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지율 30%대와 강성 지지층의 '내란 청산' 요구 속에 두 차례 특검을 거친 12·3 비상계엄 수사를 맡을 특수본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내란 사건 특별수사본부(특수본)' 설치를 검토해 파장이 일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건 수사가 다시 정치권의 전면에 올라선 모양새다.
청와대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특수본을 먼저 구성한 뒤 다음 달 2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출범하면 조직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두 차례 특검을 거친 사건에 별도의 수사조직을 더하는 방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구체적 계획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구상이 나온 시점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린다. 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최근 30%대로 내려앉았다. 6·3 지방선거 이후 인사 검증 논란과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비판이 이어진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강성 지지층에서는 '내란 청산과 검찰 개혁 의지가 약하다'는 불만도 커지고 있다.
불만이 특히 집중된 대목은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 지명이다. 김 후보자가 검찰 출신이라는 이유로 강성 지지층의 반발이 나왔고, 청문 절차도 늦어지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김 후보자를 임명하기에 앞서 지지층을 달랠 조치를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내란 특수본 구상이 그 사례로 거론된다.
12·3 비상계엄 수사는 이미 여러 단계를 거쳤다. 검·경 합동수사본부에 이어 지난해 6월 이 대통령 취임 직후 조은석 전 고검장을 특별검사로 하는 내란 특검팀이 꾸려져 180일간 수사했다. 올해 2월에는 권창영 전 부장판사가 이끄는 2차 종합특검팀이 출범했다. 2차 특검도 180일간 활동한 뒤 지난달 수사를 마쳤다.
2차 종합특검은 수사를 종료하며 기소하지 않은 150명에 대한 사건 46건을 국가수사본부로 넘겼다. 여권에서는 이 사건들을 규모 있는 특수본에 맡기는 방안이 거론된다. 기존 수사의 연장선에서 잔여 사건을 처리할지, 새 전담조직을 구성할지를 두고 정부의 선택이 남아 있다.
앞선 수사의 강도를 두고는 평가가 엇갈린다. 조은석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롯한 다수의 전현직 공직자를 재판에 넘겼다. 2차 특검에 대해서는 성과가 기대에 못 미쳤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치인 체포조 의혹을 폭로한 홍장원 전 국정원 차장과 계엄 지시를 거부한 조성현 대령까지 기소 대상에 오르면서 수사가 지나치다는 논란도 있었다.
야권은 특수본 구상에 강하게 반발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언제까지 너덜너덜한 내란 타령을 할 건가"라고 비판했다. 이미 결론이 난 사안을 다시 수사하는 것은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희석하려는 정치적 행보라는 주장이다.
국민의힘에서는 특수본의 실제 수사 대상에 조희대 대법원장이 포함될 수 있다는 의심도 내놓았다. 김미애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 탄핵 운운하더니 국감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 대통령은 대법원장을 겨냥한 내란특수본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라며 “자신들의 말을 듣지 않는다고 가하는 정치적 린치"라고 했다.
대법관 제청권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법원의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조 대법원장을 겨냥해 “희대의 내란 잔불"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여권 강경파 사이에서는 12·3 사건 이후에도 '내란 잔존 세력'이 남아 있다는 인식이 이어졌다.
형사사법 체계가 크게 바뀌는 시기라는 점도 변수다. 다음 달 2일 검찰청이 폐지되고 중수청과 공소청이 출범한다. 하지만 중수청장 후보자 임명 절차는 마무리되지 않았고, 법무부 장관과 공소청장 인선도 확정되지 않았다. 홍석기 국가수사본부장은 특수본 신설 구상에 대해 “금시초문"이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내부의 조율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수사 현장의 부담도 예상된다. 2차 종합특검이 넘긴 46건 수사와 이미 기소된 사건의 공소 유지가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수사체계 개편 직후에 조직을 추가하면 수사 대상과 범위, 기존 수사와의 관계를 둘러싼 혼선을 피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이 특수본 설치를 실제로 지시하면 '내란 청산' 요구에 정부가 어떻게 답하는지 보여주는 조치가 된다. 동시에 두 차례 특검을 거친 사건에 다시 별도 조직을 두는 만큼 수사 필요성과 정치적 의도를 둘러싼 여야 공방도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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