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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 주 딕슨에 위치한 PG&E(퍼시픽가스 앤드 일릭트릭)의 태양광 발전소에서 조슈아 발데즈 태양광 기술자와 팀 위즈덤 선임 플랜트 매니저가 발전소를 둘러본 후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AP/연합) |
햇빛으로 전력을 공급받는 친환경 에너지 시대가 눈앞이다.
태양광 발전은 도널드 트럼프라는 거대한 위협요인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성숙하고 있다. 미국에서 2020년 연방 정부의 유틸리티 규모 태양광 발전단가 목표치를 3년 앞서 달성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이는 보조금을 포함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실제 기술은 더 빠른 속도로 비용효율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캘리포니아, 하와이 등 일조량이 풍부하고 지원책이 풍부한 일부 지역에서는 그리드 패리티를 이미 달성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에너지 전문가인 켄트 무어스는 "이제 초기 단계는 어느 정도 마무리 됐으니 다음 단계를 모색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유틸리티 규모를 너머 주거용과 상업용 태양광 발전단가를 낮추고, 직류에서 교류로 변환할 때 발생하는 전력 손실 등 보다 다차원적으로 접근해야 할 때라고 그는 강조했다.
◇ 태양광 발전 비용 ‘뚝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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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인 2011년 미국 에너지부(DOE)는 선샷 이니셔티브(SunShot Initiative) 프로그램을 도입한다. 이 제도는 태양광 발전 활성화를 위해 2020년과 2030년까지 유틸리티 규모, 상업용, 주거용 태양광 발전의 발전단가를 화석연료와 경쟁할 수 있는 수준까지 낮추는 것을 목표로 했다.
당국은 선샷 이니셔티브를 통해 민간기업과 국립연구소, 주정부 지방정부에 풍부한 자금을 제공하면서 태양광 회사들이 패널 비용을 줄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실제로 지난해 발전소 규모 태양광 건설 비용은 2010년 대비 70% 가량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목표치를 계산하는 데, 연방정부의 세제 혜택이나 주 정부·지방정부의 보조금, 재생 에너지 관련 사업과 투자 기업에 대한 세액 공제 프로그램(Investment Tax Credit, ITC) 등 지원제도를 일체 포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보조금 없이 화석연료와 경쟁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단가가 하락한 것이다.
정부는 지난 2011년 선샷 이니셔티브를 도입하면서 2020년까지 유틸리티 규모의 태양광 발전단가를 kWh당 0.06달러, 상업용 0.08달러, 주거용 0.10달러로 낮추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유틸리티 규모의 태양광은 목표 시점보다 3년 앞서 달성하면서 각국 정부의 기대치도 높아지고 있다.
상업용과 주거용 태양광 발전의 목표는 물가상승을 반영해 조정했으나, 유틸리티는 그렇지 않았다. 미국 내 전력 도매가격이 2010년부터 2017년 거의 변화가 없었던데다, 심지어 감소하는 흐름마저 보였기 때문이다.
무어스 전문가는 "비교적 초기 단계에서 이니셔티브가 예상했던 것보다도 더 빠르게 발전단가가 하락하고 있다"면서 "2030년까지 유틸리티, 상업용, 주거용 태양광 발전단가를 각각 0.03달러, 0.04달러, 0.05달러로 2020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정부의 2단계 계획은 이미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2030년 장기 목표는 전력 운용의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데 초점을 새롭게 맞추고 있다. 송전망 통합 접근성을 높이고, 양방향 전력 흐름을 활성화하고, 수요 반응 속도를 높이고, 전기차 충전에 최적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데 고심하고 있다.
무어스 전문가는 "태양광 발전기술의 진보는 배터리 저장 비용 하락과 결합돼, 경제적인 면에서도 경쟁력 있는 태양광 발전이 미국 전역에 널리 보급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나아가 태양광이 풍력 등 다른 재생에너지 발전 시스템과 결합해 더 큰 통합이 가능해질 것"이라면서 "앞으로 개별에너지원 간 통합할 수 있는 능력은 점차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 상업용, 주거용 태양광 발전단가 하락 ‘관건’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는 유틸리티 규모 태양광 발전의 성공을 태양광(PV) 하드웨어 가격 하락, 모듈 효율성 향상, 인건비 절감의 결과로 풀이했다.
문제는 주거용과 상업용 태양광 발전이다. 유틸리티 규모 태양광과는 달리, 주거용과 상업용의 발전속도는 훨씬 느리다. 선샷 이니셔티브 제도가 처음 시행된 6년 전과 비교해 유틸리티 규모는 70% 이상 하락한 반면, 주거용과 상업용은 각각 6%, 15% 하락하는 데 그쳤다.
판매세와 간접세가 주거용 태양광 발전 적용에 있어 가장 비싼 요소로 남아있는 탓이다. 에너지부는 주거용 태양광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되는 간접세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무어스 전문가는 "주거용과 상업용 태양광 발전 같은 경우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유틸리티 규모의 발전단가가 그리드 패리티를 달성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태양광 업체 전체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예상했다.
미국 태양에너지산업협회(SEIA)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분기 설치된 PV 패널 중 60% 가량이 유틸리티 규모의 태양광으로 집계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생에너지연구소는 "상업용과 주거용 모두에서 2020년 정부의 태양광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발전단가가 현재 가격보다 85% 이상 추가하락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르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태양광 시장이 성숙하기 위해선 극복해야 할 기술적·네트워크적인 장해요인이 많다.
이와 관련, 무어스 전문가는 "발전단가 하락이라는 측면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뒀지만, 직류로 생산한 전력을 교류로 전환하는 ‘인버전(inversion)’ 비용은 태양광 발전단가를 더 낮추는 데 있어 가장 큰 제약 조건"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선샷 이니셔티브의 역할이 향후 태양광 업계의 승패를 가르는 핵심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 태양광 발전 기술, 여전히 남는 문제들…
하지만 갈길은 아직도 멀다. 태양열은 직류(DC)로 전력을 생산하지만, 발전소에서 생산한 에너지를 전력망이나 네트워크로 옮기기 위해선 교류(AC)로 변환해야 한다. 이른바 ‘인버전(inversion)’이다.
아직까지 인버전 기술 발전 수준이 높지 않은 만큼, 안정적인 전력변환 기술이 상용화되기 전까지 전력망을 통해 이동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전력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전체 생산량 중 손실되는 비율이 50%에 달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무어스 전문가는 "전력 손실분이 크다는 점은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전통 발전원을 넘어서는 데 있어 가장 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태양광 발전에서 배터리/에너지지정장치(ESS) 기술을 반드시 필요로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특히, 재생에너지를 주전력원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24시간, 일주일 내내 안정적이고 일정하게 전력을 공급할 수 있어야 하는 게 핵심이다. ESS 없는 태양광 발전은 태양이 떠있고, 바람이 불 때만 사용가능한 보조발전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넘어야 할 과제는 쌓여있지만, 태양광 발전의 앞날은 창창하다는 게 무어스의 주장이다.
지난 10년간 미국 내 태양광 패널 설치량은 2007년 1.1GW에서 올해 47.1GW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는 91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무어스 전문가는 "여러 난제들에도 불구하고, 선샷 이니셔티브의 빠른 성공은 태양광 발전 성장세의 속도가 당분간 늦춰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