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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KDB생명에 통 큰 지원…건전성 정상화 ‘분수령’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11.26 14:48

산은, KDB생명에 5100억원 지원
제3보험 시장 확대…체질개선 박차

올해 적자 실적·보험부채 변화 ‘우려’
“산은, 공적자금 투입 늘어 매각에 부담”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전경.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전경.

산업은행이 역대 최대 규모의 자금 수혈을 통해 KDB생명의 경영 정상화에 다시 한 번 힘을 보탠다. 매각을 염두에 둔 심기일전으로 평가되는 가운데 KDB생명이 건전성 회복과 매각 가능성을 구체화해야하는 중요한 기점인 것으로 평가된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생명은 지난 11일 이사회를 통해 올해 말 주주배정 방식으로 51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주당 5000원으로 1억300만주의 신주를 주주배정 방식으로 발행하며 최대주주(지분율 97.65%)인 산업은행이 신주를 인수해 KDB생명에 5150억원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번 자금 지원은 역대 최대 규모다. 산은은 지난 2023년 9월 1000억원, 2024년 6월 2900억원 규모로 각각 KDB생명 증자에 참여한 바 있다.




산은이 KDB생명에 거대한 자금을 투입해 건전성을 끌어올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번 유증으로 인해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은 40%p 급등할 전망이다. 6월 말 기준 킥스는(경과조치 전 기준) 43.31%를 기록했지만 5100억원 가량의 자본 투입 후 예상치는 83.3%까지 올라간다. 현재 법정 기준치는 100%로, 이후 실적 상승에 따라 이를 충족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KDB생명은 이번 시도가 매각에 있어 사실상 마지막 기회인 만큼 확실한 재무 회복세를 이뤄내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자금 지원에 힘입어 KDB생명 내부 체질개선에도 속도가 날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건강보험 등 제3보험을 중심으로 상품을 판매하고 전문 인력을 영입하는 등 여러 전략을 수행하고 있다.


보험계약마진(CSM) 잔액도 빠르게 불어나고 있어 미래성장성에 있어 긍정적인 상황으로 평가된다. 9월 말 기준 CSM 잔액은 93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 급증했다. CSM 증가는 보험이익을 확대하고 이는 킥스 개선으로도 이어진다. 현재 성장세인 CSM을 발판삼아 영업을 적극적으로 늘리고 이익을 추가로 늘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KDB생명

▲KDB생명

그러나 KDB생명의 올해 실적이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산은의 대규모 자금 투입 효과가 곧바로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회사는 3분기까지 누적 28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같은 시기에 130억원의 이익을 거둔 것과 달리 실적 부진을 겪은 결과다. 올해 3분기 보험업권 전반이 지급 보험금 증가로 예실차 손실이 커지면서 줄줄이 보험손익이 역성장했다. 3분기 누적 보험영업이익은 57억원으로 전년 동기(534억원) 대비 89.3% 감소해 크게 줄었다.


KDB생명은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 평가손실이 자본에 반영되면서 올해 2개 분기 연속 회계상 자본 잠식에 빠졌다. 유상증자 전 3분기 말 기준 자기자본은 -1017억원이다. 이번 자금 수혈로 자본 잠식을 벗어나는 과정이지만, 금리 변동에 따른 보험부채 변화가 자산보다 높게 출렁이거나 실적 악화가 지속될 경우 또 다시 자본확충이 이뤄져야 하는 위기에 놓인다. 3분기 말 누적 결손금은 389억원으로, 금리 하락에 따른 기타포괄손익누계액 손실이 확대되는 상황과 맞물리면 자본감소가 추가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산은이 추가 자본 부담에서 벗어나려면 수익성 개선이 필수적인 상황이지만 환경이 녹록지 않다. 등록 설계사는 올해 상반기 755명으로 2020년(1257명) 대비 39.9% 크게 줄었다. 시장점유율도 3% 미만에서 유지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매각을 추진하는 산은 입장도 난감해지는 모양새다. 자본잠식과 킥스비율 해소를 위해 급한 불을 껐지만 반대로 투입된 자금 규모가 커질 수록 매각이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산은은 최소한 투입금 수준의 매각가를 예상하는 한편 원매자 측은 추가 조단위 투입 자금을 고려해 보수적인 인수가를 산정할 가능성이 높다.


KDB생명은 지난 2010년 산은 계열사 편입 후 수 차례 매각을 시도했지만 모두 무산됐다. 2020년 3차 매각 시도 당시 매각가로 1조원을 희망했지만 원매자 측에서 3500억원 수준을 제안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유증을 발판으로 건전성을 선순환 구조로 바꾸도록 물살을 잘 타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며 “산은 측에서도 공적자금 투입이 늘어날수록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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