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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교수들, 사막에 가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0.06.09 10:02

최광식 박사<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책임연구원>

작년 말 아랍에미리트(UAE)에의 원전 4기 수출과 금년 초 요르단에 연구로 수출 확정 이후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우리나라의 원자력분야 교류가 활성화되고 있다. ‘한번 뜬 백일(白日)이 불사신같이 작열하고 일체가 모래 속에 사멸한 영겁(永劫)의 허적(虛寂)에, 오직 알라의 신만이 밤마다 고민하고 방황하는 열사(熱砂)의 끝’이라는 유치환의 시 정도로 알려져 있던 곳, 거기에 한국 원자력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기대를 모으던 요르단의 원전 건설은 일본 미쓰비시중공업과 프랑스 아레바사가 가져갔지만, 정부가 터키 시놉지역의 원전 2기 건설수주를 위해 공을 들이고 있으니 가까운 시일 내에 또 한 번 좋은 소식이 있을지도 모른다.

한국전력, 한수원과 UAE의 원자력에너지공사(ENEC)와의 협력이 활성화되면서 신고리 3,4호기 건설현장은 밀려드는 방문자들로 몸살을 치른다. 그뿐 아니다. 교육과학기술부 및 규제전문기관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과 UAE의 규제기관 연방원자력규제청(FANR)간의 업무협력약정이 5월 25일에 서명되었고 지난 주 KINS에서는 한국의 규제체제와 인허가에 대한 워크샵이 개최됐다. 7월에는 현지에서 신고리 3,4호기 인허가에 대한 워크샵이 열린다.

중동지역과의 교류는 전문인력양성 분야에서도 활발하다. 작년 9월 KINS-KAIST가 공동 개설한 ‘원자력안전 석사과정’에, 금년 9월에는 UAE를 포함한 중동국가들도 참여해 15명이 이 과정에 들어올 예정이다. 중동지역과의 인력교류는 특히 아부다비의 칼리파 과학기술연구대학(KUSTAR)과 KAIST가 작년 말 맺은 협력약정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데, KAIST는 KUSTAR에 원자력공학과 개설을 지원하고 있다. 당장 이번 주에 이 대학의 남녀학생 각 20명이 KAIST를 방문한다.

흥미로운 것은 문화적인 이유로 남녀학생들 간의 방문일정을 분리한다는 점이다.

신밧드의 모험이나 알라딘의 요술램프 등으로 신비 속에 싸여있던 땅, ‘한손에는 칼, 한손에는 코란’이라는 적극적 선교국으로 알려져 있는 지역, 9.11 이후 일부 과격한 종교적 근본주의자들의 행동으로 때로 비난받기도 하는 그 아랍지역의 문화가 이제 한국으로 밀려들고 있다.

한국은 원자력분야의 수출, 지식과 기술의 전수 외에 현실로 다가온 아랍문화의 수용과 대응이 불가피해졌다. KAIST는 이미 주한 UAE 대사부인을 초청, 그 나라의 역사, 문화 관습에 대해 강의를 들었다. 중동문화를 이해한다는 것은 이들의 종교적 계율과 성향을 이해하는 것이다. 매일 메카를 바라보며 다섯번씩 예배를 드리는 이들의 의식 속에 존재하는 종교적 근본주의 성향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는 또 하나의 큰 과제이다.

유럽지역이나 우리나라의 기독교단에서는 이들 나라가 적극적 선교국이었다는 역사의 기억을 떠올리며 우리나라가 이에 노출되는 것에 대해 우려하기도 한다. 또한 중동지역 원자력의 건설로 인력교류가 더욱 늘어나는 만큼, 이들의 잦은 방문을 틈타 혹시 침투할 수도 있는 일부 급진주의자들의 원자력시설 테러에도 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야자수모양의 팜 아일란드, 세계지도 모양의 더월드 등 야심찬 인공섬 건설과 콘도분양, 세계 최고 높이의 버즈칼리파 빌딩으로 알려진 곳 UAE. 이미 몇 명의 한국인들이 스카우트 되어 갔지만, 이제 4명의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들이 곧 뜨거운 아부다비 KUSTAR에 강의를 하러 떠난다. 서정주 시인은 그의 시 ‘바다’에서 신묘한 가락으로 이렇게 읊었다. ‘오 어지러운 심장의 무게 우에 풀잎처럼 흩날리는 머리칼을 달고 이리도 괴로운 나는 어찌 바다에 그득해야 하는가. 눈뜨라 사랑하는 눈을 뜨라... 청년아. 산 바다의 어느 동서남북으로도 밤과 피에 젖은 국토가 있다. 아라스카로 가라 아라비아로 가라...’

우리 KAIST 교수들이 그 아라비아의 사막에 먼저 진출해 원자력인력 교육에 열정을 바침으로써 우리 원자력산업 발전과 이 지역과의 협력의 기초를 굳게 다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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