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중구 명동 일대 거리의 모습. 연합뉴스
올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가 사상 처음으로 2000만명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내수 소비 전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분기 실적 부진으로 주가 모멘텀이 약화됐던 유통·화장품 업종이 외국인 소비 확대를 계기로 반등의 기회를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 KRX 경기소비재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0.09포인트(0.90%) 상승한 1126.94를 기록했다. 업종 전반에 대한 기대감이 점차 반영되고 있다는 평가다.
증권가에서는 하반기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본격화되면서 유통 업종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중국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 허용(9월 29일~내년 6월 30일)과 K-컬처 열풍이 맞물리며 연간 관광객 수가 2000만명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최고치(1730만명)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외국인 소비 여력은 이미 통계에서 확인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분기 외국인의 국내 신용카드 사용액은 약 38억달러(5조3000억원)로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국내 소매 판매액의 3.3%에 달하는 규모다.
대신증권은 “외국인 소비가 내수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며 “관광수입 증가가 유통과 서비스업 전반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일본 사례도 시사점을 준다. 일본은 외국인 방문객 급증기인 2022~2024년 소매시장 성장률이 GDP 성장률을 크게 웃돌았고, 주요 백화점 및 소매업체 주가가 동반 상승했다. 당시 이세탄 미츠코시, 타카시마야, 돈키호테 등을 보유한 PPIH의 외국인 매출 비중은 5~7%에서 12~15%로 확대됐다. 대신증권은 “국내 백화점의 외국인 매출 비중은 현재 5~6% 수준이지만, 중장기적으로 10% 이상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대신증권은 유통 업종 최선호주로 현대백화점(목표가 10만원)을 제시했다. 글로벌 소비자 마케팅 역량과 주주가치 제고 정책이 돋보이고, 외국인 소비 증가 수혜가 가장 뚜렷할 것으로 평가된다. 신세계(목표가 22만원)와 호텔신라(목표가 6만원)도 관심 종목으로 제시됐다.
화장품 업종은 외국인 쇼핑의 핵심 품목으로 꼽히며 구조적 성장 기대가 크다. 과거 면세점에 집중됐던 소비는 최근 올리브영, 다이소, 플래그십 매장으로 다변화되고 있다. 올리브영은 성수·홍대·강남 등 관광 동선 핵심 입지에 매장을 두고, 다양한 인디 브랜드와 체험형 공간을 내세워 외국인 매출 비중이 올해 상반기 30%를 넘어섰다. 롬앤 등 K-뷰티 브랜드의 플래그십 매장은 외국인 팬덤 소비지로 자리잡으며 새로운 유통 채널로 부상했다.
대신증권은 “국내에서 경험한 K-뷰티 브랜드가 귀국 후 역직구와 현지 재구매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본격화되고 있다"며 “글로벌 팬덤을 기반으로 한 매출 확대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투자 전략과 관련해 대신증권은 아모레퍼시픽(목표가 16만원)과 코스맥스(목표가 30만원)를 최선호주로 제시했다. 아모레퍼시픽은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H&B 채널 확장이 강점으로 꼽혔고, 코스맥스는 글로벌 1위 ODM으로 인디브랜드 성장세의 최대 수혜주로 평가됐다. 코스메카코리아(목표가 9만원)도 관심 종목으로 제시됐다.
유정현·정한솔 대신증권 연구원은 “전세계적으로 확산된 K-컬처·K-뷰티 열풍과 무비자 정책 시행으로 외국인 소비가 구조적으로 확대되는 국면"이라며 “국내 유통과 화장품 업종이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면서 밸류에이션 리레이팅 기회를 맞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