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신임 지도부 만찬 간담회에서 김민석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과 더불어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이 각각 하락세를 보이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르면서 여권에 경고등이 켜졌다. 부동산 등 민생 현안에 대한 여론 악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여권은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사법부 공세와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취소 논란 등 사법 이슈에서 정치적 역량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지지율 반등을 위한 민생 성과가 절실한 시점에 사법 이슈가 정치권의 전면에 등장하면서, 오히려 민심 이반을 가속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경우 내년 4월 재보궐 선거를 비롯해 2028년 총선에서 민주당의 선거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된다.
31일 본지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 24일부터 28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0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전주보다 1.3%포인트(p) 하락한 38.9%로 집계됐다. 부정 평가는 1.8%p 오른 58.7%로, 긍정·부정 평가 격차는 19.8%p까지 벌어졌다.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7주 연속 하락하며 취임 후 처음으로 30%대에 진입했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율도 하락세다. 한국갤럽이 지난 28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39%로 지난해 10월 셋째 주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앞서 김민석 대표가 8·17 민주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전당대회가 끝나면 반등이 시작돼 3개월 후 정당 지지율이 10%p 회복되고 국정 지지율도 회복되는 '쌍끌이 체계'가 갖춰질 것"이라고 말했으나,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아직 뚜렷한 반등 흐름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 지지율 하락 배경으로는 부동산 민심 악화와 제주 실종 사건으로 불거진 경찰 불신 등이 거론된다.
여기에 더해 민생·경제성과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사법 이슈가 다시 핵심 의제로 부상하면서 여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갈등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8일 조 대법원장이 서면 제청한 손봉기 대법관 후보자의 임명 제청을 반려하고 재제청을 요청했다. 청와대는 절차적 완결성 부족을 이유로 들었다. 앞서 조 대법원장은 지난 18일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제청했고, 9월 퇴임하는 이흥구 대법관 후임으로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도 함께 임명 제청했다.
특히 조 대법원장이 통상적인 대면 제청 방식과 달리 서면으로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한 것을 두고 논란이 불거졌고, 대통령실이 손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고 재제청을 요청하면서 여야 간 공방이 확대됐다.
민주당 역시 조 대법원장에게 후보자 재제청을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조 대법원장의 탄핵 가능성까지 언급하는 모습이다.
박성준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최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김민석 대표는 조 대법원장이 탄핵을 당할 자격과 자질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에게 이것을 좀 더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취소 논란까지 겹쳤다.
이재명 대통령 사건의 공소취소를 요구하는 데 앞장서 온 김승원 민주당 의원이 전날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면서다. 김 후보자는 현재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에서 윤건영 의원과 함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김 후보자는 이전부터 이 대통령 사건의 공소를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거듭 피력해왔다. 그는 지난 1월 민주당 경기지역 국회의원들과 기자회견을 열어 “정치검찰이 조작 기소한 이재명 대통령 사건은 지금 당장 공소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이 정지됐더라도 기소 자체의 부당성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라며 “조작된 기소는 폐기 대상"이라고도 했다.
이처럼 공소취소를 주장해온 인사가 검찰 사무를 관장하는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공소취소 논란이 정치권의 공방을 넘어 향후 법무행정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김 후보자의 지명 자체가 이 대통령 사건의 공소취소가 실제 추진된다는 의미는 아닌 만큼, 정치적 의지와 실제 법적 권한을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형사소송법상 공소는 제1심 판결 선고 전까지 취소할 수 있다. 공소취소를 직접 하는 주체는 검사다. 법무부 장관이 직접 공소를 취소하는 권한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검찰청법상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할 수 있다.
물론 민생 입법 성과 등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여권의 의지도 엿보인다.
김민석 대표는 지난 28일 '민생 제일주의'를 강조하며 “모든 의원이 전력 질주하게 하고 당은 철저하게 지원하겠다. 완벽하게 점검하는 총력전 체제로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지지율 하락 국면에서는 정책의 취지뿐 아니라 국민에게 전달되는 정치적 이미지가 중요하다는 게 정치권과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대통령 본인의 재판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사법 현안이 잇따라 부각될 경우, '사법리스크 방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학자는 여권의 현재 상황을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그는 “(부정적 상황을) 역전시킬 만한 의지나 전략이 안 보인다"며 “내년 4월 재보궐선거는 물론이고 총선에서 민주당은 패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옛날 민주당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결국 여권이 현재의 지지율 하락세를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사법개혁과 민생·경제성과 사이에서 어떤 우선순위를 보여줄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특히 대통령 본인의 사법 문제와 연결된 논란이 확대될수록 '사법리스크 방어' 프레임을 어떻게 차단하면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민생 성과를 만들어내느냐가 향후 선거 경쟁력을 좌우할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사에 인용된 리얼미터 조사는 무선(100%) 무작위 추출 임의번호를 활용한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진행됐다.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 조사의 응답률은 3.9%,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다.
한국갤럽 조사는 지난 25~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접촉률은 44.5%, 응답률은 9.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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