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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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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시스템 반도체' 투자 늘려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3.22 10:00

이미혜 한국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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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혜 한국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

한국은 2019년 기준으로도 세계 반도체 시장점유율이 21%에 달하는 반도체 강국이다. 하지만 품목별로 보면 메모리반도체의 시장점유율은 65%로 압도적이나, 정보의 처리·제어·가공 등을 담당하는 시스템반도체의 시장점유율은 10년간 3% 수준에서 정체돼 있어 아쉬움을 느끼게 한다. 시스템반도체는 4차 산업혁명으로 ICT와 전산업이 융합되면서 자동차, 조선 등 전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동력으로 부상했으나 한국의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은 취약하다.

한국의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이 취약한 것은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반도체의 시장특성, 생산구조, 핵심 경쟁력 등이 상이하기 때문이다. 메모리반도체는 표준 제품 중심의 범용 양산 시장인데 비해 시스템반도체는 통신, 자동차 등 용도별로 특화된 시장을 형성한다.

생산구조도 메모리반도체는 소품종 대량생산방식으로 반도체기업이 설계부터 생산까지 담당하는 종합반도체기업 중심이다. 그러나 시스템반도체는 8000여 종의 다양한 제품으로 구성된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으로 설계전문기업 팹리스(Fabless)와 위탁생산전문기업 파운드리(Foundry)의 분업이 일반적이다. 메모리반도체의 경쟁력은 자본력, 기술력, 대량생산을 통한 가격경쟁력 확보에 달려 있지만 시스템반도체는 수요자 맞춤형 제품을 신속하게 개발하는 것이 관건이어서 설계기술, 우수 인력 확보가 중요하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에 따르면 한국의 시스템반도체 기술수준은 기술선도국인 미국 대비 81%로 선도국과 격차가 크다. 한국의 시스템반도체산업은 취약한 제품 포트폴리오, 파운드리와의 유기적 협력관계 미흡, 고급인력 확보의 어려움으로 성장이 부진한 상황이다. 한국의 시스템반도체 제품포트폴리오는 디스플레이구동칩, 이미지센서,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담당하는 AP 등 소수 분야에 집중되어 있다. 파운드리는 삼성전자가 첨단공정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하면서 세계 2위 파운드리로 부상했으나 파운드리의 대형 고객사 선호, 팹리스와 파운드리간의 기술·물량 수요에 대한 미스매치 등으로 팹리스와 파운드리의 유기적 협력이 미흡한 상황이다. 국내 팹리스는 다수가 중소기업으로 고급 설계인력 확보가 중요하나 대기업 선호, 전문인력 부족 등으로 창업감소의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이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국내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신성장 분야 진출을 통한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기술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 전기차·자율주행, 인공지능 등의 신수요 발생, 신기술 출현 등으로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

자동차산업은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보유한 산업으로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지난해 380억 달러에서 2026년에는 676억 달러로 연평균 10% 성장할 전망이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가전, IT기기에 탑재되는 반도체보다 높은 안정성과 내구성이 요구되어 진입장벽이 높지만 우리기업에게도 자율주행 등 신성장 분야는 기회가 있다. 우리나라의 자동차 분야 팹리스는 극소수로 차량용 반도체 개발 역량이 부족했으나 최근 발생한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 사태로 완성차·1차 부품사의 공급사 다변화 추진이 예상되고, 정부도 미래차 핵심 반도체 기술개발에 2022년까지 20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인공지능(AI) 반도체는 인공지능 구현에 필요한 대규모 연산을 높은 성능과 전력효율로 실행하는 반도체로 시장규모는 2018년 70억 달러에서 2030년 1179억 달러로 2030년까지 연평균 26.5%의 고성장세를 나타낼 전망이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한국의 AI 반도체 기술 수준은 최고 기술 보유국인 미국 대비 81% 수준으로 기술 격차가 존재한다. 하지만 한국이 강점을 보유한 메모리반도체에 연산 기능을 통합하여 미래 반도체 설계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수 있는 PIM (Processing-In-Memory) 기술이 발전하고 있어 한국에게도 기회가 있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어우러져 팹리스의 창업과 제품개발이 가속화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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