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종료를 앞둔 엔씨소프트 '호연'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성적이 부진한 게임의 서비스를 잇달아 종료하며 라인업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작품을 장기간 유지하기보다, 검증된 핵심 지식재산권(IP)에 자원을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23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수집형 역할수행게임(RPG) '호연'과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블레이드 앤 소울2'(이하 블소2)의 서비스를 각각 내년 2월 19일과 6월 30일 종료하기로 했다. 넥슨 역시 내년 2월 26일을 끝으로 배틀로얄 게임 '슈퍼바이브'의 운영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공통점은 이용자 지표와 매출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이른바 '돈이 안 되는 게임'을 빠르게 정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호연은 출시 초기 월간활성사용자수(MAU)가 8만명 수준에 달했지만, 최근에는 2000명대까지 급감하며 지표 부진을 겪었다. 블소2 역시 회사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대에 머무르는 등 아쉬운 성적을 냈다.
슈퍼바이브는 글로벌 인기 게임 개발진이 참여한 신작으로 출시 전부터 주목을 받았지만, 얼리 액세스(앞서 해보기)와 정식 출시 이후에도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라이브 서비스 게임은 운영 기간이 길어질수록 인력·마케팅·서버 비용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실적 개선 가능성이 낮은 작품을 유지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부담이 클 수밖에 없으며, 최근 게임사들이 잇달아 서비스 종료를 결정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시장 환경 악화와도 맞물려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전국 10세∼69세 국민 1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5 게임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국민의 게임 이용률은 50.2%로 전년도 59.9% 대비 약 9.7%포인트 감소했다. 이는 콘텐츠진흥원이 전체 게임 이용률 집계를 시작한 201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신규 이용자 유입이 둔화되고 기존 이용자들의 소비 성향도 보수적으로 변하면서, 게임 시장 전반의 성장세가 꺾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주요 게임사들은 무리한 라인업 확장 대신 '확실한 카드'에 자원을 집중하는 전략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서비스 종료를 앞둔 넥슨 '슈퍼바이브'
엔씨소프트는 신작 MMORPG '아이온2'의 흥행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며 대표 IP 중심의 반등을 노리고 있다. 기존 대형 IP가 보유한 팬층과 브랜드 파워를 최대한 활용해 실적 회복의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계산이다.
넥슨은 글로벌 시장에서 흥행 중인 신작 '아크 레이더스'에 화력을 집중하는 한편, 기존 인기 IP를 재해석해 포트폴리오 전반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올해 넥슨 인기 IP를 기반으로 새롭게 선보인 '퍼스트 버서커: 카잔'과 '메이플 키우기', 2025년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수상한 '마비노기 모바일'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메이플 키우기'는 출시 이후 3주 넘게 국내 모바일 양대 마켓 매출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대만과 싱가포르 앱스토어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 북미 시장에서도 흥행을 이어가며, 넥슨의 IP 재해석 전략이 글로벌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서비스 종료 흐름을 단순한 실패 정리가 아닌, 불황 국면에서의 구조 재편 과정으로 보고 있다. 이용률이 낮은 게임을 과감히 정리하고 핵심 IP와 차기작 개발에 집중하는 편이 장기 경쟁력 확보에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개발비와 마케팅비, 서비스 운영비가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흥행 가능성이 낮은 작품을 장기간 가져가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며 “핵심 IP와 글로벌 확장성이 검증된 소수 타이틀에 자원을 집중하는 흐름이 더욱 굳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용자 입장에서는 서비스 종료가 잦아지면서 피로감과 신뢰도 저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선택과 집중 전략이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흥행작 발굴뿐 아니라, 장기 서비스에 대한 신뢰 회복 역시 주요 과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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