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월 30일(현지 시간) 미국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한국 정부의 대미투자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UPI 연합뉴스
미국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프로젝트를 한국의 대미(對美) 투자 내용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포함하면서 논쟁이 다시 치열해지고 있다. 자원 안보 측면에서는 사업 참여를 고려할 만하지만, 지분 같은 사업 참여 구조부터 LNG 가치 사슬 내 상∙중∙하류별 사업성, 현지 환경규제까지 세세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 산업통상부는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대해 LNG 우선 접근권과 관련 기자재 관세 혜택 등 한국의 상업적 합리성을 확보할 방안이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한국이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참여해 5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고 못박았지만, 한국은 아직 사업 참여 여부를 검토한다는 입장을 유지하는 식으로 대응 중이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알래스카 북부에 묻혀 있는 천연가스를 뽑아 직경 42인치, 길이 807마일짜리 파이프라인을 통해 남쪽 니키스키에 위치한 20MTPA 규모의 LNG 터미널로 이동시키고, 이곳 항만을 통해 해외로 수출하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현재 글렌파른이 75%, 알래스카 주정부가 2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미 양국이 지난 1일 발표한 '역사적인 전략적 투자 프로젝트' 팩트시트에 따르면,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투자 MOU와 국내 법적 요건을 토대로 상업적 합리성을 충족하는지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투자 비용 223억달러로 발전 용량 6472메가와트(MW) 규모의 가스 복합화력발전소를 짓기로 한 텍사스 프로젝트, 웨스팅하우스의 노형 AP1400과 한국수력원자력의 노형 APR1400을 각각 6기와 2기 이용하기로 한 원자력 발전소 프로젝트와 비교하면 논의가 초기 검토 단계에 머무른 것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달 2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원회와 재정경제기획위원회 대미투자 관련 보고에서 투자 추진 의사를 결정한 1건과 양국의 관심이 있지만 구체적 추진 의사를 결정하지 않은 사업이 2건이 있다고 언급했다. 결정되지 않은 2건 중 하나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다.
트럼프 대통령의 기습 발표로 갈수록 커지는 알래스카 LNG 참여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이 상업적 합리성을 보다 세세히 따져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알래스카 프로젝트로 생산한 LNG에 한국이 우선 접근할 권한을 전제로 사업성을 검토하기로 한 만큼 가스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과 사업 참여와 지분 투자에 따른 위험부담 사이에서 저울질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진수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교수는 “한국 입장에서는 중동 불안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태평양을 건너 수송하는 LNG 수급선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졌다"며 “동부보다 서부 해안에서 출발하는 것이 운송 거리상 이점이 있고, 캐나다 서부 해안 LNG 프로젝트도 오랜 투자 끝에 성공한 사업으로 평가받는 만큼 알래스카 LNG를 아예 배제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사업 자체가 상업적 합리성을 갖췄는지는 현지 환경규제가 수익성에 미칠 영향부터 상류(탐사 및 생산)∙중류(수송)∙하류(정제 및 판매) 등 가치사슬 단계별로 투자 범위와 수행 역할까지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1단계 우선 투자 여부, 운영 사업자와 지분 협상, 파이프라인으로 공급할 '피드 가스'가 충분한지를 우리 정부가 과거의 자원개발 성공∙실패 경험에 비추어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알래스카 LNG 사업은 엑손모빌과 BP 등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도 사업성을 점검하고 2010년대 참여를 포기한 데다 대미투자 결정한 일본도 추후 타진하겠다는 수준의 의사만 밝혔다"며 “건설 기간과 투입 비용이 늘어날 수 있는데다 향후 알래스카주를 민주당이 집권하면 환경규제를 현행 그대로 적용할 것이므로 사업이 좌초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통상외교 협상 측면에서는 한국이 상업적 합리성을 따질 시간을 확보할 발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태황 교수는 “우리 정부는 우선 확정된 텍사스 안시닐 복합화력발전소 프로젝트부터 시작하되, 다른 대미투자 후보는 상업적 합리성 합동 검증단을 꾸려 중간선거 이후 투자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방향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20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내용을 한번에 결정하는 대신, 사업별로 제도 완화 등 관공서에 요구할 것들을 정리하고 사업 다음 단계까지 참여를 이어갈지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원전 프로젝트에서는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원자로 AP1400과 한국형 원자로 APR1400를 번갈아 건설하고 수익구조를 확실히 보장할 장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한국의 부담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이번 대미투자 협상이 에너지 분야를 중심으로 진행된 것을 계기로 한미 간 에너지 안보 협력을 강화할 교두보로 삼아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김진수 교수는 “에너지 지배력 강화(dominance) 전략을 펴는 트럼프 행정부 미국에서는 연료 확보에서 나아가 화력∙원자력∙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건설할 능력이 에너지 안보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미국은 자원이 풍부하고, 한국은 다양한 발전원에 대한 제조와 설계∙조달∙건설(EPC)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이 에너지 안보를 위한 미국의 굳건한 파트너라는 인식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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