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간) 석탄발전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로이터/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석탄 발전에 대한 미국의 의존도를 더욱 끌어올리기 위해 전방위적 조치에 나섰다. 미 국방부에 석탄 화력발전소로부터 전력을 구매하도록 지시하는 한편, 기존 석탄발전 설비 개선을 위해 수억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미 국방부에 석탄발전소와 새로운 전력 구매 협정을 체결하도록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미 국방부는 미 에너지부와 협력해 장기 전력구매계약(PPA)을 추진하게 되며, 이는 석탄 발전소들에게 안정적인 수익 기반과 사업의 확실성을 제공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광부와 석탄업계 경영진, 에너지 산업 관계자들이 참석한 행사에서 “이제 군을 통해 석탄을 대량 구매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우리가 수년간 사용해 온 방식보다 더 저렴하고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석탄에 대해 “깨끗하고 아름답다"고 수차례 언급하며 “가장 신뢰할 수 안정적인 에너지원"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려은 또 미국에서 석탄발전량이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예고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전기요금을 낮추는 동시에 인공지능(AI) 등 국가 안보에 핵심적인 산업에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보장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취임 후 첫 해에 미국의 석탄 발전량은 거의 15% 증가했다"며 “내년에는 그 수치가 25~30%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석탄발전이 늘어나면 비용이 낮아져 미국 시민들은 물론 미국이라는 국가의 주머니에도 더 많은 돈이 들어가게 된다. 이는 나쁘지 않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국 최대 공영 전력사업자인 테네시밸리전력청(TVA)이 폐쇄 예정이었던 석탄발전소 2기의 가동을 계속하기로 한 결정을 치켜세웠다. 아울러 미 에너지부를 통해 석탄발전소 설비 보수 및 성능 개선을 위한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백악관 관계자에 따르면 켄터키, 노스캐롤라이나, 오하이오, 버지니아, 웨스트버지니아 등 5개 주에 위치한 석탄발전소 6기에 총 1억7500만달러(약 2530억원)가 투입될 예정이다.
미국 최대 석탄 채굴 기업인 피바디 에너지의 짐 그레치 최고경영자(CEO)는 행사에서 “미 행정부와 신규 석탄 발전소 건설 가능성에 대해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피바디 에너지 주가는 이날 시간외 거래에서 최대 9.6% 폭등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워싱턴 석탄 클럽으로부터 '아름답고 깨끗한 석탄의 명백한 챔피언' 트로피를 받기도 했다.
▲1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석탄 업계로부터 받은 '아름답고 깨끗한 석탄의 명백한 챔피언' 트로피(사진=EPA/연합)
이번 조치는 미국 석탄 산업을 부활시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기조의 연장선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석탄 생산 확대를 공언했다. 지난해 4월에는 국가 및 경제 안보 차원에서 석탄을 핵심 자원으로 규정하고 채굴 확대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또 지난해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는 “강한 국경과 전통 에너지원이 있어야 다시 위대해질 수 있다"며 “녹색 사기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나라가 망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주요 정부 부처들도 이에 발맞춰 석탄 산업을 장려하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 미 에너지부는 일부 석탄 발전소의 가동을 유지하도록 하는 긴급 명령을 내렸고 내무부는 석탄 채굴 확대를 위해 연방 토지를 추가로 개방하기로 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석탄 르네상스'가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도 나온다. 석탄발전은 천연가스와 재생에너지 등 대체 발전원과의 경쟁에서 이미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라자드가 작년 발표한 연례 '18차 LCOE(균등화발전비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석탄발전의 LCOE는 1MWh(메가와트시)당 122달러로 분석됐다. 이는 태양광(58달러), 육상풍력(61달러), 복합 사이클 가스 터빈(78달러), 지열(88달러) 등 보다 훨씬 높다.
이런 흐름을 반영하듯,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의 석탄발전 비중은 2000년에 절반을 차지했지만 2024년엔 15%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천연가스의 발전 비중이 43%로 나타났고 재생에너지(24%), 원자력발전(18%) 등이 뒤를 이었다.
이와 관련 천연자원보호위원회(NRDC)의 마니시 바프나 회장은 “미국인들이 깨끗하고 저렴한 에너지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세금을 투입해 오염이 가장 심하고 효율이 낮은 발전소를 떠받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미국산 석탄의 수출 확대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전 세계로 석탄을 수출하고 있다"며 “지난 몇 달 동안 일본, 한국, 인도 등과 우리의 석탄 수출을 획기적으로 늘릴 역사적인 무역 합의들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해 7월 30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한국은 1000억달러 상당의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또는 기타 에너지 제품을 구매하기로 했다"고 적은 바 있다. 당시 언급된 '기타 에너지 제품'에 석탄이 포함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발언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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