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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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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석유 딜”…트럼프, 웃지 못하는 이유는 [이슈+]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6.09.01 11:31

美, 베네수엘라 원유 우선매수권 확보
650억배럴 얻었지만 실제 증산까지 최소 5~7년

노후 인프라 복구에 1800억달러 필요
美·베네수엘라 정권교체도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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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FP/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규모 거래를 통해 베네수엘라 원유에 접근권을 확보했지만 이에 따른 경제적·정치적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베네수엘라가 막대한 원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낙후된 석유 인프라를 복구하려면 천문학적인 투자가 필요한 데다 미국과 베네수엘라 양국의 정치적 불확실성도 크기 때문이다.


미 백악관은 31일(현지시간) 팩트시트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와의 합의를 통해 확인된 원유 매장량 가운데 650억배럴 이상에 대해 미국이 과반의 통제권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650억배럴은 베네수엘라 전체 확인 원유 매장량으로 추정되는 약 3030억배럴의 20%가 넘는 규모다. 특히 미국 영토 내 확인 원유 매장량인 약 460억배럴보다도 190억배럴가량 많다.




백악관은 이를 “세계 역사상 가장 큰 석유 거래"라고 강조했다.


◇650억배럴 쥔 미국…서반구 에너지 패권 강화


합의에 따라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정부는 베네수엘라 민간 석유기업 '노스 아메리칸 블루 에너지 파트너스'(NABEP)에 17개 유전에 대한 100년짜리 개발권을 부여했다. 해당 유전의 확인 원유 매장량은 약 650억배럴로 추정된다.


NABEP는 또 미 국방부 산하 전략자본실(OSC)에 모회사 지분 35%를 제공하고, 미 국무부에는 현재와 향후 생산량의 20%를 생산원가에 구매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기로 했다. 나머지 생산량 80%에 대해서도 미국이 우선매수권을 갖는다.


NABEP가 생산한 원유를 다른 국가나 기업에 판매하기 전에 미국 정부가 먼저 구매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백악관은 비상 상황이 발생할 경우 서반구에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미국 정부는 NABEP의 경영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백악관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NABEP 이사회 멤버 선임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이사회 구성원의 과반은 미국 시민이어야 한다. 미국 정부와 NABEP 간 협정 역시 미국법의 적용을 받고 미국 법원의 관할에 놓인다.


이번 합의로 미국은 베네수엘라 석유를 지렛대로 서반구에서의 영향력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게 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주 대륙을 중심으로 한 서반구에서의 배타적 영향력 확대를 골자로 한 '돈로주의'(19세기 먼로주의의 트럼프 버전)를 천명해왔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의 뒷마당에서 외국의 악의적인 영향력을 제거하고 서반구에서 미국의 지배력이 다시는 의심받지 않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번 합의를 정치적 성과로 내세울 수 있다는 점도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호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8일 “미국은 방금 베네수엘라와 세계 역사상 가장 큰 석유 거래에 합의했다"며 “이번 역사적인 거래는 미국의 석유 매장량을 두 배 이상으로 늘리고 미국의 석유 공급을 크게 확대하며 향후 장기간에 걸쳐 모든 미국인의 기름값을 상당히 낮출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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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 주유소(사진=AFP/연합)

◇“시장에 원유 나오려면 5~7년"…노후 인프라가 발목


그러나 미 경제매체 CNBC는 이번 합의가 실제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량 확대와 시장 공급 증가로 이어지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베네수엘라의 석유 인프라가 수년간의 투자 부족과 부실 관리로 크게 노후화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의 현재 원유 생산량은 하루 약 120만배럴로 1990년대 후반 기록했던 하루 350만배럴의 정점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컨설팅업체 리스타드에너지는 베네수엘라 원유 생산량을 과거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오는 2040년까지 약 1800억달러(약 246조원)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NABEP는 베네수엘라에서 석유 생산을 빠르게 확대하기 위해 현지 인프라에 최대 1000억달러(약 137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같은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더라도 실제 증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미 국무부 에너지 담당 고위 관료를 지낸 데이비드 골드윈은 이번 합의에 대해 “베네수엘라 생산량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기까지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이번 합의에 포함된 유전 상당수가 위치한 '오리노코 벨트'는 생산과 수송에 필요한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골드윈은 “이들 유전이 실제 시장에 추가 원유를 공급하기까지는 아무리 빨라도 5~7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생산량을 늘리더라도 수출 과정에서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석유시장 컨설팅업체 리포우 오일 어소시에이츠의 앤디 리포우 회장은 “노후화된 인프라와 정전 문제 등으로 현재 베네수엘라에서 원유를 선적하려는 유조선들이 화물을 싣기 위해 최대 30일까지 대기하고 있다"고 CNBC에 말했다.


골드윈은 “더 많은 생산량을 처리하려면 수출 터미널을 확장해야 한다"며 “누가 해당 프로젝트를 맡을지도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실제 베네수엘라 원유 개발에 어느 미국 석유기업들이 참여할지도 아직 명확하지 않다. 현재 베네수엘라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는 미국 메이저 석유기업은 셰브론이 사실상 유일하다. 셰브론은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 PDVSA와 합작사업을 통해 현지에서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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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베네수엘라 석유 합의에 반대하는 시위대(사진=AP/연합)

◇2029년 정권교체 땐 뒤집힐 수도…정치 리스크 여전


정치적 불확실성도 이번 합의의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변수로 꼽힌다.


컨설팅업체 라피단에너지의 밥 맥널리 회장은 이번 합의가 미국과 베네수엘라 양쪽 모두에서 상당한 정치적 위험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는 2028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가 승리해 2029년 새 정부가 출범할 경우 이번 합의를 재검토하거나 폐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이 선거를 통해 선출된 권력이 아니라는 점도 이번 합의가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을 키우는 요인이다. 베네수엘라가 오랫동안 석유자원에 대한 국가 주권을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미국에 광범위한 통제권을 넘긴 이번 합의를 둘러싼 정치적·사회적 반발이 적지 않다.


이에 따라 공화당이 미국 정권을 유지하더라도 향후 베네수엘라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경우 기존 합의를 재검토하거나 뒤집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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