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전지성 기자
한국 산업을 떠받치는 제조업인 철강과 조선이 연이어 파업 고비를 맞고 있다. 포스코의 창사 이래 첫 부분파업은 큰 생산 차질 없이 끝났지만 임금협상은 타결되지 않았고 16일 재차 파업이 예정됐다. HD현대중공업 노조도 회사의 두 번째 제시안을 거부하고 오는 15일부터 나흘간 전 조합원이 참여하는 부분파업을 앞두고 있다.
두 회사가 처한 경영 환경은 다르다. 포스코는 철강 업황 부진과 수익성 악화 속에서 미래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HD현대중공업은 고선가 선박의 매출 반영과 수주 호황에 힘입어 실적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노사 갈등의 중심에는 공통으로 '경영 성과를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놓여 있다.
◇ 첫 파업 끝난 포스코…닷새 뒤 더 긴 파업 예고
11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노조는 지난 9일 오전 7시부터 포항제철소 2전기강판공장 3ZRM 라인과 광양제철소 산세공장을 대상으로 진행한 48시간 부분파업을 이날 오전 7시 마쳤다. 1968년 창사 이후 생산시설을 대상으로 벌어진 첫 파업이다.
회사는 가용인력과 단체협약상 협정근로자를 투입해 해당 설비를 가동했다. 이에 따라 파업 기간 제품 생산과 고객사 납품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파업 참여 인원도 노조 추산 약 120명으로 전체 조합원의 일부에 그쳤다.
파업이 끝났다고 갈등까지 해소된 것은 아니다. 노조는 기본급 7.1% 인상과 격려금 600%, 우리사주 50주 등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는 기본급 2% 인상과 목표달성격려금 350만원 등을 제시했지만 양측은 지난 3일 제7차 본교섭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는 회사가 전향적인 수정안을 내놓지 않으면 오는 16일부터 120시간 동안 2차 부분파업을 벌이고, 이후에도 협상이 진전되지 않으면 파업 대상 확대와 10월 전면파업까지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포스코는 국내 철강사업의 수익성이 악화한 가운데 미국에서는 미래 투자에 나서고 있다. 현대제철·현대차·기아와 함께 58억달러 규모의 미국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 건설에 참여해 20%의 지분을 확보했다. 미래 철강시장 선점을 위한 대규모 투자가 시작된 직후 국내에서는 58년간 이어진 무파업 기록이 깨진 셈이다.
◇ 호황 맞은 HD현대중공업, 성과배분이 최대 쟁점
HD현대중공업의 갈등은 호황기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포스코와 차이가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올해 상반기 매출 12조2485억원, 영업이익 1조945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각각 53.7%, 114.9% 증가했다.
노조는 장기간의 조선업 불황을 견딘 노동자에게 실적 회복의 성과가 돌아가야 한다며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상여금 100% 인상, 영업이익의 최소 30%를 재원으로 한 성과 공유 등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는 기본급 10만5000원 인상안을 제시한 뒤 호봉승급분과 일부 복리후생 조건을 보완한 두 번째 안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노조는 기본급과 성과배분에서 실질적인 변화가 없다며 이를 거부하고 “3차 제시안 없이는 교섭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조는 오는 15일 전체 조합원이 참여하는 4시간 부분파업을 벌이고, 16일부터 18일까지는 하루 7시간씩 작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지난 2일부터 간부와 조직별로 진행해온 순환파업을 전 조합원 파업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조선소는 자동차 공장과 같은 연속 컨베이어 생산방식이 아니어서 일부 인원의 단시간 파업이 전체 공정을 즉시 멈추게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전 조합원이 연속 파업에 참여하거나 물류 이동에 영향을 주면 선박 건조와 인도 일정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 “실적 좋아도 나빠도 갈등"…고정 배분 공식이 쟁점
포스코와 HD현대중공업의 사례는 업황이 좋거나 나쁜 것과 별개로 성과배분 기준을 둘러싼 갈등이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노동계는 불황기에 고용과 임금 억제를 감내한 만큼 실적이 회복됐을 때 합당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기업은 경기 변동이 큰 철강·조선업에서 특정 연도의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고정적인 배분 공식을 만들면 불황기 투자와 재무 대응 능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맞선다.
특히 HD현대중공업 노조가 추산한 올해 영업이익 3조6280억원의 30%를 적용하면 성과배분 재원은 약 1조884억원에 달한다. 회사가 올해 계획한 주요 투자액보다 큰 규모다. 다만 이는 노조의 자체 실적 추정치를 전제로 한 계산으로 실제 연간 실적과는 차이가 날 수 있다.
노사 모두 파업 장기화는 부담이다. 포스코는 16일 2차 파업에 앞서 닷새간 교섭할 시간이 있고, HD현대중공업도 15일 전까지 회사가 3차안을 제시하면 협상이 재개될 여지가 있다. 두 회사가 임금 인상액뿐 아니라 성과를 산정하고 공유하는 기준에서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가 다음 주 중후장대 산업 노사관계의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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