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에서 발생한 극심한 남세균 녹조. (사진=강찬수 기자)
영남권의 젖줄 낙동강이 녹조·유해화학물질·중금속이라는 '삼중고'에 시달리며 심각한 환경 위기에 처해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낙동강은 영남지역 수 백만 주민에게 식수를 공급하는 핵심 상수원이지만, 과거의 산업 유산과 현재의 기후 변화가 겹치면서 생태계와 인간의 건강을 동시에 위협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녹조 현상의 심화: 기후 변화와 보 건설이 맞물린 탓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박준홍 교수팀은 지난해 9월 국제학술지 환경 공학 연구(Environmental Engineering Research)에 발표한 논문에서 낙동강이 유해 남세균(Cyanobacteria, 남조류) 발생 측면에서 이미 매우 위험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진단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4대강 사업 이후 낙동강의 평균 유속은 과거에 비해 3배에서 최대 8배까지 감소했으며, 이로 인해 물의 체류 시간이 길어지면서 강이 사실상 '거대한 호수'와 같은 상태로 변했다는 것이다.
연구팀이 2100년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적용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기온 상승이 지속될 경우 녹조 밀도는 현재보다 수 배 이상 증가해 대규모 남조류 발생 기준인 mL당 100만 세포(cells)를 초과할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보를 개방해 유속을 회복하는 조치가 필요하지만, 이미 가속화된 온난화 상황에서는 이마저도 충분한 해법이 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2025냔 12월 중순 낙동강 중하류에서 발견된 물개구리밥 띠. (사진=기후에너지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
▲낙동강 물위에 떠 있는 물개리구리밥. (사진=낙동강유역환경청)
더욱이 12월 중순에는 경남 창원 지역 상수원인 칠서취수장~창녕함안보 인근 2㎞ 구간 낙동강에서 양치식물인 물개구리밥이 긴 띠를 형성한 것이 육안으로 확인됐다.
창원시 측은 “낙동강 물개구리밥은 칠서 취수장 부근에서 약 4-5일간 체류 후 하류로 이동했고, 정수장 취수구는 오탁방지막으로 차단해 체류기간 동안 원수 수질 악화와 그로 인한 칠서정수장 수돗물 수질에 미치는 영향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호수나 늪에서나 발견되는 식물이 강을 뒤덮은 것은 예사롭지는 않다.
▲과불화화합물의 일종인 PFOA와 PFAS 분자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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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화학물질' PFAS: 눈에 보이지 않는 오염
부경대학교 지구환경시스템과학부 양민준 교수팀은 최근 '분석 과학 기술 저널(Journal of Analytical Science and Technology)'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낙동강 수계의 화학적 오염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밝혔다.
낙동강 본류와 지류 23개 지점을 조사한 결과, 총 11종의 과불화화합물(PFAS)이 검출됐으며, 특히 구미 산업단지 인근 지류에서는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기준을 크게 초과하는 과불화옥탄산(PFOA)과 과불화옥탄술폰산(PFOS)가 확인됐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들 물질이 일반적인 정수 처리 과정은 물론 고도정수 처리에서도 완전히 제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건강 위해성 평가 결과, 0~5세 어린이 집단의 경우 일부 지점에서 유해 지수가 위험 임계치를 초과해, 미래 세대의 건강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과불화화합물은 자연계에서 거의 분해되지 않아 '영원한 화학물질'로 불린다. 낙동강에서는 공장 외에도 폐기물 매립시설이나 소화제를 사용하는 미군기지 등에서도 유입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은 2025년 초 '노출 과학과 환경 역학(Journal of Exposure Science & Environmental Epidemiology)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수돗물 내 PFAS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구강·인두암, 소화기계·호흡기계 암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EPA의 새 기준(4ng/L 이하)을 초과할 경우 매년 6,800건 이상의 암이 PFAS 노출로 발생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낙동강 상류 경북 봉화군 석포면의 영풍 석포제련소. 폐광과 제련소에서 배출된 중금속이 낙동강을 오염시키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사진=강찬수 기자)
◇오래된 오염: 호수 바닥에 쌓이는 중금속
충남대학교 해양환경과학과 최만식 교수팀은 최근 '유해 물질 최신 연구 저널 (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 Advances)'에 발표한 논문에서 낙동강 상류 안동호 퇴적물이 과거 광산 개발과 현재까지 이어진 제련소 운영의 영향으로 독성 금속의 거대한 저장고가 됐다고 밝혔다.
