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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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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LNG 330만톤 추가 수입…가스산업 판도 변화 불러오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8.31 06:05

미국산 연간 총 900만톤 달해, 호주 이어 2위 수입국
미국산 단가 톤당 549달러, 평균 632달러보다 훨씬 저렴
최근 수입물량 대부분 포트폴리오 계약, 제약조건 없어
천연가스 과부족 사태 빈번 예상, 트레이딩 역량 강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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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최연혜 가스공사 사장, 리차드 홀텀(Richard Holtum) 트라피구라 사장, 하워드 러트닉(Howard Lutnick) 미국 상무부 장관(왼쪽부터)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LNG 도입 계약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가스공사

가스공사가 한미 관세협상 일환으로 미국산 LNG를 연간 300만톤 이상 장기 구매하기로 했다. 이 물량은 저렴한데다 3자 판매 금지, 도착지 제한 등 제약조건도 없어 트레이딩 등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경직성 높은 한국 가스산업에 새로운 변화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31일 가스업계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는 현지시간으로 지난 25일 미국 워싱턴DC에서 글로벌 에너지 기업인 트라피구라(Trafigura)사를 포함한 공급업체들과 LNG 도입 계약을 체결하고 2028년부터 약 10년간 미국산 LNG를 연간 약 330만톤씩 도입하기로 했다.


가스공사는 “이번 LNG 장기 계약을 위해 2024년부터 국제 입찰을 추진해 왔으며, 여러 공급업체로부터 경쟁력 있는 가격 수준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돼 향후 국내 천연가스 가격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번 계약은 미국을 주공급원으로 해 과거 중동 지역에 편중됐던 가스공사의 도입선을 다변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미국산 단가 톤당 549달러, 가장 저렴한 편

2024년 기준 한국의 LNG 수입 현황. 자료=한국무역협회

2024년 기준 한국의 LNG 수입 현황. 자료=한국무역협회

2024년 기준 우리나라의 미국산 LNG 수입물량은 564만톤이다. 단순하게 여기에 330만톤이 추가되면 894만톤이 된다. 호주 1140만톤보다는 적지만 카타르 888만톤, 말레이시아 613만톤보다 많아져 미국은 2위 LNG 수입국이 된다.


가스공사의 이번 계약단가는 매우 저렴한 편으로 분석된다. 2024년 기준 수입 1위부터 10위까지 LNG 수입단가를 계산해보면 톤당 호주 628달러, 카타르 745달러, 말레이시아 552달러, 미국 549달러, 오만 734달러, 러시아 587달러, 페루 649달러, 인도네시아 507달러, 모잠비크 769달러, 브루나이 654달러이다.




미국산 단가가 인도네시아에 이어 2번째로 저렴하다. 가스공사의 신규 계약단가는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가스공사는 이를 통해 개별요금제 계약이 대폭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별요금제란 가스공사와 발전소가 1:1로 개별 LNG 도입계약을 체결해 발전소별로 다른 LNG 가격과 조건을 적용하는 요즘제다. 가스공사로부터 물량을 받지 않고 민간 기업이 직접 수입하는 직수입제도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발전업계 한 관계자는 “가스공사가 저렴한 물량을 확보함으로써 개별요금제 마케팅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로 개별요금제 계약 발전사들은 낮은 단가로 공급받아 높은 수익을 보고 있어 개별요금제 인기는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가스공사는 개별요금제 계약물량 확대를 통해 자연스럽게 민간 기업의 직도입 물량을 견제할 수 있다.


2024년 국내 전체 LNG 수입량 4633만톤 중 직수입 물량은 1223만톤으로, 약 26%를 차지했다. 직수입 물량은 전년보다 5% 증가한 것으로, 그만큼 가스공사의 수입량은 줄어들었다.


최근 계약물량은 대부분 포트폴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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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가스공사에 미국산 LNG를 공급하는 트라피구라는 체니에르사로부터 물량을 공급받는다. 사진=트라피구라

가스공사가 계약한 트라피구라는 포트폴리오 기업이다. 포트폴리오 기업이란 세계 각국으로부터 물량을 구입해 그 물량 안에서 계약자에게 물량을 공급해주는 일종의 도매 기업을 말한다. 기존에는 기업 대 기업 간에 1:1 계약이 대부분이었으나, 공급자가 많아지고 지정학 갈등이 늘어나면서 포트폴리오 계약이 인기를 얻고 있다.


가스공사의 중장기 계약 현황은 △호주 GLNG 350만톤(2016~2036) △호주 프릴루드 36만톤(2019년~) △인도네시아 DSLNG 70만톤(2015~2027년) △말레이시아 MLNG3 200만톤(2008~2028년) △오만 OMANLNG 406만톤(2000~2034년) △카타르 LASGAS 트레인1,2 492만톤(1999~2024년), 200만톤(2025~2044년) △LASGAS 트레인6,7 2010만톤(2007~2026년), 200만톤(2012~2032년) △예멘 YEMENLNG 200만톤(2008~2028) △미국 SABINPASS 350만톤(2017~2037년) △러시아 SAKHALIN2 150만톤(2008~2028년) 등이다.


또한 포트폴리오 계약은 △BP 158만톤(2025~2042년), 89만톤(2026~2037년) △쉘 364만톤(2013~2038년) △토탈에너기스 200만톤(2014~2031년) △우드사이드 50만톤(2026~2036년) △트라피구라 328만톤(2028~2038년) 등이다. 최근 포트폴리오 기업과의 계약이 크게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포트폴리오 계약물량은 기존 중동산 물량보다 제약조건이 거의 없어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중동산 물량은 3자 판매금지, 도착지 제한 등을 내걸어 트레이딩 등이 어려웠다.


하지만 포트폴리오 물량은 이러한 조건이 없어 국내 기업간 판매나 해외 트레이딩 사업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빈번한 천연가스 과부족 예상…트레이딩 역량 강화 필요

결과적으로 가스공사는 저가에 제약조건도 없는 물량을 대량 확보했기 때문에 이를 가지고 다양한 사업이 가능하게 됐다.


다만 가스공사는 이와 동시에 풀기 어려운 고민도 떠안게 됐다. 사실 국내 천연가스 소비량은 점차 줄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강하게 추진 중인 탄소중립 정책이 강화될 수록 천연가스 소비량은 더욱 줄어들게 된다.


앞으로 에너지시장은 전기화가 확대되는 추세 속에 천연가스는 태양광,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에 대비하는 유연성자원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천연가스의 과부족 사태가 빈번하게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비해 가스공사를 비롯한 국내 LNG 기업들의 트레이딩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는 본지 기고에서 “재생에너지 변동성은 LNG 수요의 변동성으로 이식돼 LNG 수급의 단기적 불일치가 수시로 일어날 가능성을 높인다. 이래저래 LNG 과부족의 빈번한 발생은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며 “가장 효율적인 수급 안정화 방안은 트레이딩 역량 강화다. 가스공사는 단순한 수입공급사를 넘어 고도의 트레이딩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 가스공사는 트레이딩 경쟁력을 결정하는 물류, 운송, 저장시설과 같은 하드웨어 조건을 이미 구비하고 있지만 시장 정보 분석, 금융 리스크 관리, 시장 참여자 간 네트워크 등 소프트웨어 능력은 한참 뒤져있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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