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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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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생리의학상, ‘뇌 비밀’ 밝히는 광유전학 개척한 3인이 받았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6.10.05 19:58

칼 다이서로스·페터 헤게만·게오르크 나겔 교수 공동 수상

뇌 신경세포가 기억·감정·행동 형성하는 기전 규명 가능해져

다이서로스 교수는 2025년 아산의학상 기초부분 대상 수상

2026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3인
[노벨위원회 홈페이지 발췌]

▲2026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3인. 왼쪽부터 칼 다이서로스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페터 헤게만 독일 베를린 훔볼트대 교수, 게오르크 나겔 독일 뷔르츠부르크대 교수. 출처=노벨위원회 홈페이지


빛으로 생체 조직의 세포들을 조절하는 광유전학(光遺傳學 optogenetics) 분야를 개척한 독일과 미국 과학자들이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노벨위원회는 5일(현지시간) “칼 다이서로스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페터 헤게만 독일 베를린 훔볼트대 교수, 게오르크 나겔 독일 뷔르츠부르크대 교수 등 3인을 2026년 노벨 생리의학상 공동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1971년생인 다이서로스 교수는 미국 출신, 1954년생인 헤게만 교수와 1953년생인 나겔 교수는 독일 출신이다. 이 중에서 다이서로스 교수는 2025년 3월, 의과학 분야 국내 최고의 권위상인 아산의학상(기초부분)을 수상해 당시 25만 달러(3억원)의 상금을 받기도 했다.




위원회는 '광개폐성 이온 채널(light-gated ion channels)과 광유전학(optogenetics)에 관한 발견'의 공로를 인정해 이들을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위원회와 국내 의학계,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광유전학 기법 덕택에 살아 있는 뇌 속에서 신경세포가 기억·감정·행동을 어떻게 형성하는지 밝혀낼 수 있게 됐다.


헤게만과 나겔은 단세포 조류(藻類 algae)에서 채널로돕신(channelrhodopsin)이라는 놀라운 단백질을 발견했으며, 다이서로스는 이 단백질을 빛으로 신경세포를 제어하는 스위치로 변환시켰다. 위원회는 올해 수상자들이 신경과학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토대를 마련했다며 이 방법은 전 세계 실험실에서 뇌의 비밀을 밝히는 데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뇌가 어떻게 감정, 행동, 신체 기능을 조절하는지는 오랫동안 수수께끼였고 20세기에 들어와서 뇌의 어느 부위가 어떤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가 이뤄지기 시작했으나 인과관계 입증이 불가능했다며 “이제 이 모든 것들이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유전학 덕택에 '뇌 지도'를 작성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총 상금은 1200만 스웨덴 크로나(16억 1000만원)이며, 상금 지분은 공동수상자들에게 3분의 1씩 균등 분배되는 것으로 발표됐다. 공동수상자 1인당 400만 크로나(5억3600만원)다.


올해 노벨상은 이날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6일 물리학상, 7일 화학상, 8일 문학상, 9일 평화상을 거쳐 12일 경제학상까지 모두 6개 부문에서 수상자가 발표된다.



2026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3인. 왼쪽부터 칼 다이서로스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페터 헤게만 독일 베를린 훔볼트대 교수, 게오르크 나겔 독일 뷔르

▲2026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3인. 왼쪽부터 칼 다이서로스, 페터 헤게만, 게오르크 나겔 교수. 출처=노벨위원회 홈페이지


[2026년 노벨생리의학상 해설] 김기현 서울성모병원 안과 교수

광유전학은 빛에 반응하는 미생물 단백질을 특정 신경세포에 발현시킨 뒤 빛을 비춰 그 세포의 활동을 활성화하거나 억제하는 방법이다. 이 기술의 중요성은 신경활동과 행동의 상관관계를 관찰하는 데서 나아가 특정 회로의 기능을 직접 시험할 수 있게 했다는 점이다.


미생물이 빛에 반응하는 원리를 밝힌 기초연구가 출발점이었고, 연구진은 이를 신경세포에 적용해 살아 있는 동물의 특정 회로를 정밀하게 조절하는 도구로 발전시켰다.




어떤 신경세포를 작동시켰을 때 특정 행동이 나타나는지, 그 활동을 억제하면 행동이 달라지는지를 확인하면서 신경회로와 기능의 인과관계를 검증할 수 있게 됐다. 이는 기억과 감정, 보상, 운동 등 복잡한 뇌 기능을 연구하는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현재 광유전학은 뇌 기능과 질환의 신경회로 기전을 밝히는 핵심 연구도구로 활용되고 있으며, 한편 망막색소변성 환자의 남아 있는 망막 신경세포에 빛 감지 능력을 부여하는 치료 연구가 진행돼, 일부 시각 기능의 회복이 보고된 바 있다.


