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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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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국감] ‘일감 절벽’ 현실화, 無 대책 3.7조 사업…우주항공청, 잇단 질타에 ‘호된 신고식’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10.16 22:19

누리호 후속 발사 예산 확보 실패, 생태계 붕괴 위기
KPS 사업, 美 기업 종속 우려에도 대책 없어 골머리
사퇴 앞둔 존 리 본부장, 내부 소통 문제 우회적 시인
윤영빈 우주청장 “최선 다하겠다”…진땀 빼는 모습

우주항공청 GI. 사진=우주항공청 제공

▲우주항공청 GI. 사진=우주항공청 제공

작년 5월 '우주 강국'의 꿈을 안고 출범한 우주항공청(우주청)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이날 국감에서는 누리호 후속 발사 계획 무산에 따른 '일감 절벽' 위기, 3조 7천억 원 규모의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사업의 부실 기획, 조직 내부 갈등설 등 총체적 문제점이 드러나며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16일 우주청을 대상으로 한 국회 과방위 국감에서 발사체 산업 생태계 붕괴 위기가 거론됐다. 오는 11월 누리호 4차 발사 이후 2년간 후속 발사 계획이 없어 관련 기업들이 고사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가 터져 나왔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이준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우주사업부장(전무)는 “2027년까지 발사 계획은 있지만 부품은 이미 납품이 거의 완료돼 내년부터는 일감이 없는 상황"이라며 “차세대 발사체 사업도 아직 일감이 생기지 않아 변경된 안이라도 빨리 결정돼야 한다"고 현장의 절박함을 호소했다.


이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5월 우주청이 개최한 기업 간담회 내용을 인용하며 “직원들에게 미안하고 죄책감이 든다, 사업 연속성이 없어 직원들이 이직하고 있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누리호 7차 발사가 무산된 것이냐"고 물었고, 윤영빈 우주청장은 “내년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에 과방위원장인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주항공청의 존립 이유가 무엇인가. 예산 확보가 안 돼서 못한다는 답변이 말이 되느냐"며 “지금이라도 예산 당국을 설득하고 국회에 와서 호소해야 할 것 아니냐"고 강하게 질책했다.


윤 청장은 “위원장님 말씀을 명심하고 재정 당국과 협의해 예산이 확보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자세를 낮췄다.


3.7조 KPS, 美 시스코에 발목 잡히나…“주먹구구식 사업"

3조7000억원 규모의 KPS 사업이 핵심 기술을 미국 기업에 의존하는 '주먹구구식'으로 기획됐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최 위원장은 “현재 국내 모든 은행 시스템은 미국 시스코(Cisco)의 시각 동기화 장비에 의존하고 있다"며 “만약 우리가 KPS를 만들었는데 시스코가 호환되는 장비를 공급하지 않으면 3조7000억원짜리 사업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는데, 사전 협의나 계약이 있었나"라고 질의했다.


윤 청장은 “개발하면서 같이 개발해야 할 부분이고 국제 협력을 통해 해나가야 한다"고 원론적으로 답해 명확한 대책이 부재함을 시인했다.


최 위원장은 “과거 LG유플러스가 화웨이 장비를 쓰려다 미국의 반대로 무산된 경험이 있는데도 이렇게 사업을 진행하느냐"며 “우주청에 제대로 된 전문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질타했다.


내부 갈등설에 기술적 우려까지…리더십 '흔들'

우주청 내부의 리더십 부재와 갈등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신성범 국민의힘 의원은 “일반직 공무원과 임기제 민간 전문가 그룹 간의 이견과 갈등이 '물과 기름 같다'는 소문이 있다"며 최근 사의를 표명한 존 리 임무본부장에게 조직 내부 문제에 대해 물었다.


존 리 본부장은 “새로운 조직에서는 언제나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고, 서로 다른 배경의 사람들이 모였기에 '러닝 커브'가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지금은 힘든 상황이지만, 현재 구성원들이 협력하면 우주청은 충분히 발전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답해 내부 소통 문제를 간접적으로 인정했다.


신 의원은 또한 다음 달로 예정된 누리호 발사와 관련해 “지난달 총 점검 과정에서 헬륨 공급 라인 누설이 확인되는 등 위험한 징후가 보인다"며 기술적 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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