퇴적층 분석 결과, 1970~1990년대에는 폐광산에서 유입된 카드뮴과 아연이 주요 오염원이었으나, 2005년 이후에는 인근 아연 제련소의 생산량 증가와 맞물려 카드뮴과 아연 농도가 다시 급증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러한 중금속은 퇴적물에 쌓여 있다가 홍수나 태풍 등 극한 기상 시 재부유·용출돼 생물 농축을 일으키고, 결국 먹이사슬을 통해 인간에게까지 전달될 수 있는 잠재적 '환경 폭탄'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영풍 석포제련소 뒤편에 쌓여 있는 제련 찌꺼기. 중금속이 다량 포함돼 있다. (사진=강찬수 기자)
◇낙동강 수질오염 해법은 없나
정부도 낙동강 수질 개선을 위해 다양한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녹조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공공하수처리시설 방류수의 총인(TP) 기준을 강화하는 개정 하수도법 시행 규칙을 공포했다. 개정 규칙은 5대강(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섬진강) 수계에 있는 하수처리용량이 하루 1만㎥ 이상인 대형 공공하수처리시설 방류수 수질 기준 중 총인 항목을 상수원보호구역 등의 시설과 똑같이 조정하는 내용이다.
기후부는 또 녹조 등으로 수질이 악화됐을 때 보 수문을 개방할 수 있도록 취·양수장 취수구 시설을 개선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최근 대부·중적포·외삼학 등 경남 합천군에 있는 낙동강 일대 양수장 3곳의 취수구 개선사업이 완료했다. 기후부는 남은 66개 취·양수장의 취수구 개선 사업에도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현재는 취수구가 강 수심 중간에 위치해 보 수문을 개방할 경우 취수가 불가능하다.
기후부는 지난 10월 수돗물 속 PFAS에 대한 수질기준을 2028년까지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경북도는 지난 여름 논란이 끊이지 않는 석포제련소 이전 논의를 위해 '석포제련소 이전 타당성 조사 및 종합대책 수립 용역'에 착수했다. 경북도는 용역을 통해 종합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한 뒤 국회·환경부와 협의를 진행할 방침이다.
한편, 기후부는 지난 12월 17일 강변여과수·복류수 활용이나 취수원 이전, 취수 방식의 다변화로 낙동강 물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낙동강 수질을 개선하려면 생태계부터 살려야
최근 발표된 논문 내용을 종합하면 낙동강은 ▶유속 감소로 인한 녹조의 상시화 ▶산업 활동에 따른 미량 유해 화학물질의 지속적 유입 ▶상류에서 누적된 중금속 오염이라는 세 가지 재난이 동시에 진행되는 복합 오염 상태에 놓여 있다.
기후부는 다양한 대책을 내놓았지만, 근본적인 대책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조치는 단기적으로 수돗물의 안전성을 높일 수는 있겠지만, 낙동강이라는 상수원 자체의 오염을 해결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오염된 강을 그대로 둔 채 취수 지점만 바꾸거나 강바닥 아래를 우회해 물을 끌어오는 방식은, 시민들의 불안을 잠시 피해 가는 기술적 해법일 뿐 강의 건강을 회복시키지는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PFAS와 같은 난분해성 화학물질과 퇴적물에 축적된 중금속은 취수 방식을 달리한다고 사라지지 않으며, 홍수나 기후위기로 재부유될 경우 언제든 다시 수계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
녹조 역시 보로 인해 느려진 유속과 상승하는 수온이라는 구조적 조건이 바뀌지 않는 한, 계절 관리나 취수 대안만으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남세균 독소가 수돗물 뿐만 아니라 에어로졸 형태로 공기 중에 떠다닌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결국 상수원 문제를 '식수 공급의 기술'로만 접근하는 한, 낙동강 생태계는 되살아날 수 없고 시민들의 우려 역시 근원적으로 해소되기 어렵다.
논문을 쓴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낙동강을 다시 생명의 강으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취수원 논의를 넘어, 보 운영의 전면적 재검토와 물 흐름의 회복, 산업단지와 상류 오염원에 대한 강력한 규제, 그리고 강 자체를 정화·회복의 대상으로 삼는 정책 전환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안전한 물은 강을 피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강이 건강해질 때 비로소 확보된다는 점을 이제는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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