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더(사진=로이터/연합)
미국 국채금리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인공지능(AI) 관련주에 대한 투자 열기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다만 장기 금리가 수십 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데다 거시경제 환경마저 우호적이지 않은 만큼 현재의 증시 랠리가 언제든 반전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5일 인베스팅닷컴 등에 따르면 글로벌 금리의 벤치마크로 여겨지는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최근 장중 5.345%까지 올랐고, 미 30년물 국채금리도 5.694%까지 상승했다. 10년물과 30년물이 이 같은 수준에 도달한 것은 2002년 이후 처음이다. 국채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만큼 채권시장에서 강한 매도세가 이어졌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글로벌 증시는 기술주를 중심으로 상승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나스닥100지수는 지난 2일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고 올해 들어 22% 올랐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종가 기준 역대 최고치인 7798.99(8월 13일)보다 약 1%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최근 3개월 동안 글로벌 증시 상승에 가장 크게 기여한 종목도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 애플 등 대표적인 AI 관련 대형 기술주다.
노스웨스턴 뮤추얼의 매트 스터키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예전이라면 5%가 한계라고 말했겠지만 지금은 이미 그 수준을 지나쳐버렸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증시 랠리가 이어지는 배경으로 지난 수년간 시장 상승을 주도해온 빅테크들의 강한 실적 기대감을 꼽았다.
특히 최근 기술주 상승세의 핵심 동력으로 AI가 지목된다. AI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는 빅테크 기업들은 관련 사업에서 진전을 보인다는 기대에 주가가 오르고, 이들 기업의 투자금을 받는 반도체 제조업체와 데이터센터 건설업체 역시 매출 증가에 힘입어 동반 상승하는 구조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술업종의 주당순이익(EPS)은 전년 동기 대비 65% 넘게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업종에 이어 두 번째로 빠른 증가율이다.
기술주의 실적 호조에 힘입어 S&P500 기업들의 3분기 EPS도 24%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할 경우 S&P500 기업들의 EPS는 3개 분기 연속 20% 넘게 증가하게 된다.
웰스 얼라이언스의 롭 콘조 최고경영자(CEO)는 “이 정도 성장세가 얼마나 이례적인지 제대로 가늠하기조차 어렵다"며 “역사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미 10년물 국채금리 추이(사진=블룸버그)
그러나 월가에서는 기업들이 AI에 쏟아붓고 있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실제 언제 수익으로 이어질지, 투자금 회수가 가능할지를 둘러싼 의문도 커지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여기에 AI 기술이 인류에 미칠 잠재적 위험까지 감안하면 단순히 투자 수익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투자 환경도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글로벌 증시는 이란 전쟁과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 연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등 여러 악재에 동시에 직면해 있다.
블룸버그는 AI 관련주의 강력한 상승 모멘텀을 무시하기 어렵지만, 동시에 증시가 큰 폭의 조정을 받을 위험도 점차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시장에서는 금리가 예상보다 높은 수준에서 더 오래 유지될 가능성을 이미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환경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또 어느 수준의 금리부터 기술주가 본격적인 충격을 받을지는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마호니 자산운용의 켄 마호니 최고경영자(CEO)는 “이처럼 높은 금리에서는 우리 모두가 긴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에 민감한 종목들은 이미 현재 금리 수준에서 충격을 받고 있다"며 “금리가 계속 조금씩 오른다면 결국 모든 주식이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이번 고금리 환경은 과거와 상황이 다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10년물 국채금리가 마지막으로 5%를 기록한 것은 2023년이었다. 당시 금리가 5%를 잠시 웃돌았지만 S&P500지수는 그해 24% 상승했고, 이후 3년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는 강세장의 출발점이 됐다.
당시 '매그니피센트7'(애플·아마존·알파벳·MS·엔비디아·테슬라·메타, M7)은 막대한 현금을 보유한 반면 부채 부담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차입 비용이 높아지더라도 이를 견딜 수 있는 충분한 재무 여력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사진=AFP/연합)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막대한 AI 인프라 투자로 인해 빅테크 기업들이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주식을 매각하거나 회사채 발행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AI 투자 기업인 알파벳과 아마존, 메타플랫폼은 연간 기준 잉여현금흐름(FCF)이 모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로버트 시프먼 애널리스트는 “이들 기업은 AI 인프라 구축에 뛰어들 당시만 해도 재무적으로 최대한의 유연성을 갖추고 있었다"며 “그러나 현재 메타와 아마존, 알파벳, MS, 오라클 같은 하이퍼스케일러들의 현금 수요는 자체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 현금을 크게 웃돌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란 전쟁이 끝나 국제유가가 빠르게 하락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 역시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여전하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마호니 CEO는 이 같은 상황이 현실화할 경우 강한 기업 실적을 바탕으로 빅테크 주가가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전쟁이 장기화하고 있는 데다 전문가들은 종전 국면에 접어들더라도 유가가 즉각 급락할지는 불분명하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끈질긴 인플레이션과 높은 금리까지 감안하면 현재의 증시 랠리가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프린서펄자산운용의 막달레나 오캄포 시장전략가는 “성장세는 여전히 강하고 기술 관련 활동에 의해 뒷받침되면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다만 지금 달라지고 있는 것은 인플레이션의 상방 위험이 더 커질 수 있고 동시에 성장의 하방 위험도 다소 확대될 수 있다는 인식"이라고 말했다.
프랭클린 템플턴 인스티튜트의 크리스 갈리포 수석 시장전략가는 “10년물 국채금리가 6%까지 올라간다면 그때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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