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전경.
기후 위기와 에너지 전환,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맞물리며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있다. 단순히 '좋은 차'를 만드는 시대를 넘어 인공지능(AI)과 소프트웨어, 로봇 기술을 기반으로 산업 생태계를 선점하는 기업이 미래 시장의 승자가 되는 흐름이다.
이 같은 변화 속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은 전통 제조기업의 틀을 넘어 '미래 모빌리티·AI 기업'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핵심 축은 피지컬 AI와 모빌리티다. 로봇 기술로 산업 생산 구조를 혁신하는 동시에 전동화·자율주행·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을 통해 이동 수단의 개념 자체를 바꾸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관세 환경 변화 등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도 미래 신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그룹은 올해부터 2030년까지 국내에 총 125조2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며 이 가운데 약 50조5000억원을 AI와 로보틱스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 배정했다.
미국에도 총 260억달러(약 38조원)를 투자해 로보틱스·AI·자율주행 분야 협력을 확대하고 2028년까지 연간 3만대 규모의 로봇 생산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6에서 공개된 현대자동차그룹 로봇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 연구형 모델'(왼쪽)과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 개발형 모델'.
◇ 휴머노이드 '아틀라스'…피지컬 AI 본격화
현대차그룹 미래 전략의 핵심은 피지컬 AI다. 피지컬 AI는 AI가 현실 공간에서 직접 움직이며 판단하고 작업을 수행하는 기술이다. 생성형 AI가 디지털 혁신이라면 피지컬 AI는 현실 산업 현장의 혁신을 이끌 차세대 기술로 평가된다.
정의선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AI와 미래 모빌리티를 중심으로 산업 변화가 가속화되는 만큼 우리에게는 더 큰 성장 기회가 열려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피지컬 AI로 중심이 이동할수록 자동차와 로봇이라는 '움직이는 실체'와 제조 공정 데이터를 보유한 현대차그룹의 강점은 더욱 부각될 것"이라며 “이는 빅테크 기업들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경쟁력이자 데이터·자본·제조 역량을 갖춘 현대차그룹에게 AI는 충분히 승산 있는 게임"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로봇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중심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핵심은 인간형 로봇 '아틀라스'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6에서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 모델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아틀라스는 최대 50㎏ 물체를 들어 올리고 약 2.3m 높이까지 작업이 가능하다. 자재 운반부터 정밀 조립까지 수행할 수 있으며 배터리가 부족하면 스스로 충전소로 이동해 교체 후 작업을 재개하도록 설계됐다.
현대차그룹은 앞으로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아틀라스 개발형 모델을 시범 투입하고 공정 단위별 검증을 진행할 계획이다. 오는 2028년 HMGMA 투입 이후 2029년 하반기에는 기아 조지아 공장(KaGA)으로 확대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업계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생산 현장에 본격 투입될 경우 반복·위험 작업을 대체하며 생산 효율과 품질 안정성을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노동시장 변화와 노사 갈등 가능성은 과제로 꼽힌다.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이 본격화될 경우 일부 생산 인력 축소 우려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이 확대되면 노조 역시 고용 안정과 보상 체계 마련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며 “생산성 향상과 고용 안정 사이 균형점을 찾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그룹 미래 전략. 정리=생성형 인공 지능(AI) 챗GPT
◇ 전동화 넘어 SDV로…“차량이 곧 플랫폼"
현대차그룹의 또 다른 축은 모빌리티 혁신이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내연기관 중심 구조에서 전기차와 소프트웨어 기반 산업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전용 플랫폼 E-GMP 기반 전기차 라인업 확대와 배터리·충전 기술 고도화를 통해 전동화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단순 전기차 판매를 넘어 자율주행과 SDV 중심의 미래차 전환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SDV는 차량 기능이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운영되는 개념이다. 자동차가 단순 기계 장치를 넘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움직이는 스마트 디바이스'로 변화하고 있는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초 자율주행 전문가인 박민우 박사를 신임 AVP본부장 겸 포티투닷 대표로 선임하며 SDV와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7세대 그랜저 부분변경 모델 '더 뉴 그랜저'에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플레오스 커넥트'를 현대차 최초로 적용했다. 스마트폰처럼 앱 설치와 기능 확장이 가능한 개방형 구조가 특징이다.
자율주행 경쟁에서는 속도보다 안전성을 우선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정 회장은 최근 “중국 기업들과 미국의 테슬라, 웨이모 등이 빠르게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라며 “조금 늦더라도 안전에 더 많은 포커스를 두고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능 사용 중 문제가 발생하면 고객 입장에서 외면받을 수 있는 만큼 안전성 확보에 신경을 많이 쓸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전동화와 SDV, 자율주행을 결합해 차량을 하나의 지능형 플랫폼으로 진화시키고 있다고 평가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미래 자동차 산업은 AI와 소프트웨어, 로봇을 얼마나 유기적으로 결합하느냐의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며 “현대차그룹은 제조 경쟁력 위에 미래 기술을 접목하며 산업 패러다임 전환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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