앞으로는 질환과 관련된 신경회로를 더욱 정밀하게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임상에 적용할 수 있는 치료법을 개발하는 연구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2026년 노벨생리의학상 해설] 김준기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교수

칼 다이서로스 교수와 페터 헤게만 교수, 게오르크 나겔 교수가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세 연구자는 빛을 이용해 특정 신경세포의 활동을 선택적으로 조절하는 광유전학의 토대를 마련하고 이를 신경과학의 핵심 연구기술로 발전시키는 데 기여했다.


칼 다이서로스 교수는 2025년 3월 18일 아산사회복지재단이 선정하는 제18회 아산의학상 기초의학부문을 수상, 미화 25만 달러를 받았다.


광유전학이란 유전공학과 광학 기술을 결합해 살아있는 동물 모델에서 특정 뇌세포 혹은 뇌 회로의 기능을 빛을 이용해 제어할 수 있는 혁신 기술이다. 즉 빛에 반응하는 이온채널과 같은 광감응성 단백질을 유전공학적 방법으로 특정 뇌세포에 발현시키면, 특정 파장의 빛을 조사해 해당 신경세포군 혹은 뇌 회로의 활성을 실시간으로 제어할 수 있다.


광유전학 기술은 기존 전기 자극에 비해 특정 종류의 신경세포를 선택적으로 조절할 수 있고, 시간적으로도 매우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 결과 특정 신경 회로의 활성 패턴과 동물의 행동 간 인과 관계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실험이 가능해졌다. 의학자들은 이 혁신 기술을 이용해 실험동물에서 특정 뇌 회로의 기능을 세포·분자 수준에서 이해할 뿐 아니라, 개발 중인 신약이 뇌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가설을 시험할 수 있게 되었다.


광유전학 기술은 급속도로 발전하며 신경과학 분야에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특히 파킨슨병, 간질, 수면장애 등 다양한 신경계 질환의 발생 기전을 연구하고 새로운 치료 표적과 신약 후보를 검증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향후 이 기술은 특정 뇌세포와 신경 회로가 뇌 기능과 뇌 질환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밝히는 연구에 더욱 활발하게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노벨위원회는 5일(현지시간) “칼 다이서로스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페터 헤게만 독일 베를린 훔볼트대 교수, 게오르크 나

▲노벨위원회가 5일(현지시간) 스웨덴 현지에서 2026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들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노벨위원회 홈페이지


[2026년 노벨생리의학상 해설] 형수진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교수

2026년 노벨 생리의학상이 빛으로 신경세포를 켜고 끄는 기술에 돌아갔다. 실험실의 연구 도구로 출발한 광유전학은 파장과 전달 방식이 달라지면서 말기 실명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단계에 들어왔고, 신경세포를 넘어 신경교세포까지 조절 대상을 넓히는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광유전학은 빛을 이용해 특정 세포의 기능을 선택적으로 조절할 수 있게 함으로써 생명현상을 이해하는 새로운 연구의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신경과학 분야에서 시작된 광유전학은 이제 다양한 장기와 질환의 치료 가능성을 탐색하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


기술의 출발은 조류의 단백질이었다. 헤게만과 나겔은 빛이 닿으면 이온이 통과하는 채널로돕신을 찾았다. 이 단백질을 어떤 세포에 넣어도 그 세포가 빛에 반응한다는 점이 핵심이었다. 다이서로스는 이 유전자를 쥐의 신경세포에 넣어 청색광으로 신경 신호를 유발했고, 이어 살아 있는 생쥐 뇌에서도 특정 회로만 조작하는 데 성공했다.


전기 자극은 주변 세포까지 함께 건드리지만, 광유전학은 유전자를 넣은 세포만 빛으로 조절한다. 기억, 공포, 운동, 보상처럼 서로 얽힌 회로 가운데 어느 세포가 원인인지 가려내는 실험이 가능해진 배경이다.


이 기술이 곧 환자 치료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초기 채널로돕신은 파란빛에 반응했는데, 파란빛은 조직 깊숙이 도달하기 어렵고 강한 빛은 세포를 손상시킬 수 있었다. 실험동물에서는 광섬유를 삽입해 이 한계를 넘겼지만 사람 뇌에는 같은 방식을 쓰기 어려웠다. 미생물 유래 단백질을 바이러스 벡터로 전달해야 하는 만큼 면역반응과 발현 위치, 장기 안전성도 과제로 남았다.


