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수원시장이 지난해 5월, 미국 수출 비중이 70%에 이르는 한 기업을 방문해 업체 관계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제공=수원시
수원=에너지경제신문 송인호 기자 미국의 관세 장벽이 다시 높아지고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수출 중소기업의 체감 경영 환경은 갈수록 녹록지 않다. '팔아도 남는 것이 없다'는 하소연이 현장에서 잦아진 이유다. 한국무역협회가 최근 발표한 '2026년 수출기업 경영환경 전망'에서도 대외 리스크의 최우선 요인으로 '환율 변동성 확대'와 '미국 관세 인상'이 지목됐다.
이런 구조적 위기 속에서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은 “중소기업이 겪는 가장 큰 장벽은 기술이나 제품이 아니라 수출 과정의 복잡함"이라는데 공감하고 그 해법으로 '수출 업무 3대 간소화 사업'을 제시했다. 결제, 절차, 홍보. 수출 현장에서 기업을 가장 괴롭혀 온 세 가지를 정조준한 것이다.
이 시장은 미국 수출 비중이 70%에 달하는 중소 제조기업을 직접 찾아 애로를 듣고 수출 중소기업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계약보다 결제가 더 어렵다"는 목소리를 정책으로 옮겼다. 그렇게 탄생한 수원형 수출 지원은 '시간과 불안을 줄여주는 제도 혁신'에 가깝다.
지방정부 최초로 '중소기업 수출결제 간소화 사업' 시작
▲지난해 12월 이재준 수원시장(오른쪽)과 패트릭 스토리 비자 코리아 사장이 중소기업 수출결제 간소화 협약을 체결한 후 함께하고 있다. 제공=수원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지방정부 최초로 도입한 '중소기업 수출결제 간소화 사업'이다. 시는 글로벌 결제 기업 비자(Visa)와 손잡고 무역대금 카드 결제 플랫폼(GTTP)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수출기업은 상담 현장에서 곧바로 대금 결제를 받을 수 있다. 기존 전신환(T/T)이나 신용장(L/C) 방식에서 요구되던 인보이스, 선하증권, 포장명세서 등 7종의 복잡한 서류도 필요 없다.
결제 지연, 송금 사고, 국제 사기에 대한 불안은 중소기업 수출의 고질병이었다. 수원시의 결제 간소화는 이 불안을 구조적으로 제거했다. 더 나아가 결제 수수료(총 1.5%)도 기업당 최대 250만 원까지 지원한다. 이 시장은 “수출은 계약이 아니라 결제가 완성"이라며 “기업이 제품 경쟁력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지방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한다.
수출품, 우체국 국제특급으로 직배송 지원
▲이재준 수원시장이 2023년 12월 열린 '수원시 수출중소기업 도란도란 토크'에 참석해 수원시 수출시책에 참여한 중소기업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제공-수원시
'수출 절차 간소화' 역시 현장 체감도가 높다. 수출 제품을 우체국 국제특급(EMS)으로 구매자에게 직접 배송하는 '도어 투 도어' 방식이다. 내륙 운송, 해상·항공 운송, 통관, 현지 내륙 운송으로 이어지던 5단계 절차를 한 번에 줄였다. 수출 1건당 최대 2000㎏, 연간 최대 250만 원까지 지원하며, 배송 과정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시가 경인지방우정청에 직접 제안해 성사된 이 사업은 행정의 '조정 능력'이 기업 경쟁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아리랑 TV 국제방송으로 업체 홍보영상 전세계에 송출
▲중소기업 아리랑TV 방송 지원사업 참가 업체에서 촬영을 하고 있다. 제공=수원시
홍보의 문턱도 낮췄다. 시는 아리랑TV 국제방송을 통해 중소제조기업의 홍보 영상을 130여 개국에 송출한다. 전문 제작진이 기업을 방문해 제품 개발과 생산 현장을 촬영하고 영문 내레이션까지 완성한다. 2023년 참여 기업들은 “해외에서 문의가 실제로 늘었다"며 체감 효과를 증언한다. 중소기업이 단독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글로벌 미디어 노출을, 행정이 대신 열어준 셈이다.
인공지능 활용해 복잡한 수출 업무 지원
이 시장의 시선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수출의 다음 단계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업무 혁신을 제시한다. '수원형 AI 무역청'은 계약서 해석, 외국어 매뉴얼 생성, 바이어 협상, 수출 전략 컨설팅 등 21종의 무역 업무를 자동화한다. 설립 3년 이내 창업기업을 대상으로 한 영문 홈페이지 구축 지원, AI 기반 전자 카탈로그 제작도 병행한다. 수출 역량의 격차를 기술로 메우겠다는 구상이다.
국내외 유명 박람회 참가 지원, 국외 안전인증 취득 지원
▲지난해 수원시 중소기업 베트남·싱가포르 수출판매개척단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현지 바이어와 수출 상담을 하고 있다.제공=수원시
여기에 국외 유명 박람회 단체관·개별관 참가 지원, 수출판매개척단 파견, 국외 안심 수출보험, UL·CE·FDA 등 436개 규격에 달하는 안전인증 취득 지원까지 더해졌다. 인증 비용의 80%, 최대 500만 원을 지원하는 이 정책은 '기술은 있으나 인증이 없어 수출을 포기하는 기업'을 겨냥한다.
이재준 시장은 “중소제조기업이 수출 저변을 넓히고 국제 통상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행정의 역할을 끝까지 다하겠다"며 “수원시의 실험적이고 선도적인 수출 지원 모델이 전국으로 확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수원의 수출 정책은 단순한 지원 사업이 아니다. 복잡함을 걷어내는 행정, 불안을 줄이는 제도, 그리고 시장과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지방정부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다. 이재준 시장이 설계한 '간소화의 힘'이 중소기업 수출의 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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