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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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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리스크 언제까지…‘호황’ 전선업계도 원자재 공급 차질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6.04.15 18:45

국내외 전력 인프라 호재 불구 생산에 악영향
‘구리 생산 필수’ 황산, 중국서 수출통제 타격
중동 공장 폭격에 알루미늄·나프타 수급 중단
재고 비축, 가격조정 등 대비…中企 사정 악화

LS전선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열린 전력산업 전시회 '일렉스 코리아'에서 LS전선이 전시한 초고압 직류송전(HVDC) 케이블과 다이내믹 케이블. 사진=정승현 기자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전력망 교체 주기, 인공지능(AI) 인프라 수요 급증 등 호재를 맞고 있는 국내 전선업계가 미국-이란 전쟁 '중동 리스크' 복병을 만나 구리 등 핵심 원재료의 공급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원료비의 65%가량을 차지하는 구리는 생산 과정에서 쓰이는 황산에 대해 중국의 수출 통제 움직임이 예고되면서 장기 수급 불안감을 높이고, 알루미늄은 중동 생산 시설 타격의 여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전선 보호와 절연 기능에 필요한 피복도 나프타를 기반으로 만들어져 석유화학 공급망 여파에서 자유롭지 않다.


공급망 차질 여파가 당장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전선업계에서 우세하지만, 규모가 영세하고 내수에 의존하는 전선기업들에게는 원가 상승 여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15일 전선업계에 따르면, 전선 기업들은 지난달 초부터 진행 중인 중동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구리와 알루미늄, 피복 공급망 불안을 야기하는 요소를 점검하고 있다.


전선업계는 서해안 재생에너지 생산 기지에서 수도권으로 대용량 전력을 보내는 국내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부터 해외의 고전압직류송전(HVDC) 기반 국가 간 송전망 구축 프로젝트와 관련한 발주까지 대형 호재를 앞두고 있다.


전선 원재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구리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황산에 대해 중국이 수출 통제를 가할 가능성이 대두된 것이 계기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황산 생산기업 일부는 당국에서 다음 달 수출 중단 관련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황산의 원재료인 황은 원유와 가스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나오기 때문에 전세계 생산의 약 3분의1을 중동이 차지한다.


주요 황산 생산국으로는 중국과 미국, 캐나다 등이 꼽혀 중국의 황산 수출 통제가 현실화하면 미국과 캐나다에서 황산을 구하려는 움직임이 심화하면서 공급 불안감이 커질 수 있다. 칠레와 페루, 콩고 등 중남미와 아프리카에 위치한 구리 생산 국가에서 황산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 이곳에서 구리를 수입해서 전선을 제조하는 기업들에게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구리는 지정학적 변수부터 환율, 사재기 시도 등에 이르기는 각종 변수 때문에 가격과 공급 상황이 요동치는 광물 자원이다. 런던금속거래소(LME)의 구리 현물가격은 전쟁 발발 직후인 지난달 2일 톤당 1만3439.5달러를 기록한 뒤 한때 1만2000달러선을 하회하다가 황산 공급 불안이 대두된 이후 상승세로 전환하면서 지난 14일 1만3000달러선을 다시 넘어섰다.


구리보다 중요도는 낮지만 중·저압 전선이나 차량용 등 경량 케이블 제조에 쓰이는 알루미늄과 전선 피복에 필요한 합성고무·합성수지 공급망도 전선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알루미늄의 경우 중동 최대 제련기업 EGA가 이란의 공격으로 생산설비 손상 피해를 입으며 공급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했다. LME 알루미늄 현물 가격은 전쟁 직전인 2월 27일 톤당 3157.5달러였지만,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며 지난 14일 3625달러를 기록했다.


아울러 피복용 합성고무·합성수지는 전체 생산 과정에서 차지하는 원료 비중이 작지만, 석유화학 산업의 나프타 수급 차질 가능성에 공급 차질 우려가 대두됐다.


이에 규모가 큰 전선기업들은 구리를 비롯한 원자재 재고를 사전에 확보해 놓거나 가격 변동분에 대한 고객사 부담을 계약서에 반영하는 식으로 대응책을 일찍이 강구해왔다는 입장이다. 해저 HVDC 케이블처럼 세계적으로 생산 기업이 LS전선을 포함해 몇 안되는 제품은 물가 연동(에스컬레이션) 조항을 계약서에 반영하는 식이다.


전선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전선 업계 전반에 걸쳐 원자재 수급이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있어 안정적인 원재료 확보를 위한 관리 체계 강화와 공급망 다변화 등을 통해 잠재적인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재고를 쌓아놓을 여력이 충분하지 않거나 내수 의존도가 높은 전선 기업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재고가 부족하면 단기 원자재 시장 변동에 더 취약해 생산 차질에 빠질 여지가 더 커진다. 내수 시장은 대부분 한국전력 등 공기관을 통한 가격 경쟁 입찰 방식에 의존하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이 오르더라도 계약 금액에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다.


다른 전선업계 관계자는 “구리 등의 원자재를 미리 확보하지 못한 영세 전선기업일수록 중동 불안의 영향이 더 크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나프타 공급 불안이 비닐봉투 사재기 현상을 초래한 것처럼 실제 공급망과 거리가 먼 심리적 불안감이 원자재 시장에 반영되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점도 변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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