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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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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호조에 금값 된 김값…20년 만에 ‘김 비축’ 부활 추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8.10 12:23

마른김 가격 2023년 1019원, 올해 평균 1384원
K-푸드 수출 호조 속 국내공급 부족·가격 고공행진
나주 소비자분산물류센터 완공되면 보관 거점 활용

정부 지원에도 김값 오름세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김. 사진=연합뉴스

국민 반찬으로 불리는 김 가격이 1년 넘게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정부가 20년 만에 '마른 김 비축 제도' 부활을 추진한다. 값이 쌀 때 대량 매입해 저장한 뒤 가격이 급등하면 시중에 풀어 가격 안정을 꾀하는 방식이다.


해양수산부는 마른김 비축 도입을 위해 기획재정부와 예산 증액을 협의 중이라고 10일 밝혔다. 올해 수산물 비축 예산은 1751억원으로 현재는 명태·고등어·오징어·갈치·참조기·마른 멸치 등 6종의 대중성 어종과 천일염만 비축 대상이다. 양식이 가능한 김은 현행 제도상 비축 품목에 포함되지 않는다.


마른김 비축 제도는 1979년 처음 도입돼 2006년까지 운영됐다. 당시 가격 폭락과 장기 보관에 따른 품질 저하 우려 등으로 중단됐다. 그러나 최근 들어 국내 마른김 가격이 평년 대비 40% 이상 뛰면서 재도입 필요성이 커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마른김(중품·10장) 평균 소매 가격은 1352원으로 평년(952원)보다 42% 높다. 올해 연평균 가격은 1384원으로, 2023년(1019원)과 2024년(1271원)에 이어 3년 연속 상승세다.


가격 급등의 배경에는 K-푸드 열풍에 따른 수출 급증이 있다. 지난해 중국·일본의 김 생산 부진으로 국내산 김 수출이 크게 늘었고, 이 과정에서 내수 공급이 줄면서 가격이 올랐다. 동원 F&B, CJ제일제당 등 주요 업체들이 조미김 가격을 인상한 것도 소비자 체감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해수부는 이번 예산 증액 협의 과정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어업 생산량 변동성과 수출 물량 증가에 따른 내수 공급 차질 가능성을 강조할 방침이다. 전남 나주에 증축 중인 '소비자분산물류센터'(FDC)가 완공되면 마른김을 포함한 비축 품목 보관 거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양식 수산물 비축 확대도 추진한다. 현재는 보관이 까다롭다는 이유로 양식 수산물이 비축 대상에서 빠져 있다. 하지만 해수부는 냉동·저장 기술 발전에 따른 물김 등 원료 상태의 김도 장기 보관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재수 해수부 장관은 최근 “양식 수산물은 생산을 예측할 수 있어 그간 비축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대상 확대가 필요하다"며 김부터 비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마른김 비축 제도 재도입이 성사되면 가격 급등기에 시장 안정 효과가 기대된다. 다만 가격 폭락 시 저장 물량이 방출돼 시장을 압박하거나, 장기 보관으로 인한 품질 저하 우려는 과제로 남는다.


정부는 향후 마른김뿐 아니라 주요 양식 품목을 포함한 수산물 비축 체계를 마련해, 수급 불안 시 가격 안정과 공급 보완 역할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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