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온의 건설생태계]는 매주 건설업계 내부의 주요 현안을 깊이 있게 다루는 기획 코너입니다. 산재(산업재해)·수주전·제도 변화 등 업계가 직면한 쟁점을 현장 취재와 전문가 분석으로 입체적으로 전합니다. <편집자주>
▲젠슨 황 엔비디아 대표(CEO)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APEC 정상회의장인 경북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한국 인공지능(AI) 인프라를 비롯한 AI 생태계 전반의 혁신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은 이를 기념하며 악수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전국 부동산 시장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장 공급 약속에 들썩이고 있다. GPU를 활용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이 어디에 들어서느냐에 따라 해당 지역 부동산 시장에 대대적인 변동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가 경쟁력과 산업 지형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가 된 만큼 입지에 따라 지역 경제와 부동산 시장의 흐름까지 달라질 수 있다. 해외에서도 대규모 AI 데이터센터가 들어선 지역은 토지 시장이 먼저 들썩이고 산업·상권·인구 구조가 재편되는 변화가 반복돼 왔다.
국내에서는 태양광 밀집 단지인 전남 해남·영암 일대 '솔라시도', 강원 동해안과 수도권 외곽 등이 후보지로 거론된다. 그러나 전자파·열섬 등 인체 유해 논란과 지자체간 갈등이 곳곳에서 표출되면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AI 시대, 산업 패권 가르는 시설
AI 시대의 데이터센터는 더 이상 서버 보관 창고가 아니다. 생성형 AI와 초거대 언어모델이 산업·행정·금융·제조 전반을 재편하는 상황에서 얼마나 빠르게 데이터를 처리하고 연산하느냐가 곧 국가 경쟁력으로 직결되고 있다. 인간보다 훨씬 많은 데이터를 소비하는 존재가 AI가 된 순간 데이터센터는 선택적 시설을 넘어 사실상 '국가 기반시설'로 성격이 바뀌었다.
AI 특화 데이터센터는 기존 IDC(인터넷데이터센터)와는 '급'이 다르다. 수만 장의 GPU가 동시에 돌아가고, 그 열을 식히고 연결할 초고속 네트워크·냉각 시스템·전력망까지 한꺼번에 갖춰져야 한다. 정부와 삼성·SK·현대차·네이버 등이 확보한 GPU 26만 장을 실제로 돌리려면 1GW 안팎, 즉 천연가스(LNG) 발전소 두 기에 해당하는 전력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한 지역의 산업 계획과 전력 체계가 통째로 달라질 수밖에 없다.
AI가 가장 앞서 있는 미국은 이미 5000~6000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북버지니아 애쉬번에는 세계 전체 용량의 70% 가까이가 몰려 있다. 중국도 '동수서산(東數西算)' 전략으로 250~300개 대형 컴퓨팅센터를 만들며 국가 단위의 AI 연산망을 확장 중이다. 반면 한국은 165곳 정도의 데이터센터 중 60%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전력 수요 증가에 따른 전력 공급망 확충도 고민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한국이 주요국 중 데이터센터 전력 증가율이 가장 빠를 것으로 본다. 2035년에는 지금보다 3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데, AI 반도체 산업과 정부·기업의 AI 전환 속도가 동시에 올라가고 있다. 여기에 지난달 말 경주 APEC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한국에 GPU 26만 장을 우선 공급하겠다고 밝혀 이미 가파르게 치솟는 전력 수요 곡선에 또 하나의 가속 페달이 밟혔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 교수는 최근 유튜브 채널 '여의도멘션'에서 “데이터센터는 한 도시의 미래 산업지도를 통째로 바꾼다"며 “이 기반을 확보한 지역과 그렇지 못한 지역의 격차는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일자리·부동산·도시계획까지 흔드는 '전략 인프라'가 되면서 데이터센터 입지는 이제 지역 개발 논쟁을 넘어 전국적 관심사로 번지고 있다.
싱가포르처럼 되는 서울…“필요한데 못 짓는" 구조적 딜레마
인구 900만의 수도 서울은 AI 산업의 수요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도시다. 초거대 모델 이용자도, 기업·스타트업도 대부분 서울과 수도권에 있다. 하지만 서울은 정작 그 핵심 인프라를 지을 수 없는 도시가 되고 있다. 지을 땅도 없고 지나치게 비쌀 뿐더러 전력망 확충도 거의 불가능하다. 게다가 북한과 가까워 포격 한 번이면 잿더미가 된다.
비슷한 사례는 이미 해외에서 확인된다. 싱가포르는 2019년 신규 데이터센터 건립을 전면 중단했다. 땅은 좁고 전력 수요는 폭증했지만 더 지을 공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해법은 국외였다.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와 인도네시아 탐 지역에 데이터센터와 전력망을 따로 구축해 문제를 풀었다. 박 교수는 “도시 안에서 수요가 폭증하지만 입지는 외부에 둘 수밖에 없는 구조가 싱가포르 모델"이라며 “서울도 같은 길을 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미국도 유사하다. 세계 최대 데이터센터 집적지인 북버지니아(애슈번)는 워싱턴DC 외곽에 자리한 공급기지다. 수요는 대도시에 있지만, 전력과 부지는 외곽 소도시가 떠안는 구조가 이미 굳어졌다.
