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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민간업체 전기차 충전소 모습. |
[에너지경제신문=여헌우 기자] 한국전력이 전기차 보급 활성화를 위해 시행했던 특례할인 제도를 폐지하기로 하면서 시장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민간 충전소 사업자들은 그럴 경우 경영 자체가 힘들진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고, 일각에서는 보급이 늘어난 만큼 전기차 혜택을 줄일 시점이 왔다는 정반대의 의견도 나온다.
◇ 충전소업계 "사업성 저하에 소비자에 부담전가"
◇ 충전소업계 "사업성 저하에 소비자에 부담전가"
25일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작년 말 이사회를 열고 전기요금 특례할인을 원칙적으로 종료하기로 의결했다. 여기에는 전기차 충전 전력 요금인하와 기본요금 부과 면제 혜택을 올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없앴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한전은 정부의 전기차 활성화 정책에 발맞춰 2017년부터 작년까지 전기차 충전기의 기본요금을 받지 않았다. 월간 비용으로 따지면 7kW급 완속충전기 1기당 2만 534원꼴이다. 그랬던 기본요금을 올 7월부터 50%, 내년 7월부터 75%, 2022년 7월부터 100% 부과한다는 계획이다.
소비자가 내는 요금도 정상 수준으로 회복된다. 기존에는 전기차 운전자들이 전력 요금을 50%만 부담했지만, 7월부터는 할인율이 30%로 낮아진다. 내년 7월부터는 10%만 깎아주고 2022년 7월 이후에는 할인 제도가 아예 없어진다.
한전의 이 같은 결정에 민간 충전소 사업자들은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당장 비용이 부담스럽다. 충전기 1기당 2만 원씩만 낸다 쳐도 연간 수십억 원 가량의 손실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민간 충전기 사업자는 파워큐브, KT, 지엔텔, 에버온,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 등으로 대부분 수천기 수준의 충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전국에 설치된 충전기는 4만기를 약간 넘는데, 이 중 공공용 충전기는 1만 4000여기에 불과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기본요금을 내야 한다면 소비자들에게 받는 요금을 2배 가량 올릴 수밖에 없다”며 “2022년 이후에는 3~4배 가량을 올려야 하는데, 전력 요금 할인 혜택도 사라지는 만큼 운전자가 체감하는 인상률은 더 높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전이 환경부의 정책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환경부는 그간 민간 충전소 사업자들에게 보조금을 주면서 인프라 확장을 독려해왔다. 최대한 많은 충전기를 설치할 수 있도록 유도해놓고, 이제 와서 기본요금을 내라는 게 황당하다는 게 민간 사업자들의 입장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한전이 최근 직접 전기차용 충전기를 설치하는 사업을 시작했는데, 이 시점에 민간 기업에게 기본요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한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고 짚었다.
완성차 업계에서도 한전의 이 같은 결정에 비판적인 의견이 다수 나온다. 정부가 전기차 시장을 활성화하겠다고 공언해 신차를 대거 개발·출시했는데, 자칫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전기차 시장은 2018년 3만 1696대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하며 분위기를 탔다. 지난해에는 3만 5063대로 성장률이 10%대에 그쳤다. 정부가 세운 올해 보급 목표(수소차 포함)는 9만 4000대다.
◇ 전기차 요금 정상화 당연한 수순···“단계적 접근 합리적”
한쪽에서는 한전이 전기차 관련 요금 특례할인을 폐지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올해 전기차 누적 보급대수가 20만대에 육박하게 되는데, 이들에게 무한정 혜택을 주는 것은 일반 운전자들을 ‘역차별’하는 행위라는 논리다. 그간 전기차 충전소 설치나 차량 구매 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도 ‘세금 낭비’라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한전이 공기업이긴 하지만 특례할인을 제공할 의무는 없다는 목소리도 크게 들린다. 한전은 탈원전 정책의 여파로 지난해 1조 3566억 원에 달하는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역대 2번째로 큰 적자폭으로, 수익성 개선이 절실한 시점이다.
그동안 급속충전기 전기 요금을 깎아주는 행위를 이해하기 힘들다는 강도 높은 비판도 있다. 비상용이 목적인 공공 급속충전기를 일반인이 사용하면 정상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은 심야시간 등에 완속충전을 이용하는 게 올바르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실제 일본의 경우 이용 시간이나 방법 등에 따라 전기차 충전 요금을 20배 가까이 차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필수 한국전기차협회 회장(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은 “하루 중 여유 있는 잉여전력을 사용할 수 있게 소비자를 이끄는 정책이 중요하다”면서도 “전기차 보급과 충전기 인프라 사업 등은 무엇보다 민간 비즈니스 모델 구축이 필수적인데, 지금 상황에서 기본요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