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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판’ 한중 무역전쟁 시작되나…정부, 중국의 ‘판호발급 중단’ 대응책 적극 검토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9.10.23 13:45

▲(사진= 모바일인덱스 Top 100 홈페이지)


[에너지경제신문 정희순 기자] 중국 정부의 판호 발급이 수년째 중단 중인 가운데 정부가 강경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최근 마무리된 국정감사에서 게임 산업의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판호 발급 중단에 대응하겠다며 국내 시장에 유통되는 중국게임에 대한 수입규제, 세계무역기구(WHO)에 제소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관련업계는 이를 ‘게임 판 무역전쟁’의 시작으로 보고, 관련동향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 정부, 2년 넘게 소득 없던 中 판호 문제 강경 대응할까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는 중국의 판호발급 중단에 대한 대응책을 고심 중이다. 최근 마무리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경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게임 산업의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 중국 정부가 한국 게임에 대해 2년 넘게 발급을 중단한 판호 발급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조 의원은 이 문제를 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하라고 강조하며,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중국 게임의 국내 서비스를 제한하는 ‘맞대응’ 조치도 주장했다. 이에 문체부 측은 대응책을 전반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판호’는 중국 내 게임 서비스를 위한 일종의 유통허가증이다. 중국 정부는 우리 정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THAAD)를 배치한 이후인 지난 2017년 3월부터 한국게임에 대한 판호를 내주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모든 게임을 대상으로 판호 발급을 전면 중단했다가 재개하면서 올 상반기 미국, 일본 게임 등에는 판호를 내줬지만, 국산 게임에는 여전히 판호를 발급하지 않고 있다.

그 사이 중국기업들은 국내 게임시장에 스며들어왔다. 23일 3대 모바일 앱 마켓의 게임 랭킹 순위를 집계하는 ‘모바일인덱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매출 순위 10위권 내에는 라이즈오브킹덤즈(릴리스 게임즈, 3위), 랑그릿사(지롱게임즈, 8위), 라플라스M(지롱게임즈, 10위) 등 중국산 게임 3종이 이름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맞대응은 혼란만…" "국가적 차원에서 판호 문제 움직여줘야"


관련업계는 우리 정부가 중국의 판호 발급 문제에 대해 대응책을 고심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다만 국내에 유통 중인 중국산 게임을 규제해 맞대응에 나서야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오히려 업계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판호 발급이 재개될 수 있도록 대응책을 고심하겠다는 말은 반가운 이야기지만,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나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규제하니 우리도 규제로 맞서야 한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며 "중국이 판호 발급을 중단한 이유를 공식적으로 밝힌 바가 없고, 중국의 시장 규모 자체가 우리보다 월등하게 크기 때문에 ‘맞대응’ 정책은 결국 우리에게 화살이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매번 국감 때마다 판호 발급 이슈는 반복돼 왔지만 딱히 묘수를 찾아내지 못한 것으로 안다"라며 "구글이나 애플을 통해 들어오는 중국 게임을 막을 명분이나 방법이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WTO 제소 등의 방식이 오히려 이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지적한다. 판호 발급 문제가 비단 게임산업에만 국한한 일이 아니라 외교적 문제와도 결부돼 있는 일인 만큼, 해당 이슈를 더 수면 위로 끌어올려야한다는 주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판호 발급 재개 이슈는 문체부에서만 다룰 문제가 아니라 외교부에서도 심도 깊게 들여다봐야할 문제"라면서 "미래성장산업인 게임산업을 위해서라도 판호발급 이슈는 범정부적 차원에서 폭넓게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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