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한 시중은행.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주요 은행의 예금금리는 기본 연 1%대 진입을 앞두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에도 은행 예대금리차(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차이)는 오히려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금융당국은 대출금리 산정 체계 손질과 공시 투명성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26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1년 만기 단기 기준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2.24%로 집계됐다. 전월 취급 평균 금리인 연 2.44%보다 0.2%포인트(p) 낮아진 수치다.
은행별 주요 상품을 보면 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이 연 2.5%로 가장 높았고, 우리은행 원(WON)플러스예금이 연 2.45%, 국민은행의 KB 스타(star) 정기예금이 연 2.15%로 나타났다.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과 하나은행의 하나의정기예금은 연 2.05%까지 낮아졌다.
우대금리를 적용한 5대 은행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2.49%였다. 농협은행의 NH고향사랑기부예금이 연 2.6%로 가장 높았고, 나머지 은행의 정기예금 상품은 연 2.45% 수준이었다.
지방은행 등의 정기예금 기본금리는 연 1%대에 들어섰다. iM뱅크의 iM주거래우대예금은 연 1.99%, BNK부산은행의 라이브(LIVE)정기예금은 연 1.95%였다. Sh수협은행의 Sh첫만남우대예금은 연 1.85%까지 내려갔다.
이 같이 예금금리가 떨어지고 있는 것은 기준금리 인하 흐름에 따른 것이다. 기준금리는 올해 2월과 5월 0.25%p씩 떨어졌고, 지난달 동결됐으나 추가 인하 가능성은 여전하다. 하지만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에 따라 은행권이 대출금리 인하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예대금리차는 되레 확대됐다. 5대 은행의 지난 6월 기준 평균 가계 예대금리차는 1.42%p로, 전월(1.35%p) 대비 0.07%p 더 벌어졌다. 정책서민금융을 제외한 가계 예대금리차는 같은 기간 1.34%에서 1.42%로 0.08%p 확대됐다.
금융당국은 대출금리 공시 투명성 강화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금융상품 비교 공시에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우대금리 조건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는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감독규정 시행세칙' 개정을 25일 예고했다. 예적금과 대출 등 금융상품 정보를 한 번에 비교하는 '금융상품 한눈에'에서 주담대와 전세대출의 우대금리 조건과 한도 등을 함께 비교 공시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현재는 주담대와 전세대출의 최고·최저 금리 등의 정보만 제공한다.
이는 은행의 대출금리 체제를 손질하려는 정부의 방향성과도 맞닿아 있다. 이재명 정부는 은행의 대출 가산금리 산정 과정에서 각종 출연금 등 비용을 금융소비자에게 전가하지 않도록 은행법을 개정하겠다고 했고, 실제 더불어민주당은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지난 5월에는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이 예대금리차 공시 제도의 법적 근거를 은행법으로 상향해 은행이 매월 예금·대출금리와 예대금리차를 공시하도록 하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예대금리차가 확대될 경우 금융위원회가 은행 금리 산정의 합리성과 적절성을 검토하고 조치를 권고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취지다.
은행권 관계자는 “시장금리 하락에 따라 수신 금리가 낮아지고 있는 것"이라며 “가계대출 금리의 경우 대출 관리 기조에 따라 크게 인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