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이상무

rokmc@ekn.kr

이상무기자 기사모음




100조 반도체 초과세수 앞다퉈 “내가 쓰겠다”…재정원칙은 실종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6.08.23 09:58

여유 생기자 당·정·지자체 용처 경쟁 가열
경기 상황 따라 변동성 큰 세금이 원천
“일시적 세수를 항구적 지출에” 우려

ㅁ

▲세수 증가 (PG). 사진=연합뉴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내년 국세 수입이 당초 전망보다 80조원가량 늘어난 58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 초과 세수를 담을 '미래대응기금'을 둘러싸고 여권 안팎에서 재원 활용 방안이 쏟아지고 있다. 기금 규모도 당초 거론되던 수준을 넘어 최대 100조원까지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반도체 초과세수를 지방 청년의 교육과 미래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한 바 있다.


용처를 둘러싼 요구는 빠르게 늘고 있다. 한정애 민주당 사무총장은 20일 “지금처럼 전례 없는 세수 현황이 몇 년 동안 지속될 수 있다"며 청년 주거 공급에 재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기형 의원도 “추가 세수 20조원 정도는 과감하게 들여서 청년 주거 공급에 써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 분야에서도 요구가 이어졌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건강보험 국고 지원 확대와 국민연금 크레딧 및 저소득층 연금 지원 확대 방안을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강청희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초과세수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활용하는 데 공감한다고 했고,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도 미래세대 연금 재원 활용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지역에서 역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기도는 반도체 산업에서 발생하는 법인지방소득세를 시·군이 아닌 도 단위에서 걷어 재배분하는 세제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추미애 경기지사는 기업 유치와 인프라 구축 비용을 지방정부가 부담하는 만큼 합리적인 세수 배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기획예산처는 인구감소지역 주민에게 월 15만원을 지급하는 농어촌 기본소득을 미래대응기금 지원 사업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세수는 정부가 새로 창출한 안정적 재원이 아니라 기업 실적과 경기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큰 법인세 등이 주요 원천이다. 올해 관리재정수지 적자도 추경 기준 107조6000억원에 달할 전망이어서, 세수가 예상보다 늘었다고 나라 살림에 쓸 여유 자금이 그만큼 생긴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청년 주거, 건강보험, 국민연금처럼 한번 시작하면 매년 안정적 재원이 필요한 사업에 일시적으로 늘어난 세수를 투입할 경우, 반도체 업황이 꺾였을 때 재원 마련 방안이 문제로 남게 된다.


기금 설계 방식도 쟁점이다. 국가재정법상 일반 초과세수는 세계잉여금으로 분류돼 40% 이상을 지방에 배분하고 나머지는 국가 채무 상환 등에 우선 쓰도록 돼 있다. 반면 별도 기금으로 조성될 경우 국회의 예산 심사 방식과 운용 절차가 일반회계와 달라진다. 정부가 기존 재정 배분 체계와 별도로 상당 규모의 재원을 운용하려면 기금의 설치 근거와 사용 범위, 국회의 통제 방식부터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반도체 초과이익 환수 정책 검토 중단을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상임위에 회부됐다. 손실은 기업이 부담하고 이익이 났을 때만 환수하는 방식이 투자 유인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


참고할 해외 사례로는 아일랜드의 '미래아일랜드펀드(FIF)'가 거론된다. 아일랜드는 글로벌 정보기술 기업들의 법인세로 발생한 초과세수를 일시적 현상으로 규정하고 일반 예산과 분리해 2041년까지 인출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운용하고 있다. 고령화와 기후변화 등 장기 재정 수요 대비를 위한 격리형 저축 구조라는 점에서 비교 대상으로 언급된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