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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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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산단공, ‘젊은 산업단지’ 변신 총력…“청년이 찾는 일터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9.18 14:23

산단공 서울본부, ‘G밸리 무비데이·아트쇼’ 개최

청년·문화 ‘방점’…산리단길 조성 등 ‘젊은 산단’ 변신

“산단 노후화로 청년 유입 시급…문화 콘텐츠 확대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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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금천구 롯데시네마 가산디지털점에서 한국산업단지공단 서울본부가 개최한 'G밸리 무비데이' 기념촬영. 사진=박주성 기자

요란한 가을비에 늦여름 무더위가 한 풀 꺾인 17일 오후. 서울 가산·구로디지털단지(G밸리) 입주기업 근로자 수십명이 서울 금천구 롯데시네마 가산디지털점을 찾았다. 한국산업단지공단(산단공) 서울지역본부가 개최한 'G밸리 무비데이'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영화 '존 윅'으로 대중에 익숙한 배우 키아누 리브스의 출연작 '발레리나' 상영이 예정된 이번 행사에서, 영화 관람을 위해 모인 G밸리 근로자들은 정규 퇴근시간을 앞둔 오후 5시에도 피곤한 기색 없이 눈을 빛냈다.


G밸리 입주기업에서 8년째 근무하고 있는 37세 이 모씨는 “과거에는 1년에 한두번 영화관에 올까말까 했는데, 작년부터 산단공에서 영화 관람 행사를 연다는 소식을 듣고 2년째 참여하고 있다"며 “무엇보다도 근무시간을 이용해 쾌적하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는 게 가장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근무 5년차에 접어든 52세 김 모씨는 “근무하기 바쁘다보니 직무와 관련된 박람회나 전시회 말고는 딱히 문화생활을 찾아 즐기는 편은 아니다"라면서도 “아내의 추천으로 이번 무료 관람 기회를 알게 돼 행사에 참여했는데 좋은 경험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산단공 서울지역본부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개최한 G밸리 무비데이는 G밸리 입주기업 근로자들의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고, 중소기업 근로자의 문화복지 지원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각 기업의 협조를 통해 정규 근로시간에 행사가 진행되는만큼 참여하는 근로자들의 만족도도 높다는 게 산단공 서울지역본부의 설명이다.




산단공 서울지역본부 관계자는 “이번 행사는 산단공이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청년친화·문화선도 산단' 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서울본부의 경우엔 국내 산단 중 유일하게 산단 내 영화관이 자리하고 있다보니 그 특성을 살려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행사에 참여한 G밸리 근로자들의 호응도가 높은만큼 이러한 행사들을 매년 정례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산단공

▲17일 서울 금천구 롯데시네마 가산디지털점에서 한국산업단지공단 서울본부가 개최한 'G밸리 무비데이'에서 행사 참여 근로자가 팝콘과 기념품을 받고 있다. 사진=박주성 기자

무비데이 외에도 산단 근로자들의 문화 체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행사가 G밸리 도처에서 다각도로 진행됐다. 이달 초부터 가산디지털단지 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G밸리 아트쇼'가 대표적이다.


산단공 서울지역본부가 후원사로 참여한 G밸리 아트쇼는 가산디지털단지 SK V1센터 입주기업 (주)아쿠아픽에서 △푸른 청춘의 외침 △인공지능(AI) 아트전&AI 영상 광고전 △디지털에 마음을 담다 등 세 가지 주제로 구성돼 지난 1일부터 오는 11월 8일까지 열리는 미술 기획전이다.


이날 기자가 찾은 아트쇼 현장에는 'AI 아트&AI 영상 광고'를 주제로, 인공지능 툴을 활용한 작가 20명의 미술 작품 수십점이 전시돼있었다. 각 작품과 작가를 소개하는 브로슈어는 물론, 전문 인력의 도슨트를 통해 관람객의 수월한 작품 이해를 도왔다.


전시현장에서 도슨트로 나선 김경형 서울아트페어 전시기획팀장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권위있는 아트페어 키아프(Kiaf)와 프리즈(Frieze)를 비롯한 미술 전시들이 대부분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된다"며 “시간과 거리상의 이유로 산단 근로자들은 이러한 미술 전시를 즐기는 게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이어 “그런데 산단 내에 아트페어 환경을 조성해 근로자와 미술작품을 연결하면 자연스레 산단 근로자들의 미술 등 문화에 대한 향유 기회도 높아질 것"이라며 “이러한 이유로 산단 내 조성된 이번 전시회는 특히 그 의미가 큰 것 같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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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 SK V1센터에서 열린 'G밸리 아트쇼'에서 김경형 서울아트페어 전시기획팀장이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주성 기자

이처럼 산단공이 '청년'과 '문화'를 강조하며 관련 활동을 다방면으로 전개하는 것은 지난 60여년간 우리 경제의 중심축을 담당해온 산단의 노후화가 그 배경이다. 산단 노후화가 진행됨에 따라 젊은 근로자 유입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인근 지역경제와 고용이 악화하는 악순환 구조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지난 2023년 취임한 이상훈 이사장 체제의 산단공은 △제조 지능화(AX) △탄소중립 전환(GX) △신산업 전환(NX) 등 다수의 산단 체질개선 작업에 착수한 가운데, 청년 친화(YX) 사업을 통해 청년이 정주하기 좋은 젊은 산단, 이른바 '산업 캠퍼스'로의 변신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지난해부터 전국 각지에서 펼쳐지고 있는 산단공의 '산리단길' 조성 사업 역시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산단공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산단 내 젊은 근로자 비중이 높아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있고, 과거 정책만으로 청년층을 유인하기에는 역부족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젊은 근로자들이 산업단지에서 일하고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문화 관련 콘텐츠와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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