이 모델을 서울에 대입하면, 데이터센터는 결국 서울 외곽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 '외곽' 선정조차 쉽지 않다는 점이다. 서울 인접 지역을 보면, 경기 남부는 인구 과밀과 높은 땅값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기 북부는 저렴하지만 군사·안보 위험이 크다. 박 교수는 “북한 포 사정거리 안에 국가 핵심 인프라를 둘 수는 없다"며 “이 때문에 전남·신안 같은 최남단 지역이 후보로 거론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서울은 AI 시대의 최대 수요지임에도 “가장 필요하지만 가장 짓기 어려운 도시"라는 구조적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대도시의 기술 수요와 외곽 지역의 입지·전력 인프라가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만큼, 국가 차원의 공간 전략과 전력망 재설계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강해지고 있다. 서울·수도권과 인접 지자체의 역할 분담, 보상·협력 구조, 장기 전력 수급 계획에 따라 한국 AI 산업의 속도도 달라질 전망이다.
“필수 인프라 vs 지역 불안"…데이터센터 갈등이 반복되는 이유
또 하나의 문제는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다. 데이터센터가 어디에 들어서든 민원이 거세다. AI 시대의 필수 인프라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전자파·열섬·소음 같은 우려와 불신이 겹치며 사업이 잇따라 좌초되고 있다.
최근 시흥 장현지구 사례가 대표적이다. 9층 규모 데이터센터가 추진됐지만, 주민들은 “전력 케이블과 전자파 영향에 대해 제대로 들은 적이 없다"며 반대했다. 아파트 단지 바로 앞에 '혐오시설'이 들어오는 것 아니냐는 불안도 컸다. 사업자가 “국제 기준 대비 매우 낮은 수치"라고 해명했지만, 지자체의 소통 부족이 불신을 키웠고 결국 사업은 백지화됐다.
시흥 배곧 서울대캠퍼스 AI컴퓨팅센터 후보지도 상황은 비슷했다. 입지 검토 소식만으로 반대가 퍼졌고, 주민들은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자체가 설치한 '전자파 신호등' 같은 장치는 설명 대신 통보로 받아들여지며 갈등을 더 키웠다. 고양 등 수도권 다른 지역에서도 인허가와 주민 수용성 사이 충돌이 되풀이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갈등의 핵심을 '위험성'이 아니라 '절차와 신뢰'의 문제로 본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자파는 국제 기준의 1~2% 수준으로 인체 영향은 사실상 없다"며 “문제는 주민들이 정보 비공개와 소통 부재를 반복 경험하며 행정과 사업자를 믿지 못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입지 검토 초기부터 자료 공개, 설명회, 완충녹지, 지역 기여책을 표준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갈등의 대가는 적지 않다. 최근 3년간 무산·지연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는 16곳에 달한다. 추진 중인 국내 프로젝트의 약 35%가 주민 갈등으로 1년 이상 늦춰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AI 시대의 필수 인프라가 '혐오시설' 인식 속에서 멈춰 서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절차 개선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말했다.
어디에 들어설까…솔라시도 유력, 벌써부터 부동산 시장도 촉각
AI 데이터센터가 어디에 들어설지는 부동산 시장의 최대 관심사다. 1~3GW급 전력을 끌어올 전력망, 초대형 단지 규모, 재생에너지 연계, 지자체·정부 지원이 핵심 기준이기 때문이다.
▲김만겸 BS산업 대표이사(오른쪽)와 박상형 한전KDN 사장이 지난 13일 한전KDN과 함께 전라남도 해남군 솔라시도에 재생에너지 기반 분산형 전력망 및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구축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업무협약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BS한양
현재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곳은 전남 해남·영암 '솔라시도'다. 이미 2028년까지 3GW급 AI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을 공식화했으며, 100% 재생에너지 기반 운영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여기에 민간·공공 협력도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BS산업은 지난 13일 한전KDN이 솔라시도에서 재생에너지 기반 분산형 전력망과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함께 추진하기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협약에는 △AI 데이터센터 신규 구축·운영 △분산에너지 전력망 플랫폼 구축 △솔라시도 태양광 발전 데이터 활용 등이 포함됐다. 업계에서는 “솔라시도가 초대형 AI센터에 필요한 전력·인프라 기반을 갖춰가는 신호"라는 해석도 나온다. 삼성·SK 등 대기업 참여 가능성이 꾸준히 언급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두 번째 후보지는 강원 동해안이다. 강릉·삼척·동해 전역은 전국 최고 수준의 전력 여유(총 17GW 발전설비·11GW 송전 가능 용량)를 갖춘 지역으로 평가된다. 화력·원전·재생에너지 발전소가 밀집해 있어 전력 안정성이 높고 송전 비용도 낮다. 다만 솔라시도처럼 '3GW급 단일 부지'를 통째로 확보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세 번째 축은 수도권 외곽이다. 접근성·인재 수급·물류 측면에서는 가장 매력적이지만, 군사·안보 변수(북한 포 사거리), 복잡한 개발 규제, 환경영향평가, 주민 민원 등 리스크가 크다. 전력망 증설도 필수라 국가 단위 전력계획과 맞물릴 때만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입지 논의는 자연스럽게 부동산 시장까지 번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AI 데이터센터는 주택보다 토지가 먼저 움직이는 시설"이라고 말한다. 실제 미국 버지니아 북부 라우든카운티는 데이터센터 클러스터 조성 후 토지 가치가 급등했고, 중국 내몽골 역시 데이터센터 유치 이후 농지·산지 중심 지역에서 기반시설·토지 가치가 동시에 뛰었다. 국내에서도 솔라시도·동해안·수도권 외곽 등 후보지 일대에서 토지 문의와 산업단지 관심이 먼저 살아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전문가는 “사업 추진 속도에 따라 해당 지역의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며 “전력망 확충이 차질을 빚거나 주민 갈등이 반복되면 시장 기대가 실제 변화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토지 시장이 먼저 움직이고, 그다음 상권 유입과 산업단지 확장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나타날지는 결국 인프라 구축이 어느 속도로 진행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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