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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복 회장 탄원서 재조명… ‘무너진 전세시장’ 속 부산 임대사업자의 호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6.05.17 07:42


제21대 부산시축구협회 정정복 회장의 취임식 모습./부산시축구협회

▲제21대 부산시축구협회 정정복 회장의 취임식 모습./부산시축구협회


부산=에너지경제신문 조탁만 기자 부산 서면 일대에서 대규모 임대사업을 운영해 온 정정복 서융그룹 회장이 법원에 제출한 장문의 탄원서가 뒤늦게 알려지면서, 전세보증금 반환 사태를 둘러싼 그의 입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 회장은 탄원서에서 자신을 '전세사기 가해자'가 아닌, 급격한 금리 인상과 지방 부동산 경기 침체, 정부의 대출 규제와 전세 제도 변화 속에서 유동성 위기에 내몰린 임대사업자라고 주장했다. 오랜 기간 큰 문제 없이 유지되던 전세 임대 구조가 수도권 전세사기 사태 이후 급격히 흔들렸고, 신규 전세 수요가 사실상 끊기면서 자금 흐름이 막혀 보증금 반환 지연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2006년부터 부산 서면 일대에서 원룸·오피스텔 중심의 임대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건물 5개 동, 750세대를 운영하고 있으며, 직접 시행과 시공까지 맡아 건축비를 낮춘 뒤 이를 임차인들에게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대료로 공급해 왔다고 했다.




탄원서에는 “20년 동안 주변 시세보다 10% 정도 낮은 가격으로 임대해 왔다"는 내용도 담겼다. 그는 이를 단순한 사업이 아니라 청년과 서민층의 주거 부담을 덜기 위한 역할이었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과거 부산시축구협회장과 주한 라오스 부산명예영사 등을 맡으며 지역 사회 활동에도 참여해 왔다. 각종 사회단체 활동과 기부를 이어오며 지역 경제계에서는 꽤 익숙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고 그는 주장한다.


2020년 이후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지방 부동산 침체가 이어졌고, 수도권 전세사기 사태 이후 부산에서도 전세 기피 현상이 급속히 확산됐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세입자가 나가면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오는 방식으로 운영됐지만, 시장 분위기가 바뀌면서 신규 전세 계약이 사실상 끊겼다고 했다.


정 회장은 탄원서에서 “2023년과 2024년에는 전세보증금은 계속 반환했지만 새로 들어온 전세 세입자는 단 한 세대도 없었다"고 적었다.


특히 그는 정부 정책을 문제의 핵심으로 지목했다. 임대차3법 시행 이후 다주택 임대사업자에 대한 금융권 대출이 제한됐고, 전세보증보험 가입 기준까지 강화되면서 신규 전세 세입자를 받는 구조 자체가 무너졌다는 주장이다.


그는 “사업용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만 가능했어도 보증금 반환 문제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다"고 했다.


탄원서 곳곳에는 개인적 고통도 담겼다. 정 회장은 “직원들이 채무 독촉과 욕설을 견디지 못하고 회사를 떠나고 있다"며 “아이들 학원도 끊고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고 적었다. 이어 “하루에도 몇 번씩 극단적인 생각을 하며 견디고 있다"고도 했다.


또 세입자들의 압류·경매·임차권등기 등 법적 조치가 이어지면서 신규 임차인 유입이 막혔고, 월세 수입마저 흔들리며 회사 운영 자체가 어려워졌다고 주장했다.


정 회장 측은 지난해 말 기준 약 120세대의 전세보증금은 반환했지만, 남은 세대의 보증금은 자금난으로 지급이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건물 일부 매각이나 금융 규제 완화가 이뤄지면 순차적으로 해결 가능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다만 피해자들의 상황 역시 여전히 심각하다. 상당수 세입자들은 사회초년생 청년들로, 전세대출을 끼고 계약했다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금융 부담과 생활고를 겪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일부는 이미 민·형사 소송에 나섰고, 건물 경매 절차가 진행 중인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번 논란은 단순한 임대인과 임차인의 분쟁을 넘어, 무너진 전세 시스템과 정부 규제, 지방 부동산 침체가 한꺼번에 얽힌 복합적 사건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실제 형사상 '전세사기'가 성립하는지는 계약 당시의 고의성, 자금 운영 구조, 변제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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