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렛츠런파크 서울을 찾은 한 초등학생 관람객이 승마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여헌우 기자.
“오늘은 경마만 보러 온 게 아닌데요."
6일 경기 과천시 렛츠런파크 서울. 한국마사회가 마련한 '2026 OBS 코리아컵·코리아스프린트'를 찾은 관람객들 사이로 경주를 기다리는 사람들과 각종 체험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뒤섞였다.
경주로를 바라보는 관람대뿐 아니라 행사장 곳곳에서도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어린 자녀의 손을 잡은 가족부터 함께 나들이에 나선 연인, 경마를 즐기러 온 중장년층까지 방문객의 모습도 다양했다.
◇ '즐길 거리' 무장한 경마장…어린이들도 다양한 체험 후 '엄지 척'
현장은 그야말로 '축제의 장'이었다. 평소 경마장을 찾던 고객뿐 아니라 국제경주를 계기로 렛츠런파크를 찾은 방문객들도 많아 보였다. 곳곳에서 중국어와 일본어도 들렸다.
한국마사회는 이날 렛츠런파크 서울을 비롯한 전국 사업장을 무료로 개방했다. 국제경주가 열리는 날을 단순한 경마대회가 아니라 국민이 함께 즐기는 축제로 만들겠다는 취지다.
입구에서부터 맛있는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글로벌 푸드 페스타'가 열리는 중이었다. 일본·싱가포르·말레이시아·남아프리카공화국·아르헨티나·프랑스·이탈리아 등 8개국 대표 음식이 한자리에 모였다.
▲6일 렛츠런파크 서울을 찾은 방문객들이 경마 경기 관람에 앞서 룰렛이벤트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여헌우 기자.
▲6일 렛츠런파크 서울을 찾은 관람객들이 말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여헌우 기자.
경주마의 질주를 기다리는 동안 세계 각국의 음식을 맛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경마장이라는 공간에 음식과 문화 콘텐츠를 결합하면서 기존 경마 관람객뿐 아니라 가족 단위 방문객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아이들을 위한 콘텐츠도 곳곳에 배치됐다. 말과 직접 교감하고 안장에 올라볼 수 있는 승마체험을 비롯해 윷놀이·제기차기·딱지치기·투호 등 전통놀이가 마련됐다. 한복 체험과 풍물놀이 공연도 진행됐다.
경마를 잘 모르는 방문객도 시간을 보내며 자연스럽게 말과 경마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구조다. 예약제로 운영된 승마체험 부스에는 사람이 몰려 접수가 조기 마감되기도 했다.
행사의 중심에는 물론 국제경주가 있었다. 코리아스프린트와 코리아컵에는 일본과 홍콩의 정상급 경주마들이 출전해 한국 대표마들과 경쟁했다. 코리아스프린트는 1200m, 코리아컵은 1800m로 각각 진행됐다. 두 경주의 총상금만 30억원에 달한다.
대회는 국내 경마의 국제화라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코리아컵·코리아스프린트에는 일본과 홍콩의 경주마들이 출전하며, 국제경주 당일 해외에서도 현지 생중계와 발매가 진행된다. 우승마에게는 미국 브리더스컵 출전권도 주어진다. 한국마사회가 이번 행사를 단순한 경마대회가 아닌 '글로벌 축제'로 꾸민 이유도 여기에 있다.
▲6일 렛츠런파크 서울을 찾은 관람객들이 경마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여헌우 기자.
◇ 경마장 과거 편견 넘어…'함께 즐기는 공간'으로
경마라고 하면 일부에서는 여전히 성인 남성 중심의 사행성 문화를 먼저 떠올리기도 한다. 이날 렛츠런파크 서울의 모습은 다소 달랐다. 오히려 우리가 흔히 프로야구장에서 만나볼 수 있는 풍경들이 그대로 펼쳐지고 있었다.
경주를 기다리면서 음식을 먹고, 아이와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전통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였다. 경마 자체가 목적이 아닌 방문객도 국제경주와 문화행사를 매개로 렛츠런파크를 찾을 수 있는 모습이었다.
초등학생 자녀와 색다른 경험을 하고 싶어 현장을 찾았다는 한 40대 부부는 “직접 마권을 사고 가족들과 함께 응원을 하는 게 너무 재미있다"며 “아이도 직접 말을 타보는 체험 등을 할 수 있어 좋아한다"고 언급했다.
일본에서 왔다는 한 30대 여성은 “이번 대회를 계기로 한국을 둘러보고 싶어 방문했다"고 했다. 경마장을 처음 방문했다는 한 40대 여성은 “분위기가 이렇게 밝고 즐거울지 몰랐다"고 말했다.
국제경주 직전에는 대학 응원단의 퍼포먼스와 출전국 클래퍼를 활용한 국가대항 응원전까지 마련됐다. 경마의 승부에 응원과 공연을 더해 스포츠 경기 특유의 현장감을 살린 셈이다.
경주가 시작되자 분위기는 다시 달라졌다. 경주마들이 출발선을 지나 질주하기 시작하면서 관람객들의 시선이 일제히 경주로에 쏠렸다. 짧은 순간 펼쳐지는 승부에 경마를 즐기는 관람객들의 응원도 커졌다.
▲6일 렛츠런파크 서울을 찾은 관람객들이 초보자용 마권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여헌우 기자.
▲렛츠런파크 서울에서는 초보자를 위한 '쉬운 구매표'를 판매한다. 사진=여헌우 기자.
경기는 일본의 강세 속에서도 한국마의 저력이 돋보였다. 코리아스프린트에서는 일본의 드래건웰즈와 아메리칸스테이지가 나란히 1·2위를 차지했지만, 한국의 빈체로카발로가 막판 직선주로에서 매서운 추입을 선보이며 3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대회의 하이라이트인 코리아컵에서는 일본의 딕테이언이 지난해에 이어 2연패를 달성했다. 경주 초반 후미에서 힘을 비축한 딕테이언은 중반 이후 빠르게 순위를 끌어올렸고, 마지막 직선주로에서 선두로 치고 나가 2위 선데이펀데이를 6마신 차로 따돌렸다. 한국의 어메이징칸은 3위를 기록했다.
이날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볼 수 있었던 것은 '경마만 있는 경마장'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세계 각국의 경주마가 경쟁하는 국제 스포츠 무대이면서 동시에 음식과 공연, 체험을 즐기는 가족 나들이 공간이기도 했다.
한국마사회가 강조하는 '건전경마' 역시 이런 변화와 맞닿아 있다. 단순히 경주와 베팅에 집중하는 공간을 넘어 누구나 찾아와 말과 스포츠, 문화 콘텐츠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여가 공간으로 경마장의 역할을 넓히는 것이다.
코리아컵과 코리아스프린트가 남긴 또 하나의 풍경은 그래서 '누가 경마장을 찾는가'에 대한 답일지도 모른다. 이날 렛츠런파크 서울에서는 경마팬뿐 아니라 가족과 연인,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한 공간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하루를 즐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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