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로이터/연합)
미국 대형 은행들이 석탄,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조달을 대폭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금융사들은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눈치를 보는 듯한 행보를 보였으나 이와 반대된 결과가 나온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6대 대형 은행들이 지난 1일까지 올해 석유, 천연가스, 석탄 프로젝트에 730억달러(약 100조원)를 대출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대비 25% 감소한 수치다.
파이낸싱을 가장 크게 줄인 은행은 모건스탠리(54% 감소)로 나타난 반면 가장 작은 감소 폭을 보인 은행은 JP모건체이스(7%)로 집계됐다. 6대 은행 중 가장 많은 자금을 제공한 은행은 웰스파고(191억달러)로 나타났지만 이는 전년 동기대비 17% 하락한 수치다.
주목할 부분은 미국 대형 은행들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에 맞춰 글로벌 은행 연합체 '넷제로은행연합'(NZBA)을 줄줄이 탈퇴했다는 점에 있다.
골드만삭스가 지난해 12월 6일 최초로 NZBA를 탈퇴했고 웰스파고, 시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 모건스탠리, JP모건체이스 등 미국계 은행들이 이를 뒤따랐다. TD은행, 몬트리올은행, 맥쿼리 등 캐나다·호주 대형 은행들도 NZBA를 뒤어어 탈퇴했고 지난 3월엔 일본 미쓰이스미토모파이낸셜그룹이 아시아 최초로 NZBA 탈퇴를 선언했다. 최근엔 HSBC, 바클레이즈 등 영국 은행들도 NZBA 탈퇴에 동참했다.
미국 대형 은행들이 NZBA를 탈퇴한 배경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으로부터 역풍을 맞을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분석됐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미국 은행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친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정책과 역행한 것이다.
다만 은행들의 이같은 행보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의식보단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 매력도가 시들어진 것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JP모건 애널리스트들은 “이 같은 흐름은 2020년 이후 글로벌 업스트림 석유 및 가스 개발에 대한 투자가 감소한 것과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컬럼비아대학교의 지속가능 투자 연구소장인 리사 삭스는 “은행은 수익 극대화를 위해 존재한다"며 “경제 방향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블룸버그 또한 “은행들이 채권 및 대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데 있어 넷제로 목표보다 시장 요인이 더 강력하게 작용한다"며 “미국 은행들은 자본주의의 압박에 배출량을 줄이고 있는 것 같다"고 짚었다.
한편,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농협금융지주, IBK기업은행, JB금융그룹 등 한국 7개 금융사들이 NZBA 회원직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NZBA에 참여하고 있는 금융사들은 126개다.