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이재명 대통령의 '찐친'으로도 통하는 이찬진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공식 업무를 시작한 가운데 금융권이 촉각을 세우고 있다. 금융권은 추후 이 원장이 강경한 감독기조를 펼칠 수 있다는 긴장감과 함께 금융 실무 전문성을 둘러싼 우려도 짙어지는 분위기다.
시민단체 활동 색채 이 원장에 '과격 행보' 우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신임 금감원장은 지난 14일 취임식을 거친 뒤 전날부터 업무보고를 받으며 공식 업무에 돌입했다.
1964년생인 이 원장은 서울대 법대 사법학과를 졸업하고 제28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부회장,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을 지내며 사회복지 분야와 시민단체 활동에 색채를 보여왔다.
금융권에선 이 원장의 취임을 둘러싸고 내정 직후부터 떠오른 '과격 행보'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민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출신 이력을 지녀 강한 개혁성향을 보인다는 점에서다. 이 원장이 마련한 첫 점심식사 자리에도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이 함께 했다. 대응단은 앞서 이 대통령이 “주가조작범은 반드시 패가망신 시켜야 한다"는 지시 이후 금감원과 금융위원회, 한국거래소가 모여 생겨난 조직이다.
취임 직후 이 원장이 대내외 발언에서 겸손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현 정부가 금융권에 강조하고 있는 '상생금융'과 '생산적금융'에 대한 압박이 보다 강해질 것으로 점쳐진다. 이미 올 들어 은행권은 대통령의 '이자 장사' 비판과 맞물려 수익구조나 경영자율성에 직접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원장은 과거 보험이나 연금, 국가 재정과 관련한 주요 현안을 두고 강성 발언을 해오기도 했다. 민변 부회장을 지내던 당시엔 “범죄수익을 반드시 추적해 몰수해야 한다", “기금운용을 금융전문가에게 맡기면 필연적으로 단기성과를 추구하게 된다" 등의 발언을 이어온 바 있다.
“실세·경험 부족엔 비판, 경청엔 기대 실려"

▲금융감독원.
대통령과 인연이 가까운 탓에 일각에선 '실세'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했다. 실제로 이 원장은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이 대통령의 각종 재판을 변호했다. 지난 2019년 5억원을 빌려준 '꽤 가까운 친구'로도 통하는 인물이다.
이 원장이 대통령의 최측근인이기에 지난 정권처럼 현 정부에서도 금감원장의 영향력이 금융위원장보다 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에 이 원장의 인사를 두고 일각에서 '보은성 인사다', '국민추천제가 쇼였다'라는 날선 비판도 쏟아지기도 했다. 친분을 떠나 이 원장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금융의 효율적 배분'이나 '사회적 책임' 등의 기조와 정통으로 결이 맞는 인사란 시각도 있다. 이에 은행권에 추후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떠오른다.
다만 이 원장은 충분한 내부의견 수렴과 소통을 거치겠다는 발언으로 강경한 행보에 대한 우려에 선을 그었다. 이 원장은 이날 임직원을 만난 자리에서 “앞으로 모든 의사결정을 독단적으로 하지 않겠다"며 “많이 듣고 토론하고, 모든 중요 현안에 대해 같이 얘기하겠다"고 밝혔다.
금융 감독 및 정책에 대한 경험이 전무하다는데 대한 비판도 있다. 전통적 금융 현장 경험이 부족한 까닭에 다소 이념적이거나 정부 정책 중심적 태도로 쏠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의 이력을 살펴보면 민변 부회장이나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을 제외하고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위원의 경력이 사실상 유일한 경제·금융 분야 경력으로 꼽힌다. 은행권은 당장 '홍콩 ELS 사태 과징금 산정' 등 금융당국 수장의 결단이 필요한 현안이 산적한 상황이기에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는 입장이다.
금융권은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사실상 정지된 상태에서 금감원이 이전과 같은 검사·제재 권한을 쥐고있기 때문에 시장 안정성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단 예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새 정부 들어 당국에선 금융권에 선제적이고 강력한 정책을 우선적으로 내려보내고, 땜질식 보완이 이어지는 형국이 반복됐다"며 “물론 신중하게 임하시겠으나 실무 금융현장 경험이 보다 많은분이 오셨다면 각종 소통이나 세밀한 정책 추진 과정상 용이한 점이 많았을 것이란 아쉬움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이나 주주가치·소비자 보호 강화를 강조하는 이 원장의 스타일상 금융권 밸류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인품이 온화하고 경청을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그의 인격적인 태도에 기대를 갖는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평소 주변에 겸손한 성품이라고 알려졌다"며 “지나친 외향형 리더십을 갖췄다기보다 '조용한 실무파'나 '명품 조력자' 스타일이라는 호칭이 있는 만큼 시장이나 금융권과 소통을 중시하며 과격하지 않은 섬세한 정책을 이끌어 갈 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