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공모 의혹을 받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21일 서울남부지방법원을 나오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시세 조종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카카오가 '오너 사법 리스크' 고비를 넘겼다.
카카오가 그동안 대내외 악재로 경영 불확실성이 짙었던 만큼 이번 1심 판결을 계기로 인공지능(AI)과 신사업 등 핵심 분야에서 새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합의15부(부장판사 양환승)는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센터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함께 기소된 홍은택 전 카카오 대표,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 강호중 카카오 CA협의체 재무총괄 리더 등 주요 전·현직 임원 4명도 전원 무죄 판결을 받아 카카오는 일단 '경영 불확실성'을 걷어내게 됐다.
김 센터장은 이날 선고 직후 “오랜 시간 꼼꼼히 자료를 챙겨봐 주시고 이 같은 결론에 이르게 해준 재판부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그동안 카카오에 드리워진 주가 조작과 시세 조종이라는 그늘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앞서 김 센터장은 2023년 2월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주가를 공개매수가보다 높게 고정하는 방식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특히, 지난해 8월 구속 기소된 이후 100일간 구치소에 수감된 상태로 재판을 받았으며, 건강 악화로 암 수술과 재수술을 거치는 등 개인적 어려움도 겪었다.
재수술을 앞둔 지난 3월에는 그룹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CA협의체 의장에서 물러나며 그룹 전반에 위기감이 확산되기도 했다.
이번 1심 판결로 약 2년 8개월간 이어졌던 사법 리스크 국면에서 벗어난 카카오는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붙일 전망이다.
그동안 카카오 경영은 총수 리스크로 인해 그룹 차원의 의사결정이 지연되며 '시계 제로(0)' 상태에 머물렀고, 빠른 대응이 필수인 AI 사업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카카오는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경영 효율화 작업과 함께 AI·스테이블코인 등 신사업에 박차를 낸다는 계획이다.
AI 부문에서는 이달 말 오픈AI의 챗GPT 카카오톡 결합 실험과 자체 개발 AI '카나나'의 카카오톡 연동 등 중요한 전환점을 앞두고 있다.
그룹 입장에서는 오너 리스크를 털어내고 본격적인 혁신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카오 관계자는 “재판부의 현명한 판결에 감사드린다"며 “그간 카카오는 시세조종 의혹으로 부당한 오해를 받아왔지만, 이번 1심 판결로 그러한 의혹이 사실이 아님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2년 8개월간 이어진 수사와 재판으로 여러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를 교훈 삼아 급격한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주어진 사회적 소명을 다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