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박성준

mediapark@ekn.kr

박성준기자 기사모음




전기차·내연차·자율주행차…서로 다른 美 ‘자동차 빅3’ 전략, 누가 웃을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8.12 11:54
미 자동차 빅3

▲미국 자동차 업계 빅3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글로벌 관세전쟁과 전기차 보조금 폐지 등의 여파로 자동차 업계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자동차 업계 빅3가 서로 다른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는 한때 중단했던 자율주행차 사업에 다시 뛰어들었고 포드는 전기차 투자를 대폭 늘리는 반면 스텔란티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친화석연료 기조에 발맞춰 내연기관차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GM이 새로운 자율주행차 개발의 일환으로 과거 자율주행 자회사 크루즈에서 근무했던 직원들을 다시 영입하려고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번에는 로보택시 서비스가 아닌 개인용 자율주행차 개발에 집중할 것이라고 소식통들은 덧붙였다.


앞서 GM은 지난해 12월 로보택시 시장의 경쟁 증가 등을 이유로 크루즈에 대한 신규 투자를 중단한다고 밝혀 사실상 사업 철수를 선언한 바 있다. GM은 또 지난 2월 크루즈의 인력 약 절반을 감축했다. GM은 지난 2016년 로보택시 스타트업 크루즈를 인수해 그동안 100억 달러(약 14조5000억원) 이상을 투자해왔다.


그러나 GM의 새로운 자율주행차 개발 관련 논의는 이달 초 급물살을 탄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5월 GM의 최고제품책임자(CPO)로 합류한 스털링 앤더슨은 지난 6일 비공개 회의를 열어 자율주행차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공유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GM이 앞으로 새로운 인력을 보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털링 CPO는 앞서 테슬라 오토파일럿을 총괄한 바 있다.


차이티 센 GM 대변인은 “우리는 인간의 감독 없이 운행 가능한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며 “개발에 도움이 될 시뮬레이션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데이터를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는 “메리 바라 최고경영자(CEO)가 과거 쿠르즈 사업을 중단했음에도 갈수록 치열해지는 자율주행차 시장에 전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바라 CEO는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자율주행 기술, 미국 내 공급망 확대, 전기차 배터리 혁신 등을 사업 우선순위로 지목한 바 있다.


Ford Electric Vehicles

▲11일 '범용 전기차 플랫폼'을 발표하는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사진=AP/연합)

미국의 또다른 전기차업체인 포드는 전기차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포드는 20억달러를 들여 내연기관 차량을 생산하던 켄터키 공장에 '범용 전기차 플랫폼'이 적용된 전기차 생산 공장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포드는 또 30억달러를 투자해 미시간주 마셜에 배터리 공장을 세우고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번 공장 개조와 함께 총 50억 달러 투자로 일자리 4000개가 신규 창출되거나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포드는 이번 투자를 통해 3만달러짜리 중형 4도어 전기 픽업트럭을 2027년부터 생산할 계획이다. 이는 미국 신차 평균 가격인 4만달러보다 훨씬 저렴한 수준으로, 비야디(BYD)를 비롯한 중국 업체들의 저가 차량과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포드는 밝혔다.


짐 팔리 포드 CEO는 이를 두고 “모델 T의 순간"이라며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과 효과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엔지니어링 공급망과 제조 프로세스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하고 혁신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모델 T는 포드 창립자인 헨리 포드가 1908년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을 도입해 처음 대량 생산한 모델로, 20세기 자동차 대량 생산과 소비의 시대를 열었다.


포드는 새 전기차 플랫픔을 통해 저가 전기차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존 차량 보다 부품 수를 20% 줄이고 조립 시간 또한 15% 단축될 수 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이와 관련, 팔리 CEO는 “포드는 저렴한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더 혁신적인 기능과 효율적 생산 방식을 갖춘 전기차를 제공해야만 중국을 이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FILES-ITALY-ECONOMY-TRANSPORT-AUTO-STELLANTIS-EARNING

▲스텔란티스 로고(사진=AFP/연합)

이런 가운데 스텔란티스는 미국에서 내연기관차 확대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 6월말 새로 취임한 안토니오 필로사 스텔란티스 CEO는 최근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으로 전기차보다 수익성이 더 좋아진 내연기관차 판매를 더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는 “내연차 확대는 소비자들의 수요를 더욱 반영하고 있어 우리에게 더 많은 추가 수익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 일환으로 스텔란티스는 최근 램(RAM)의 경량 픽업에 헤미 V8엔진을 다시 탑재시켜 탄소배출을 줄였지만 인기를 끌지 못했던 카를로스 타바레스 전 CEO의 허리케인 엔진 채택 결정을 뒤집었다고 FT는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취임 첫날부터 미국의 전기차 정책을 무력화했다. 그는 취임식 직후 2030년까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신차의 50%를 전기차로 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바이든 전 대통령의 행정명령도 폐기했다. 또 내연기관차의 판매를 제한하는 주(州) 정부 배출 규제를 적절할 경우 폐지해야 한다는 행정명령도 서명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또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개정을 통해 전기차 구매 보조금 폐지 시점을 오는 9월 30일로 확정, 예정보다 7년 앞당겼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