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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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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채금리 하락에도 맥 못추는 기술주...‘돈나무 언니’ 펀드까지 위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3.25 14:39

시들어진 개미 관심도 또 다른 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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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월가(사진=A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지난해 미국 증시의 강세장을 이끌면서 개인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받았던 기술주들의 주가가 올들어 맥을 못 추고 있다. 특히 증시하락의 뇌관으로 작용해왔던 미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지난 며칠동안 하락세를 이어왔음에도 불구하고 기술주들은 여전히 제 방향을 잡지 못하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서학개미의 인기 종목인 ‘아크 이노베이션’(ARKK) 향방에 대한 경고음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시들어진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또 다른 악재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24일(미국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09포인트(0.01%) 하락한 32,420.06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21.38포인트(0.55%) 내린 3,889.14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65.81포인트(2.01%) 급락한 12,961.89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장 초반에는 경제 회복 기대를 지지하는 요인들이 우위를 점했지만 기술주 불안이 심화하자 주요 지수 모두 장 막판에 가파르게 반락하며 하락 마감했다. 테슬라는 이날 4.8%가량 내렸고, 애플도 2% 하락했다.

주목할 점은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안정을 찾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술주는 고꾸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금리하락이 주가상승에 호재다’라는 공식이 깨진 셈이다.

10년만기 국채는 수익률은 지난 19일 1.73%까지 치솟았지만 이번주 들어 다시 하락해 이날 1.61%를 기록하는 등 1.6% 수준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빠른 금리 상승에 대한 우려가 다소 줄은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나스닥 지수는 같은 기간 2% 가량 빠졌고 테슬라,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론 등 주요 기술주 역시 반등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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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기술주를 대표하는 ARKK 상장지수펀드(ETF)의 향방을 두고 기술적 측면에서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도 나온다.

혁신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ARKK는 아크 인베스트가 운용하는 ETF 상품 7개(액티브 5개, 인덱스 2개) 중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이며 이 펀드에서 테슬라 비중은 10%를 차지한다. 아크 인베스트는 한국에서 ‘돈나무 언니’라는 별칭을 얻은 미국의 여성 투자자 캐시 우드가 이끄는 글로벌 투자업체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ARKK 수익률은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24일 ARKK는 전 거래일보다 6.92달러(5.69%) 내린 114.7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ARKK는 종가기준 지난 2월 12일 156.58달러를 기록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이때부터 미 10년물 금리가 본격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자 이날까지 27% 가량 빠진 것이다.
이로써 ARKK는 올해 들어 마이너스(-) 7.9%라는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자산운용사 밀러 타박의 매트 말리 수석 시장전략가는 "ARKK는 지난 8일 저점인 110.26달러를 찍고 반등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지난 주에 다시 하락세로 전환했다"며 "24일에는 가격이 114.78달러까지 떨어졌는데 만약 110달러 선이 무너질 경우 기술적으로 봤을 때 매우 부정적인 지표"라고 경고했다.

부정적인 지표에 대해서 말리 전략가는 "저점을 깨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저가매수가 이번에 통하지 않을 경우 많은 사람들이 걱정에 빠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트홀츠 웰스 매니지먼트의 조시 브라운 최고경영자(CEO) 역시 "경기부양책 등으로 인해 자금이 캐시 우드가 운용하는 펀드에 유입될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 결과는 그렇지 않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풍부한 유동성으로 지난 한 해 동안 지수 급등을 견인한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최근 시들해졌다는 경고음이 나오는 점도 악재다. 이런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매수세가 약해져 주가상승에 부정적일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미 경제매체 CNBC는 "한 가지 큰 서프라이즈는 거래량이 줄었다는 점"이라며 "뉴욕증시에서 거래량은 30일 평균대비 80% 수준이고 나스닥의 경우 활동량이 평균대비 90%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CNBC는 이어 "특정 업종에서만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거래량 급감 현상은 이례적이다"고 덧붙였다.

특히 개미들의 반란으로 화제를 모았던 미국 비디오게임 유통업체 게임스탑의 경우 24일 주가가 전장보다 33.8% 떨어진 120.34달러를 기록했지만 거래량은 30일 평균인 3400만 주의 67.6% 수준인 2300만 주에 불과했다.

낙폭이 컸음에도 거래량이 작다는 것은 주식을 매도하려는 투자자들이 많지 않기도 하지만 매수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들도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하루만에 주가가 30% 넘게 빠졌어도 저가매수에 나서려는 투자자들이 없다는 것이다.

게임스탑을 폭등시킨 근원인 소셜미디어 레딧에서 또 다른 관심주로 꼽히는 미국 최대 극장체인 AMC 주가 역시 이날 영화 개봉 연기소식에 15.38% 급락했지만 거래량은 평균대비 3분의 2 수준을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말리 전략가는 "개인투자자들이 떠났다는 것을 보여주는 모양새다"며 "금리상승이나 락다운에 대한 우려가 영향을 끼쳤는지, ‘3월의 광란’에 베팅하기 시작했는지 등 그 이유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3월의 광란은 매년 3월 개최되는 미 대학스포츠연맹(NCAA) 농구대회 열기로 미국 전역이 들썩이는 상황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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