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월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열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부부 주최 공식 환영 만찬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사태와 관련한 한국의 비협조를 공개적으로 문제 삼으며 “이 일을 기억하겠다"고 경고하자, 청와대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군사적 기여 가능성을 공식화했다. 그동안 '실질적 기여'라는 표현에 그쳤던 정부가 처음으로 '군사적 기여' 방안을 밝히면서, 1일 개회한 정기국회는 시작부터 안보 현안에 휩싸이게 됐다.
파문의 발단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폭스뉴스 인터뷰다. 그는 “미국은 나토와 한국 같은 나라를 돕는 데 수십억 달러를 쓰고 있다"며 “한국의 경우 4만 명의 미군이 그곳에 있어 이란과 관련해 조금만 도와줄 수 없겠느냐고 했더니 안 하는 편이 좋겠다고 답하더라"고 말했다. 다만 실제 주한미군 규모는 약 2만8500명이다.
앞서 지난달 16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에게 이란 비핵화 노력 동참 의향을 물었으나 한국이 “사양하겠다"고 답했다고 공개한 바 있다. 또한 한미연합훈련 비용의 상당 부분을 미국이 부담하고 있다며 헤그세스 국방장관에게 규모 축소를 지시했다고 밝혔는데, 공교롭게도 발언 당일은 한미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가 시작된 날이었다.
동맹 균열 우려가 커지자 청와대는 즉각 진화에 나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부는 글로벌 해상 물류망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한 국제적 노력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 통항의 자유를 위한 실질적·군사적 기여 방안은 한반도 대비태세와 국내법상 절차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새로운 사안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지난 4월 이 대통령이 관련 화상회의에서 '실질적 기여'만 언급했던 것과 달리 이번엔 처음으로 '군사적' 기여를 명시했다는 점에서 온도 차가 있다는 평가다. 군 당국에서는 해상초계기와 군수지원함, 기뢰탐지장비 등 투입 가능 자산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청해부대의 호르무즈 투입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아덴만 해역의 왕건함을 활용하려면 작전 범위와 임무를 새로 설정해야 하고, 해외 파병 성격이라면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 2020년 작전 범위를 한시 확대한 전례가 있지만, 이번엔 임무 자체가 미국·이란 간 군사적 긴장과 직접 맞물려 있어 성격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은 원유 수송과 직결돼 한국 선박·국민 안전을 위한 참여 필요성이 있는 반면, 미군 주도 작전에 직접 참여하는 모양새가 되면 이란과의 외교 마찰과 장병 안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이 정부의 고심 지점이다.
정기국회 개회와 맞물려 이 사안은 곧바로 여야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청해부대 우회 파병'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가운데, 여당은 정부의 신중한 기조가 정당하다면서도 한미 공조 파열음을 막을 현실적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또다시 한국을 공개 저격했다. 정확하게는 이재명 대통령을 향한 비난"이라며 “한미동맹은 그 자체로 국방이고 경제이고 민생이다. 한미동맹 무너뜨리면 국방도 경제도 민생도 온전할 리 없다"고 반발했다. 앞서 이 대통령이 연합훈련 축소 결정에 공감을 표했을 때도 국민의힘은 한미동맹 약화를 우려한 바 있다.
방위비 문제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현재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은 2026~2030년 적용돼 호르무즈 기여를 곧바로 증액 협상과 연결하긴 어렵지만, 미국이 군사적 역할과 훈련 비용, 동맹 부담 분담을 함께 제기하며 압박 수단을 넓혀가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외통위·국방위 등에서는 청와대의 의사결정 과정과 국회 동의 여부를 두고 정기국회 내내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가 어느 수준까지 자산을 제공할지는 미측 협의와 국내 정치권 논의를 거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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