와 '정신 경영'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6.03 10:47

윤덕균 한양대학교 명예교수

윤덕균 교수

▲윤덕균 한양대학교 명예교수

코로나19 사태로 병원의 진료과목도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고 한다. 일반 병·의원이 폐업 난을 호소하는 데 반해 ‘코로나 블루’ 확산으로 정신건강의학과는 전년 대비 14% 이상 환자가 늘고 마약류인 항불안제를 처방받은 환자가 작년보다 25%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블루’를 넘어 ‘코로나 분노’가 전반적인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현상을 반영한 것이다. 기업에게는 코로나 분노로 지친 종업원들의 삶에 에너지를 충전하는 ‘정신 경영’이 중요한 과제로 부상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매년 ‘위즈덤 2.0’이라는 정신경영 관련 콘퍼런스가 성황리에 열린다. 특히 정보통신기술(ITC)이라고 하는 첨단 과학기술자들이 비이성과 신비를 대변하는 정신경영에 탐닉하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구글 최고경영자(CEO)인 순다르 피차이,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 샨타누 나라옌 어도비 CEO, 니케시 아로라 팔로알토 네트웍스 CEO 등 세계 최고 정보기술 기업을 주름잡는 인도계 CEO들의 뛰어난 업적이 정신경영의 산물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비롯되었다. 그 시작은 사내에 ‘내면검색이라는 명상 프로그램을 만든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다. 구글 엔지니어인 차드 멍 탄은 이 프로그램에서 명상을 신비주의가 아닌 과학으로 풀어냈다.

여기에 불을 지핀 또 다른 CEO는 ITC 혁신의 아이콘인 스티브 잡스였다. 잡스는 리드대를 자퇴한 1973년 진리를 찾아 대학 동창 대니얼 코트케와 인도를 여행했다. 인도 순례 이후에 본격적으로 로스앨터스 선원에서 선 수행을 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의 삶의 정신적 스승인 코분 치노 선사를 만났다. 동양 사상과 선불교, 깨달음을 특유의 열정으로 받아들여 인성 깊은 곳에 뿌리내렸다. 어려울 때마다 인도로 명상여행을 했다. 그리고 새로운 미래를 여는 혁신적 아이디어와 예술, 기술을 융합하는 통섭의 혁신을 실현했다.

잡스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무엇을 원할 것인가를 읽어내어 새로운 디지털 시대를 열었다. 그 원동력에는 인간의 내면을 통찰하는 명상이 있었다. 잡스는 아무리 바쁜 생활 속에서도 한 시간씩은 명상에 할애했다. 1991년 로렌 파월과 불교식으로 결혼했다. 정신경영을 통한 잡스의 평생 목적은 이윤이 아니었다. 내면의 완성을 향한 여정 속에서 눈부신 외적 성취를 이뤄냈다. 우주와 자신이 서로 연결된 존재이며 둘이 아님을 체험하는 큰 깨달음에서 더 큰 나를 위한 창조가 가능했다. 단순히 기술이 아닌, 보이는 것 너머의 정신을 제품에 담아냈다. 불교의 대자대비 깨달음을 바탕으로 한 제품 혁신이었다. 이러한 애플의 성공이 실리콘 밸리를 정신경영에 빠지게 한 원동력이다.

한국에서 정신경영의 선두주자는 SK그룹이다. 고 최종현 선대 회장 때부터 전사원이 심기신(心氣身) 수련을 받는다. 심기신은 ‘기’를 통해 몸과 마음의 단련법으로 명상·호흡·체조 등으로 구성돼 있다. SK는 심기신 수련 보급을 위해 2007년 비영리법인인 ‘행복 날개수련원’을 개원했다.

삼성전자는 2017년 경북 칠보산에 명상연수원을 열었다. 호흡·걷기·먹기·수면 같은 생활 명상부터 숲·해변 등 자연환경을 활용하는 응용 명상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LG디스플레이도 2017년 경북 문경의 폐교에 명상·요가·다도 교실을 갖춘 ‘힐링센터’를 열었다. 정신경영을 구현하기 위한 글로벌 명상 앱으로는 ‘헤드 스페이스’가 있다.

국내에는 ‘마음보기(마보)’, ‘마인드브리딩’, ‘마음 챙김’ 등의 유료 앱이 있다. 그 외에 KT의 ‘기가지니 명상 서비스’도 있다. 기업은 천 번을 말하고 만 번을 말해도 인간경영 다름 아니다. 이제 정신경영으로 코로나 분노로 지친 종업원의 삶에 에너지를 충전하는 것이 제일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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