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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기후부의 에너지믹스 토론회, 알고보니 탈원전 토론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12.23 14:26

기후부, 30일·내년 초 ‘탄소중립 에너지믹스’ 주제 국회토론회 개최
‘바람직한 에너지믹스’ ‘무탄소 전원체계 해법, 원전의 역할’ 핵심 논의
섭외 중인 패널 20여명 중 文정부 공론화 참여 등 대부분 탈원전 인사
탈석탄 주장 단체 인사들도 다수…원전 및 산업 전문가는 2명 남짓
원전업계 “신규 원전 2기는 이미 확정된 정책, 재논의 하는 것은 부적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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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광역시 울주군에 위치한 신고리 5,6호기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연속으로 에너지믹스를 주제로 국회토론회를 열 예정이지만, 일각에서는 사실상 탈원전 토론회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섭외 중인 토론패널 가운데 탈원전, 탈석탄을 주장하는 이들의 비중이 더 높기 때문이다. 원전업계는 이번 토론회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이미 확정된 신규 원전 2기 건설을 재논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에너지믹스 토론' 내세웠지만…초점은 원전 2기 건설 여부

본지가 단독 입수한 기후에너지환경부 내부 문건에 따르면, 기후부는 오는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탄소중립을 위한 바람직한 에너지믹스 방향'을 주제로 1차 대국민 정책 토론회를 연다. 내년 초에는 2차 토론회를 열어 재생에너지 간헐성, 전력계통 유연성, 원전의 역할과 안전성을 논의할 계획이다.


두 차례 토론회 모두 장길수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총괄위원장이 직접 좌장을 맡고, 발제자 3명 이후 10여 명이 참여하는 패널 토론 방식으로 진행된다. 당초 김성환 기후부 장관이 직접 좌장을 맡으려 했으나 일각에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장 위원장으로 교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와 병행해 대국민 여론조사도 실시할 예정이다




형식상으로는 에너지 전반을 다루는 정책 토론회지만, 실질적인 쟁점은 이미 법과 국회 합의로 확정된 '신규 원전 2기 건설 계획'을 다시 묻는 데 있다고 정치권 및 원전업계는 보고 있다.


한 야권 관계자는 “국회의원 신분이라면 얼마든지 토론회를 개최해도 된다. 그러나 주무부처 장관은 여야가 합의한 정부 계획을 실무적으로 추진하는 게 본래의 역할이다. 심지어 김 장관은 11차 전기본 수립 당시 합의했던 의원 중 한명"이라고 지적했다.


토론자 20인 중 '원자력 전문가'는 2명뿐...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인사 또 포함

정부가 섭외 대상으로 정리한 토론자 명단을 보면, 원자력 분야 교수와 산업계 고위 관계자를 제외하면, 원자력 기술·산업을 전문적으로 다뤄온 인사는 사실상 찾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다수의 토론자는 시민단체, 정치권, 에너지전환 진영에서 탈원전 또는 탈석탄을 지속적으로 주장해 온 인사들로 분류된다. 특히 문재인 정부 당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에서 '건설 중단'을 주장했던 유명 인사를 비롯해, 당시 탈원전 논리에 앞장섰던 인사들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에너지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이미 한 차례 원전 건설 중단을 주장했던 인사들이 다시 다수 참여하는 구조"라며 “결론을 정해놓고 공론화 형식을 반복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2017년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공약으로 내세운 신고리 원전 5,6호기의 건설 중단에 대해 국민여론을 듣고 결정하겠다며 공론화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위원회는 시민참여단 500명을 선정해 이들과 수많은 토론회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는 건설을 재개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고 이를 정부에 권고안으로 제출했다.


한 원자력 업계 관계자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때도 토론 구조와 인적 구성의 편향성이 논란이 됐는데, 이번 신규 원전 토론회가 그때의 데자뷔처럼 느껴진다"며 “결국 원전 축소 쪽으로 결론을 유도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야합의로 확정된 사안 다시 묻는 것 자체가 이례적, 대통령 발언과도 엇박자

신규 원전 2기 건설은 지난 2월 여야 합의로 확정돼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사안이다. 법적 절차를 거쳐 확정된 정책을 다시 공론화 대상으로 올리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럼에도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사회적 합의가 부족했다"며 재검토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책 결정 이후 다시 여론에 부치는 방식이 반복되면, 에너지 정책 전반의 예측 가능성이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기후부 업무보고에서 “에너지는 이념이 아니라 과학의 영역"이라며, 정치 논리가 아닌 효율성과 타당성에 기반한 판단을 주문했다.


그러나 원전 전문가 비중이 극히 제한된 토론회 구성은, 이러한 대통령 발언과도 엇박자를 낸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론화가 아니라 기울어진 토론"

전문가들은 공론화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 공론화 설계의 공정성을 지적한다.


한 에너지 정책 전문가는 “다양한 의견을 듣는 것과, 특정 방향의 의견을 다수 배치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이번 토론회는 사회적 합의를 넓히기보다 오히려 불신을 키울 위험이 있다"며 “공론화는 결론을 열어두는 과정이다. 그러나 과거 한쪽 결론을 주장했던 인사들이 다수를 차지한 토론은 출발선부터 기울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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