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는 현대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될 필수재이다. 하지만 에너지 시설은 배출물질을 과도하게 내뿜는다는 선입견으로 지역주민들로부터, 심지어는 국가로부터도 기피되고 있다. 이러한 선입견은 에너지의 실제에 대한 여러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 많다. 에·바·다는 '에너지를 바로 보니 다르네'라는 의미로, 이 코너를 통해 독자들에게 에너지의 실제에 대해 설명드리도록 하겠다.

▲한국광해광업공단이 참여하고 있는 마다가스카르의 암바토비 니켈코발트 광산 프로젝트 설비. 한국광해광업공단
한국에 자원개발 의지는 완전 상실됐다. 정부가 저리로 지원하는 해외자원개발 융자를 받은 기업이 2020년부터 5년째 제로다. 전문가들은 약 20년간의 자원개발 실책이 누적된 총체적 난국이라고 지적하며, 정략적 이해관계를 떠나 실용적인 자원확보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1일 한국광해광업공단의 '2025 광업요람' 자료에 따르면 해외자원개발을 장려하기 위해 정부에서 민간기업에 저리로 지원하는 융자지원금의 집행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한푼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에도 2015년 24억8300만원, 2018년 12억9200만원, 2019년 10억2300만원이 있을 뿐, 2016년과 2017년에도 집행액은 0원이었다.
정부는 매년 해외자원개발 융자지원 예산으로 수백억원을 책정하고 있다. 올해도 310억원을 책정했다. 하지만 2020년 이후로 융자를 신청한 기업이 하나도 없는 것이다.
융자지원이 인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4년까지 누적 집행액은 총 1조2430억원이다. 2014년 이전 집행기간을 30년으로 계산해도 연간 414억원이 지원됐다.
자원개발 주도 공기업 부재…지원규모도 작고 신청도 까다로워

▲해외자원개발 융자지원 현황. 자료=2025 광업요람
해외자원개발 융자 신청이 전혀 없게 된 배경에는 크게 2가지가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우선은 까다로운 신청 조건과 별로 특별하지 않은 혜택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융자 규모가 작고, 혜택도 산업은행 금리와 별 차이 없으며, 신청조건은 매우 까다롭다"며 “해외자원개발을 하겠다는 기업은 대부분 대기업인데, 이들 입장에선 최소 수백억원이 드는 프로젝트에 별 도움도 안되는 융자지원을 받으려고 애쓸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외자원개발 주도자가 실종된 것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동안 해외자원개발은 공기업이 주도했다. 석유는 한국석유공사, 가스는 한국가스공사, 광물은 한국광해광업공단이 주도했다.
하지만 현재 3곳 모두 해외사업을 중단했다. 특히 광해광업공단은 아예 공단법에 해외사업 금지가 명시돼 있다.
전문가는 “우리나라는 자원빈국이기 때문에 국가 자원안보 차원에서 공기업을 중심으로 해외 자원확보에 나섰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에서의 자원개발 실기 이후 지금까지 공기업의 해외사업이 전면 중단됐고, 이로 인해 민간 자원개발 사업도 중단됐다"며 “이제 우리나라에 해외자원개발 의지는 완전히 상실된 상태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실용적 관점에서 자원정책 새로 써야
자원업계는 실용적 관점에서 모든 자원정책을 새로 써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사실 자원개발에는 주홍글씨가 박혀 있다. 이명박 정부(2008~2013년)때 국제 에너지 및 광물 가격이 치솟자 이 정부는 대대적인 자원확보에 나섰다. 하지만 이후 자원가격 폭락으로 자산가치도 폭락하게 됐고, 급하게 확보하다 보니 부실 계약이 여기저기서 터지면서 해외자원개발은 게이트급으로 논란의 중심이 됐다.
박근혜 정부(2013~2017년)는 이 정부의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대대적 감사를 지시했고, 관련 사업예산도 중단하거나 대폭 감축시켰다. 자산 부실화 및 논란은 문재인 정부(2017~2022)에서도 계속 이어져 국감때만 되면 자원개발 공기업들은 항상 가장 많은 질타를 받아야 했다.
이러한 현상이 반복되자 자원개발 공기업들은 해외사업을 잠정 중단했고, 맏형 격인 공기업이 사업을 중단하자 믿고 따르던 민간기업에서도 아예 사업부서들이 자취를 감추게 됐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강국이다. 제조업은 대규모 광물 공급이 필수적이다. 기업들이 해외자원을 확보하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해외 의존도가 커지게 됐고, 중국 의존도가 커지게 됐다. 최근 중국이 희토류 수출통제에 나서자 정부가 부랴부랴 관련 TF를 구성해 대책마련에 나섰지만, 이제 와서 희토류 등 해외자원을 확보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공기업의 해외진출 부활 필요…롤모델은 일본 독립행정기구 '금속에너지안보기구(JOGMEC)'
전문가들은 공기업에 해외사업을 다시 허가해 공기업 중심의 해외 자원확보 전략을 짜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진수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교수는 “해외자원개발이 실종된 배경에는 광물공사의 폐지합병 이후 해외 광물자원 개발에 앞장설 수 있는 공기업이 없다는 것과 민간이 주도적으로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추진하기에는 융자금액 규모와 지원조건이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이 문제"라며 공기업의 해외사업과 지원규모를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천구 인하대 제조혁신전문대학원 초빙교수도 “우리나라는 국가 전략적으로 자원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공기업 중심의 자원확보 전략이 필요하다. 공기업이 나서야 민간기업도 따라 나설 수 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자원개발에 주홍글씨를 없애는 것이다. 지난 20년간 자원개발 정책과 사업을 맡았던 공무원과 담당자들은 지독하게 감사 등에 시달리면서 아무도 이 일을 맡으려 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도 더 이상 자원개발을 정략적으로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롤모델로 일본의 금속에너지안보기구(JOGMEC)가 있다. 일본 역시 자원개발 공기업의 부실사태를 겪으면서 모든 공기업을 하나로 통합하면서 부실자산을 처분하고 밑바닥부터 새롭게 자원전략을 짜고 실행하고 있다. 특히 이 기관은 독립행정기구로, 정부와 정치권의 영향이 제한적인 것이 특징이다.
강 교수는 우리나라도 조그멕처럼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광해광업공단을 모두 통합한 항공모함급 자원개발 기관을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본지 2025.08.04/[인터뷰] “석유·가스·광물 통합해 항공모함급 자원기관 만들자…그것만이 한국이 살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