최근의 변화는 단백질과 빛의 파장을 임상 조건에 맞게 다시 설계한 데서 나왔다. 연구자들은 흡수 파장을 590나노미터 안팎의 호박색·적색으로 옮긴 채널로돕신을 만들었고, 일부는 일상적인 실내광에도 반응하도록 감도를 높였다. 첫 적용 장기도 빛이 도달하기 쉬운 눈으로 좁혀졌다. 광수용체가 사라진 망막에서 남아 있는 신경세포에 빛 감지 단백질을 넣어, 원인 유전자와 무관하게 시각 신호를 다시 만들려는 전략이다.


나노스코프 테라퓨틱스는 2026년 9월 9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광유전 유전자치료제 모젠리(손피레티진 이스테파보벡, MCO-010)의 생물학적제제 허가신청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심사 목표일은 2027년 상반기다.


현재 허가된 럭스터나(보레티진 네파보벡)가 양쪽 RPE65 변이가 확인된 환자에게 정상 유전자를 보충하는 치료라면, 모젠리는 광수용체가 소실된 뒤 남은 양극성세포에 빛 감지 단백질을 넣는다. 허가될 경우 원인 유전자와 무관하게 중증 시력 손실 망막색소변성 환자에게 쓸 수 있는 첫 치료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아직 허가가 난 것은 아니다.


유전성 망막질환만 해도 원인 유전자가 수십 개라, 유전자마다 치료제를 만들면 대다수 환자는 개발 대상 밖에 남는다. 광유전 치료는 이미 죽은 광수용체를 우회해 남은 세포에 빛 센서를 심는 방식이어서, 변이 종류와 관계없이 말기 실명에 적용할 여지가 있다.


뇌, 심장, 청각으로의 직접 적용은 아직 치료 임상 이전이다. 학계는 당분간 상당수 뇌 질환에서 광유전학이 환자 몸에 직접 들어가기보다, 어느 회로가 증상 원인인지 확정한 뒤 약물이나 신경조절 치료를 설계하는 도구로 쓰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기술이 성숙해 신경교세포까지 조절 범위에 들어가면 다발성경화증이나 신경 손상처럼 수초와 신경-교세포 상호작용이 핵심인 질환으로 표적이 넓어질 수 있다. 광유전학이 임상에 적용되면 세포 종류를 지정해 회로만 조절하고, 빛으로 자극의 시점과 범위를 제어하는 치료가 가능해진다. 광유전학으로 확인한 회로 지식은 기존 약물과 뇌심부자극, 재활의 표적을 더 정밀하게 만드는 경로가 될 수 있다.


빛으로 신경세포를 켜고 끄는 도구가 뇌 작동 원리를 밝히는 표준 방법이 됐다. 그 원리가 말기 실명처럼 기존 선택이 없던 환자에게 기능 회복의 단서를 주기 시작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환자 몸으로의 확장은 눈에서 안전성과 지속성이 확인된 뒤에야 다른 장기로 넓어질 과제이나, 이번 수상으로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한다. 조절 대상을 신경세포 너머 신경교세포로 넓히면, 보조 역할로만 여겨온 세포가 실제로 무엇을 결정하는지도 같은 방식으로 물을 수 있다.


채널로돕신이 어떤 세포에 넣어도 작동한다는 성질은, 광유전학의 표적이 신경세포에 머물 이유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형수진 교수가 2023년 10월 국제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셀룰러 뉴로사이언스'에 제1저자 겸 교신저자로 발표한 종설은 이 원리를 신경교세포로 밀어붙인 연구들을 정리했다.


성상교세포, 미세아교세포, 희소돌기아교세포, 슈반세포에 채널로돕신-2를 넣고 빛으로 켜본 결과들이다. 성상교세포는 빛 자극 뒤 세포 안 칼슘이 늘고 글루탐산 같은 신호 물질을 내보내 시냅스 전달과 가소성을 바꿨고, 희소돌기아교세포의 탈분극은 백색질의 축삭 전도와 해마의 장기강화를 끌어올렸다.


말초의 슈반세포는 빛 자극만으로 증식과 분화, 수초 형성이 진행됐다. 연구진은 앞선 2020년 연구에서 신경세포 대신 슈반세포를 직접 자극했을 때 말초의 수초화가 오히려 더 빠르고 성숙하게 진행된다는 결과를 보고하기도 했다.


한 세기 가까이 신경세포의 보조 세포로 취급돼온 교세포가 실은 신경 기능을 능동적으로 바꾸는 주체임을, 빛으로 켜고 꺼보는 방식으로 확인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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