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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기고] 음주운전만큼 위험한 감기약 운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6.12.14 11:37

이수일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 박사

현대해상 이수일 박사

▲현대해상 이수일 박사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는 지난 1월 무심코 복용하는 혈압약, 감기약 등 각종 의약품 성분이 안전운전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국내외 자료, 전문가와 운전자 설문, 우리 회사 고객 자료를 기반으로 의약품과 사고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다.

유럽의 18개국 36개 연구소가 참여해 2006년에서 2011년까지 운전 중의 약물복용이 안전운전에 미치는 영향을 DRUID연구프로젝트로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는 운전자들이 주로 복용하는 의약품의 성분을 조사해 운전의 영향도를 평가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의약품의 안전운전 영향도를 0~3까지 4단계로 구분해 픽토그램 형태로 의약품에 표기하고 복용시 인지할 수 있도록 알려주는 것이다.

의약품에 빨간 삼각형의 픽토그램을 표시해 운전 시 주의하라는 정보는 스웨덴에서 1972년에 최초로 시도됐다. 프랑스는 의약품의 운전 영향도를 3단계로 구분해 3가지 색상의 픽토그램을 이용하고 있고 각 단계별로 주의해야할 사항을 제시하고 있다. 3단계에서는 운전을 하면 위험하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

이처럼 유럽에서는 의약품 복용 후 운전에 미치는 영향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일반인들이 알기 쉽도록 픽토그램을 통해 알려주어 사전에 사고위험을 예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기 몸 상태에 따라 의약품을 복용하지만 이것이 운전에 영향을 미친다고는 생각하지 못한다. 하지만 지난해 비염약을 복용하고 몽롱한 상태에서 운전하다 아파트주차장에서 30여 대의 차량을 들이받으며 질주하는 사고가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의약품이 안전운전에 큰 위협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됐다.

의약품 복용을 통해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 가운데 운전에 영향을 미치는 증상으로는 졸음, 어지러움, 시야장애, 피로, 착란, 환각 등이 있다.

이에 따라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는 전문가(약사) 평가를 거쳐 질환별로 처방되는 주요 의약품 성분을 추출한 뒤 부작용과 지속시간을 기준으로 영향도를 분석했다.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 중에는 비염치료제의 영향이 가장 컸으며, 그 다음으로 종합감기약, 피임제, 진통제 순서로 안전운전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항히스타민제 성분이 운전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높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에서 30∼50대운전자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운전자의 42.8%가 운행 전에 의약품을 복용한 적이 있다고 응답할 만큼 그 영향을 과소평가하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운행 전 의약품을 복용한 경험자 가운데 76.2%가 운전에 영향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변해 심각성을 더했다.

의약품이 운전에 미치는 영향으로는 졸음현상(52.3%)과 집중력 저하(20.6%)가 가장 많이 꼽혔다. 특히 운전자가 고령일수록 의약품 복용에 따른 영향을 더 많이 받았다고 응답했다.

2014년 기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연령별 의약품 복용량 자료와 연령별 인구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나이가 많을수록 의약품 복용량도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30∼40대의하루평균의약품복용량은 1.7개이지만 60대 이상으로 올라가면 8.7개로 5배 이상 많아진다. 고령자가 특히 주의해야 하는 이유다. 고령 질환 관련의약품 중에는 고혈압, 당뇨, 치매 약이 부작용과 지속시간 측면에서 안전운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절기나 겨울철에는 비염약, 감기약 등을 먹고 무심코 운전하는 경우가 많다. 운전 전에 의약품을 복용하게 될 경우에는 약품성분 중에 항히스타민제가 포함돼 있는지 반드시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만약 이러한 의약품을 복용해야할 때에는 충분한 휴식 후 운전을 하는 것이 안전하다. 건강에 도움이 되라고 복용한 의약품이 자칫 나와 가족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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